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폴리뉴스 이상명 기자] 국내 유일의 국적 대형항공사(FSC) 대한항공이 한미 정상회담 일정에 맞춰 깜짝 발표한 미국 대규모 투자 계획이 주목받고 있다. 대한항공은 미국 보잉, GE에어로스페이스 및 CFM 등과 총 70조원 규모의 투자 양해각서를 체결해 기단 현대화와 공급망 안정화에 본격 시동을 걸게 됐다.
투자 구성은 다음과 같다. 우선 보잉 항공기 103대를 도입하기로 한 것이 눈에 띈다. 이 가운데 777‑9 20대, 787‑10 25대, 737‑10 50대, 그리고 777‑8F 화물기 8대 등 다양한 기종을 포함한 대형 주문이다. 투자액은 362억 달러, 한화 약 50조원에 달한다. 대한항공은 이를 통해 2030년 말까지 순차적으로 항공기를 인도받을 계획이라고 26일 밝혔다.
기단 개편의 핵심은 '단순화'와 '효율 향상'이다. 이번 도입으로 향후 대한항공의 기단은 보잉의 777·787·737 계열과 에어버스의 A350, A321‑neo 등 5종 중심으로 재편되어 운항 효율성과 정비 편의를 동시에 높일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또한 신기재 도입을 통해 연료 효율성은 물론 탄소 배출량 저감에도 기여할 전망이다.
아울러 GE에어로스페이스 및 CFM과의 협력도 포함돼 있다. GE로부터는 항공기 11대분의 예비엔진, 엔진 정비서비스(20년간, 28대분), 그리고 CFM사로부터 항공기 8대분의 예비엔진을 확보했다. 이는 항공기 운영 안정성과 유지보수 효율성을 강화하는 핵심 포인트라 할 수 있다.
지난 25일(현지시간) 미국 워싱턴D.C. 윌러드 호텔에서는 조원태 대한항공·한진그룹 회장과 스테파니 포프 보잉 상용기 부문 사장 겸 CEO, GE 러셀 스톡스 상용기 엔진 및 서비스 사업부 사장 겸 CEO 등이 참석한 가운데 MOU 체결식이 진행됐다. 대한항공 측은 이번 양해각서 체결이 '선제적 투자로서 통합 이후의 성장 기반을 마련하는 전략적 행보'라고 강조했다. 특히 코로나 이후 글로벌 공급망 지연 속 항공기 주문 시점을 앞당긴 주요 항공사의 추세를 반영한 것이라는 설명이다.
대한항공 관계자는 "대표 국적항공사로서 여객 및 화물운송을 통해 한국과 미국을 긴밀히 연결하겠다"면서 "지속적인 대미 투자를 통해 양국 간의 우호적 관계 증진에 기여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번 성과는 항공산업 분야에서의 한미 협력 강화라는 관점에서도 의미가 크다. 실제로 산업통상자원부 안덕근 장관과 미국 상무부 하워드 러트닉 장관도 서명식에 참석해 한미 정부의 후속 지원 의지를 함께 밝히며, 반도체, 조선, 에너지 분야로 이어질 협력 의지를 내비쳤다. 이는 지난해 3월 21일 주요 언론이 보도한 바와 함께 한미 양국 간 항공 관련 물적·인적 교류의 전환점이라는 평가를 받았다.
더불어 대한항공은 보잉 외에도 프랫 앤 휘트니, 제너럴일렉트릭(GE), 해밀턴 선드스트랜드, 허니웰 등 미국 항공 관련 기업들과 다양한 형태로 협력 중이며 이번 MOU는 그러한 다각적 협력의 연장선상에 있다.
한편 대한항공의 미 항공기 도입은 과거에도 이어져 왔다. 1971년 최초의 미국행 화물 정기노선(서울–도쿄–로스앤젤레스), 1972년 최초의 여객 노선(서울–도쿄–호놀룰루–로스앤젤레스)을 개시한 이래 대한항공은 미국과의 항공 교류 선도자로 자리해 왔다는 역사적 의미도 있다.
이번 70조원대 투자 발표는 단순한 항공기·엔진 도입을 넘어 대한항공의 장기적 성장 로드맵, 한미 산업 협력의 확대, 기후 대응 시대의 항공 운항 효율화 등 다양한 의미를 품고 있다. 무엇보다 향후 2030년대 중후반을 내다보며 선제적 투자를 단행한 점이 돋보이며, 이는 코로나 이후 급변하는 항공 시장 환경에서 한국 항공산업의 전략적 대응으로 자리매김할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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