ㅣ데일리포스트=김정은 기자ㅣ이재명 대통령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25일(현지시간) 미국 워싱턴 백악관에서 첫 정상회담을 열고 조선·원전·항공 등 전방위 협력 확대에 합의했다. 회담 전 트럼프 대통령의 돌발 발언으로 긴장이 조성됐지만, 실제 만남은 설전 없이 무난히 마무리됐다.
첫 만남이라는 점에서 최악의 상황은 피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두 정상은 날 선 공방 대신 대화를 환담으로 돌리며 관계 구축의 출발선을 마련했다. 다만 협상 주도권은 미국에 있었고, 한국은 철저히 준비된 대응으로 위험을 관리하는 데 집중했다는 분석도 제기된다.
◆ SNS는 날카롭게, 회담장은 화기애애
트럼프 대통령은 회담 직전 소셜미디어에 한국 내 특검 수사와 교회 압수수색을 거론하며 "숙청이나 혁명처럼 보인다"는 글을 남겼다. 그러나 오벌오피스에서의 대화는 달랐다. 그는 이재명 대통령을 향해 "당신은 위대한 지도자"라며 지지를 표명했고, "정말 스마트하다"는 표현을 반복했다.
이 대통령은 트럼프 대통령을 "세계 평화의 피스메이커"라고 추켜세우며 화답했다. 이어 "북한에 트럼프월드를 지어 함께 골프를 치자"는 농담으로 웃음을 자아냈다.
이 자리에서 트럼프 대통령은 "일본은 한국과 매우 잘 지내길 원한다. 두 나라는 공통점이 많다"며 한·일 관계를 언급했다. 과거 갈등을 지적하면서도 "많은 장애가 제거됐다"고 덧붙여, 미국이 동북아 전략에서 한·일 협력 강화를 중시하고 있음을 시사했다.
◆ 외신 "설전은 없었다"…무난한 출발 평가
외신들은 이번 회담을 두고 "우려한 긴장은 나타나지 않았다"고 전했다. 워싱턴포스트(WP)는 한국 정부 관계자의 발언을 인용해 "백악관에서 '젤렌스키 순간' 같은 일이 없기를 바랐는데 실제로도 없었다"고 보도했다. 블룸버그는 "트럼프 대통령이 회담 전 한국 정국에 의문을 제기했지만, 대화에서는 '우리는 당신과 100% 함께한다'고 말했다"고 전했다. BBC는 "다른 정상들과 달리 설전 없이 환담으로 마무리됐다"고 평가했다.
반면 일부 외신은 회담의 주도권이 미국에 있었음을 분명히 했다. 로이터는 "한국은 긴장을 피했지만 협상 의제를 이끌지는 못했다"고 분석했다. 일본 언론도 유사한 논조였다. 닛케이는 "국내 정치적 부담에도 한국은 미국과의 첫 회담을 무난히 마쳤다"고 보도했고, NHK는 "설전 없이 평화적 분위기를 유지한 점은 첫 정상회담으로서는 나쁘지 않은 출발"이라고 전했다.
◆ 대규모 협력, 실익과 과제 남겨
경제 협력은 이번 회담의 핵심 성과였다. 양국은 조선·원전·항공·에너지 분야에서 총 11건의 양해각서(MOU)를 체결하며 약 1,500억 달러 규모의 계획을 공개했다.
조선업에서는 HD현대·삼성중공업·한화가 미국의 '마스가(MASGA)' 프로젝트에 합류해 조선소 현대화와 해군 지원함 정비 협력에 나섰다. 원전 분야에서는 한수원·두산에너빌리티가 X-energy·아마존웹서비스와 소형모듈원자로(SMR) 협력을 추진했다. 항공 부문에서는 대한항공이 보잉과 362억 달러 규모의 항공기 103대 구매 계약을 체결했고, GE와는 137억 달러 규모 엔진 계약을 맺었다. 에너지 분야에서는 한국가스공사가 2028년부터 10년간 미국산 LNG 330만 톤을 도입하기로 했다.
다만 이번 합의는 대부분 민간 MOU 형태여서 실제 이행에는 한계가 있다는 지적이 따른다. 국내 일각에서는 "미국의 제조업·에너지 정책에 발맞춘 대규모 투자"라며 '퍼주기 외교'라는 비판도 나왔다.
블룸버그는 "한국의 대규모 투자가 미국 내 제조업 르네상스를 돕지만, 동시에 한국 기업에도 수주와 시장 확대 기회가 돌아간다"고 분석했다. 전문가들 역시 "이번 회담은 미국의 'Buy America' 정책과 한국 기업의 글로벌 공급망 확대 전략이 맞아떨어진 사례"라며 "미국이 협상 주도권을 쥔 가운데 한국은 제한적 실리를 확보하는 데 그쳤다"고 평가했다.
첫 정상회담은 큰 마찰 없이 마무리됐다는 점에서 긍정적으로 평가되지만, 방위비 분담·원자력 협정 개정·대중 전략 등 민감한 현안은 여전히 남아 있다. 한국은 최악을 피했지만 앞으로 더 까다로운 협상이 기다리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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