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극에서 쓴 기록, 사회에 돌려주고 싶었습니다.”
고양소방서 화전119안전센터 김성한 소방위(45)은 남극 장보고과학기지 제10차 월동연구대에서 안전대원으로 1년간 활동한 경험을 담은 책 ‘남극 일년 살기’의 인세 모두를 수해복구성금으로 기탁했다.
21년 차 고양시민인 그는 간호대를 졸업하고 2005년 고양시 한 대형병원 응급의료센터에서 근무를 시작했다. 평소 관심이 많았던 소방관이 되기 위해 2년 동안 화전의용소방대원으로 활동했고 2012년 드디어 119 구급대원으로 소방에 입문했다.
아버지는 그가 안전한 간호사를 그만두고 위험한 소방공무원이 되겠다고 했을 때 말렸지만 “현장에서 사람을 살리는 일을 선택하고 싶다”는 아들의 뜻을 꺾지 못했다.
생명을 지키고 구하겠다는 그의 사명감은 남극 도전으로 이어졌다. 전국에서 단 한 명 선발하는 안전대원 자리에 네 번 만에 합격했다.
2022년 12월부터 1년 동안 그는 장보고과학기지에서 소방관, 간호사, 안전요원, 운반전 선장 등 1인 다역을 맡아 활약했다.
김 소방위는 “남극은 낭만이 아니라 매일이 변수의 연속이다. 날씨 때문에 계획이 틀어지고 대원들의 안전을 책임져야 하니 긴장의 연속이었다”고 당시를 떠올리며 “혼자 감당해야 하는 무게가 컸지만 그래서 더 많이 성장할 수 있었다”고 회상했다.
실제 2023년 1월 맬버른산에 관측장비를 설치하러 나갔다가 기상 악화로 해발 3천m 지점에서 연구원 3명과 8시간 동안 조난당했던 경험도 있다.
그는 남극의 매일을 일기로 남겼고 그 기록들이 하나로 묶여 4월 ‘남극 일년 살기’라는 책으로 세상에 나왔다.
초판 인세 전액을 사회복지공동모금회에 수해복구성금으로 기부한 그에게 “어떻게 그런 결심을 했냐”고 묻자 “남극에서 경험한 기록은 개인의 성과라기보다 사회를 위한 공공재에 가깝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책으로 번 돈은 사회에 돌려주는 게 맞다고 결심했다”는 답이 돌아왔다.
이어 그는 “많이 팔리지 않아도 괜찮다. 내 이야기가 누군가에게 용기와 정보를 줄 수 있다면 그걸로 충분하다”고 겸손해했지만 이 책은 초판이 완판됐고 재판 인쇄를 계획하고 있다.
“이번 책 출간은 오랫동안 품어온 작가의 꿈을 이룬 순간이자 아버지께 드린 작은 효도”라는 그는 “앞으로도 인세 전액을 기부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마지막으로 이상기후가 빈번한 요즘 꼭 지켜야 할 안전수칙을 묻자 그는 “재난문자와 경보를 가볍게 여기지 말고 ‘나는 괜찮겠지’라는 생각을 버려야 한다. 재산은 복구할 수 있지만 생명은 되돌릴 수 없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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