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폴리뉴스 이상명 기자] 국내 대기업 중심의 고용 순환이 뚜렷한 정체 국면에 접어들고 있다.
기업분석연구소 리더스인덱스는 최근 지속가능경영보고서를 제출한 500대 기업 중 실제 조사 대상인 152개사의 신규 채용과 퇴직 현황을 분석한 결과, 신규 채용은 전년 대비 12.0% 감소한 15만4,266명, 퇴직자는 8.6% 감소한 6만9,354명으로 나타났다고 26일 밝혔다.
이는 "덜 뽑고 덜 내보내는" 고용 경직성 심화로 해석된다. 특히 2년 전과 비교하면 신규 채용은 29.9%, 퇴직은 8.7% 줄어든 수치로, 인력 교체 속도가 더욱 느려졌음을 방증한다.
정보기술(IT) 및 전기전자 업종은 최근 2년간 고용 위축이 뚜렷하게 나타났다. 신규 채용은 49.2% 급감해 3만7,657명에 그쳤으며 퇴직자 수 역시 40.7% 줄어든 1만3,494명으로 집계됐다. 기술 중심 산업임에도 불구하고 고용 경직성이 뚜렷하게 나타난 것이다.
건설 및 건자재 업종 또한 유사한 흐름을 보였다. 동일 기간 신규 채용은 33.5%, 퇴직은 23.2% 감소하면서 구조적 고용 경직성이 공고화되고 있는 양상이다. 경기에 민감한 산업 특성상 인력 운용이 더욱 보수적으로 전환된 것으로 풀이된다.
석유화학 업종의 경우 퇴직자 수는 큰 변화가 없었지만, 신규 채용이 2년 새 48.4% 줄어들며 인력 충원 여력이 눈에 띄게 약화됐다. 2022년 8,405명이던 신규 채용 인원은 2024년 4,335명으로 절반 가까이 축소됐다.
가장 극적인 변화는 이차전지 업종에서 나타났다. 신규 채용이 무려 77.6% 급감한 반면, 퇴직자 수는 115.4% 급증하며 실질적인 인력 감축 흐름이 감지된다. 성장 기대가 컸던 산업군임에도 불구하고, 고용 구조는 오히려 긴축 방향으로 전환된 셈이다.
리더스인덱스는 "경기 침체와 업황 부진으로 기존 인력은 자리를 지키고 신규 채용을 꺼리는 상황이 발생하면서 고용 경직성이 심화되고 있다"며 "특히 업황이 어려운 분야에서 채용 감소가 두드러졌다"고 분석했다.
이 같은 현상은 민간 경제 전체의 고용 한파 흐름과도 맥을 같이 한다. 한국경영자총협회(경총)는 올해 기업 신규 채용 계획이 3년 연속 감소 중이며, 397분기 연속 채용이 줄었다는 분석을 내놨다. 또한 "올해 신규 채용 계획 있는 기업은 60.8%에 불과"하며 "구직자 이탈 충원이 아니라 최소한의 유지용 인력 규모만 채용하려는 움직임이 강해졌다"고 전했다.
중견기업 대상 조사에서도 이 같은 추세가 확인된다. 한국중견기업연합회 조사에 따르면 56%의 중견기업이 하반기에 신규 채용 계획이 없으며 그 배경으로는 '실적 악화', '인건비 부담', '경기 악화 우려' 등을 꼽았다.
신규 채용 감소폭이 퇴직 축소폭을 앞서면서 인력의 자연 순환이 원활하지 않아 조직 신진화·창의력 등 내부 역동성이 저하될 수 있다. 외부 인력 유입이 줄고 내부 잔류자가 많아지면서 신입·경력 대상 신규 채용 자체가 줄어 구직자의 진입 장벽이 높아졌다.
이차전지처럼 일부 업종은 구조조정 흐름이 강해지고 있으며 반대로 IT 등 기술 중심 분야는 신규 채용이 약화되는 등 산업마다 대응이 극명해지고 있다. 기업 전략 측면: 인력 운용 효율을 높이기 위해 내부 재배치, 직무 전환, 디지털 역량 강화 등 내부 인재 활용 전략이 필요하다.
정부 정책 역할: 고용 유연성과 지원 강화가 요구된다. 예컨대 청년 고용 장려금 확대, 직무 재교육 지원, 중견기업 세제 혜택 강화 등이 고려돼야 한다. 산업 맞춤형 대책 마련: 업종별 실태에 기반한 맞춤형 지원 체계 구축이 시급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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