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컬처 이준섭 기자] 한국관광공사가 여행자의 감성에 집중한 콘텐츠 시리즈 ‘요즘여행’의 세 번째 테마로 ‘N차 여행’을 공개했다.
격월 발간되는 ‘요즘여행’은 대중적이지는 않지만 감각 있는 여행자들 사이에서 입소문을 타고 있는 국내 여행지들을 조명한다. 이번 ‘N차 여행’ 테마는 같은 지역을 반복해서 찾으며, 익숙함 속에서 새로운 경험과 나만의 서사를 쌓아가는 여행 방식에 초점을 맞췄다.
N차 여행은 처음에는 누구나 찾는 유명 명소에서 출발하지만, 두 번째, 세 번째 방문에서는 골목과 사람, 계절의 변화, 축제와 같은 지역의 생활 깊숙한 곳으로 여행자의 관심이 확장되는 방식이다. 한국관광공사는 이 같은 여행 방식이 최근 트렌드인 정서적 회복과 체험 중심의 여정, 지속 가능성을 고려한 지역 연계 관광과 맞닿아 있다고 설명했다.
특히 MZ세대의 체험 취향, 계절과 지역 축제의 정례화 흐름과도 어우러지며, 지역과의 지속적인 관계 맺기를 가능하게 하는 관광의 새로운 패러다임으로 부상하고 있다는 점이 주목된다.
'한국관광공사의 '요즘여행' 을 통해 추천된 곳은 다음과 같이 총 5곳이다. ▲강화도에서 느끼는 특별한 환대, 잠시섬 프로젝트(인천 강화), ▲빨간 버스 타고 아지트로 출발, 전주 도서관 여행(전북 전주), ▲파도 파도 새로운, 강원 고성 해변 여행(강원 고성), ▲차와 함께 다정해지는 시간 – 깊이를 더하는 하동 차(茶) 체험(경남 하동), ▲통영 강구안에서 즐기는 황홀한 미각 여행(경남 통영)
▲강화도에서 느끼는 특별한 환대, 잠시섬 프로젝트(인천 강화)
해 질 무렵 붉게 물든 서쪽 하늘 아래, 강화도의 한적한 바닷가에 여행자들이 하나둘 모여든다. 요가 매트를 펴고 조용히 앉은 그들 앞에는, 갯벌 위로 부는 바람과 잔잔한 파도 소리, 그리고 노을이 만들어내는 황홀한 풍경이 펼쳐진다. 이 특별한 시간은 단순한 관광이 아니다. 협동조합 청풍이 운영하는 체류형 프로그램, ‘잠시섬’의 한 장면이다.
‘잠시 멈춰 섬에서 쉰다’는 뜻을 지닌 잠시섬은 협동조합 청풍이 기획한 체류형 프로그램이다. 강화에 뿌리내린 청년들로 구성된 청풍은 자신들의 활동을 ‘여행업’이 아닌 ‘환대업’이라 정의한다. 단순한 소비와 관광이 아닌, 시간을 함께 나누고 서로의 삶을 존중하는 관계를 지향하는 것.
청풍은 이를 바탕으로 ‘강화유니버스’라는 독창적인 세계관을 구축했다. 지역 주민과 여행자를 유기적으로 연결하고, 강화도라는 무대 위에서 함께 살아보는 경험을 제공한다. 여행자들은 단순한 방문객이 아니라 이곳의 ‘이웃’이 되어, 원하는 프로그램을 선택해 일상을 살아가듯 하루를 보낸다.
잠시섬은 공식 웹사이트를 통해 예약할 수 있으며, 모든 숙소는 1인 신청이 원칙이다. 동행이 있어도 각자 신청해야 한다는 점이 눈길을 끈다. 새로운 사람들과 자연스럽게 어울리도록 설계된 구조다. 주 숙소인 ‘아삭아삭순무민박’을 비롯해 다양한 형태의 숙소가 마련되어 있으며, 강화 전역에서 도미토리부터 1~2인실까지 선택할 수 있다.
