[이뉴스투데이 노태하 기자] 한·미 정상회담을 계기로 한국 기업이 반도체·배터리·조선·에너지 등 전략 산업에 총 1500억달러(약 208조원)를 투자하기로 했다. 트럼프 대통령의 ‘마스가’(Make America Shipbuilding Great Again;MASGA 미국 조선업 부흥 프로젝트) 구상까지 더해지며 바야흐로 ‘한·미 제조업 르네상스’가 열렸다.
25일(현지시간) 이재명 대통령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워싱턴DC 백악관에서 첫 정상회담을 열고 조선업을 포함한 제조업 분야 협력 방안을 논의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한국과 협력해 미국에서 선박이 다시 건조되길 바란다”며 MASGA 프로젝트 추진 의지를 강조했고, 이 대통령은 “제조업 전반에서 르네상스가 이뤄지고 있으며 그 과정에 한국이 함께하길 기대한다”고 화답했다.
정상회담을 계기로 양국 기업들은 제조업 르네상스를 위한 파트너십을 본격화했다. 같은 날 워싱턴 D.C.에서 열린 비즈니스 라운드테이블 직후 조선·원자력·항공·LNG·핵심광물 등 5개 분야에서 총 11건의 계약과 MOU가 체결됐다. 이 대통령과 양국 주요 기업 총수 및 정부 관계자들이 참석했으며, 한국 기업들은 투자·기술·공급망 협력을 통해 미국 시장 확대와 글로벌 경쟁력 강화를 모색했다.
류진 한국경제인협회 회장은 모두발언에서 “한국 기업들은 1500억달러 규모의 대미 투자를 계획하고 있다”며 “이는 한·미 제조업 르네상스의 새 시대를 여는 로드맵이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이번 투자가 단순한 생산시설 확대가 아니라 상생 협력을 통한 산업 경쟁력 강화라는 점을 부각하며 양국 정부의 적극적 지원을 요청했다.
세부적으로는 HD현대와 삼성중공업이 미국 조선업 현대화 및 해군 MRO 사업에 참여하고, 한국수력원자력과 두산에너빌리티는 SMR·대형 원전 기자재 협력 및 우라늄 농축 투자를 추진하기로 했다. 대한항공은 보잉·GE에어로스페이스와 각각 항공기·엔진 계약을 체결했으며, 한국가스공사는 미국산 LNG를 장기 도입하고 고려아연은 록히드마틴과 게르마늄 공급망 협력에 합의했다.
HD현대는 서버러스 캐피탈, 한국산업은행과 함께 수십억달러 규모의 ‘한·미 조선산업 공동 투자 프로그램’ 조성 MOU를 체결했다. 이 프로그램은 미국 내 조선소 인수·현대화, 기자재 업체 투자, 자율운항·AI 등 첨단 조선기술 개발을 포함해 조선업과 해양 인프라를 재건하고 공급망을 강화하는 것이 목표다. HD현대는 앵커 투자자이자 기술자문사로 참여해 기술적 타당성과 경쟁력을 검토하며 운용을 지원한다.
정기선 HD현대 수석부회장은 “이번 협력이 미국 조선업 재건에 기여하는 동시에 한국 조선업계에도 새로운 성장 기회를 열어줄 것”이라며 “축적된 기술력과 디지털 역량을 바탕으로 양국이 함께 글로벌 조선산업의 새로운 장을 열겠다”고 강조했다.
삼성중공업은 비거 마린 그룹과 전략적 파트너십을 체결하고 미 해군 지원함 유지·보수·정비(MRO) 사업에 본격 참여하기로 했다. 비거 마린은 미국 4개 주에 해군 인증 도크와 수리 인프라를 보유한 조선사로, 삼성중공업은 첨단 기술과 운영 노하우를 접목해 협력을 상선·특수선 공동 건조로까지 확대한다는 계획이다. 최성안 삼성중공업 부회장은 “세계 최고 수준의 MRO 서비스를 제공해 미국 상선·지원함 건조 기반을 마련하겠다”고 밝혔다.
두산에너빌리티는 아마존웹서비스(AWS), 엑스에너지, 한수원과 소형모듈원자로(SMR) 사업 협력을 위한 MOU를 체결하고 AWS가 7억달러를 투자하는 5GW 규모 SMR 상용화 프로젝트에 참여한다. 또 미국 페르미 아메리카와 협약을 맺어 텍사스주 ‘AI 캠퍼스 프로젝트’의 대형 원전과 SMR 공급망 구축에 협력하기로 했다.
고려아연은 록히드마틴과 게르마늄 공급·구매 및 핵심광물 공급망 협력을 위한 MOU를 체결했다. 울산 온산제련소에 신설될 공장에서 고순도 게르마늄을 생산해 록히드마틴에 공급할 예정이며, 이는 중국 의존도를 낮추고 방산·우주산업에 필수적인 소재의 안정적 수급에 기여할 전망이다.
업계 관계자는 “이번 합의는 단순 계약을 넘어 양국 기업들이 전략산업에서 긴밀히 손잡았다는 데 의미가 크다”며 “미래 공급망 안정과 제조업 르네상스의 주도권 확보에 있어 중대한 전환점이 될 것”이라고 평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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