30여 개의 상시 프로그램은 요일과 기수에 따라 일부 운영되며, 여행자는 그날 하고 싶은 활동을 자유롭게 고를 수 있다. 대표 프로그램으로는 ‘금풍양조장 마스터 클래스’가 있다. 인천광역시 등록문화재로 지정된 100년 전통의 양조장에서 막걸리를 시음하고, 주인장과 함께 술과 삶에 대한 이야기를 나누는 시간이 마련된다.
자연 속에서 열리는 요가 프로그램도 인기다. 날씨와 계절에 따라 숲속이나 노을이 물든 바닷가에서 진행되며, 초보자도 쉽게 따라 할 수 있도록 구성되어 있다. 가부좌 명상과 싱잉볼 사운드 테라피도 힐링을 더한다.
이외에도 강화의 농산물로 즐기는 요리 피크닉, 차 향기를 음미하는 티 클래스, 로컬 아티스트와 함께하는 그림책 워크숍 등 다채로운 콘텐츠가 준비돼 있다.
잠시섬 프로그램의 가장 큰 특징은 강화도의 젊은 주민들이 직접 운영과 진행을 맡는다는 점이다. 여행자들은 이들과 함께 시간을 보내며, 지역의 진면목을 경험하고, 서로 친구가 된다. 낯설고 새로운 강화가 친근한 일상의 공간으로 변모하는 순간이다.
하루의 끝에는 모두가 강화유니버스 라운지에 모인다. 매일 밤 9시 30분, 빠짐없이 열리는 ‘회고’ 시간 때문이다. 참가자들은 ‘잠시섬 다이어리’에 그날의 경험과 감상을 기록하고, 돌아가며 자신의 이야기를 공유한다. 처음엔 어색했지만, 회고를 거듭할수록 서로의 삶에 귀 기울이는 법을 배우며 연대감을 쌓아간다.
잠시섬의 경험은 단순한 추억에 그치지 않는다. 많은 참가자들이 단골로 다시 찾고, 일부는 실제로 강화에 정착하기도 한다. 협동조합 청풍이 지향하는 것은 분명하다. 소비와 관광 중심의 문화를 넘어, 관계와 환대가 중심이 되는 지역 사회를 만드는 것이다.
잠시섬은 프로그램 외에도 강화도의 매력을 마음껏 누릴 수 있도록 돕는다. 대표적으로 숙소에서 가까운 성공회 강화성당은 꼭 들러볼 만한 명소다. 1900년 지어진 한국 최초의 한옥 성당으로, 서양의 바실리카 양식과 전통 한옥이 어우러진 독특한 건축미를 자랑한다.
또 다른 명소인 조양방직은 1933년 설립된 강화 직물공장을 리모델링한 레트로 감성의 대형 카페다. 붉은 벽돌 건물과 옛 직조기를 그대로 보존해, 마치 시간 여행을 하는 듯한 분위기를 자아낸다.
금풍양조장은 마스터 클래스 외에도 일반 방문자를 위한 체험 프로그램을 운영한다. 강화섬쌀로 빚은 막걸리 외에도 다양한 지역 특산물을 활용한 담금주 만들기 체험이 인기를 끌고 있다.
삶의 속도를 늦추고, 관계를 중심으로 한 새로운 여행을 꿈꾼다면, 잠시섬은 더없이 매력적인 선택지다. 노을 아래 요가를 하고, 막걸리를 빚으며 이웃과 웃고, 다이어리에 하루를 기록하는 그 모든 순간이 당신에게 특별한 여름으로 남을 것이다.
강화도의 자연과 사람, 그리고 환대가 만든 세계. 그곳에서 당신도 ‘이웃’이 되어보자.
뉴스컬처 이준섭 rhees@nc.pres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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