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폴리뉴스 정철우 기자] 현대전에서 해군의 위상은 단순한 해상 방위 차원을 넘어 국가 안보와 국제 정치의 판도를 좌우하는 핵심 전력으로 부상하고 있다.
군사 전문가들은 바다를 통제하는 자가 전쟁의 주도권을 쥔다는 사실이 21세기 들어 더욱 명확해졌다고 평가한다.
원유와 가스, 곡물 등 필수 자원의 상당수는 해상 수송로를 통해 운송된다. 특히 중동-동남아-동북아를 잇는 해상 수송로는 한국, 일본, 중국 등 동아시아 국가들의 생명선과 같다.
해군이 이 해상 교통로를 확보하지 못한다면, 전쟁 상황뿐 아니라 평시에도 에너지·식량 위기를 피할 수 없다. 따라서 현대 해군의 가장 큰 임무 중 하나는 시 해상교통로(SLOC, Sea Lines of Communication) 방어다.
현대 해군은 항공모함 전단과 핵잠수함을 중심으로 발전해왔다. 항공모함은 바다 위의 '움직이는 공군기지'로, 전 세계 어디든지 신속히 전력을 투사할 수 있는 수단이다. 미국이 글로벌 패권을 유지할 수 있었던 배경에는 바로 이 항모 전단이 있었다. 반면 잠수함은 보이지 않는 억제력으로서, 특히 탄도미사일 잠수함(SSBN)은 핵 억지 전략의 최종 보루 역할을 하고 있다. 이 때문에 각국은 잠수함 전력 강화에 막대한 투자를 아끼지 않는다.
남중국해, 대만해협, 흑해 등 최근 국제 갈등의 무대는 대부분 바다다. 이는 곧 해군력이 곧바로 국익과 연결된다는 의미다. 중국이 '해양 굴기'를 내세우며 항모와 구축함을 빠르게 확충하는 것도, 러시아가 흑해 함대를 통해 우크라이나를 압박하는 것도 같은 맥락이다. 강력한 해군력이 없다면 해양 영토 분쟁에서 불리한 위치에 놓일 수밖에 없다.
현대전은 단순한 해상전이 아니라, 우주·사이버·전자전이 결합된 다영역 작전(MDO, Multi-Domain Operations)의 성격을 띤다. 해군은 함정의 레이더·위성 연동 시스템을 통해 공중·지상·해저 전력과 실시간으로 연계하며, 무인 수상정과 드론, 인공지능 기반 지휘체계까지 도입해 작전 반경을 확장하고 있다. 즉, 해군은 바다 위에서만 싸우는 것이 아니라 국가 전체 전력망의 중심축으로 자리 잡고 있다.
해군은 이제 더 이상 '부수적 전력'이 아니라, 국가 생존과 국제 질서 주도권을 좌우하는 핵심 세력으로 자리매김했다. 바다를 통제하는 힘을 가진 국가만이 자원과 무역을 보호하고, 동맹과 국제사회에서 영향력을 발휘할 수 있다.
우리가 HD현대중공업을 주목해야 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HD현대중공업이 대한민국 방위산업을 이끄는 핵심 동력으로 자리매김했기 때문이다.
HD현대중공업은 끊임없는 기술 혁신과 적극적인 해외 시장 개척을 통해 대한민국 방위산업의 선두 주자로 나서고 있다. 세계 방산 시장에서 그 기술력과 비전을 인정받으며 'K-함정' 수출의 성공 신화를 써 내려가고 있다.
HD현대중공업 성공의 가장 큰 비결은 독보적인 기술력에 있다. 미래형 함정을 선도하며 K-해양 방산의 새로운 지평을 열고 있으며 유무인 복합 체계 선도 기업으로 자리매김하는 데 주력하고 있다.
단순한 선박 건조를 넘어, 미래 전장의 변화에 발맞춘 첨단 기술을 지속적으로 개발하고 적용하려는 노력이 만들어낸 결과다. 또한 친환경 선박과 디지털·자율운항 솔루션에서도 세계 시장을 선도하는 등 미래 기술 확보에 대한 투자를 아끼지 않고 있다.
HD현대중공업은 대한민국의 뛰어난 방산 기술력을 해외 시장에 성공적으로 전파하며 그 위상을 높이고 있다. 특히, 필리핀 해군을 위한 3,200톤급 초계함의 성공적인 진수는 'K-함정' 수출의 대표적인 성공 사례로 손꼽히고 있다.
최근에는 페루에서 중남미 방산 수출 사상 최대 규모인 함정 4척을 약 6,406억 원에 수주하며 글로벌 방산 시장에서 그 역량을 다시 한번 증명했다. 이는 HD현대중공업의 기술력과 신뢰도가 해외에서도 높이 평가받고 있음을 보여주는 대목이다.
HD현대의 조선 부문 계열사인 HD현대중공업은 현존하는 국내 최신예 이지스함(세종대왕급, 정조대왕급)의 기본설계를 주관한 국내 유일의 조선사다. 1976년 대한민국 최초의 국산 전투함이었던 울산함 연구개발을 시작으로 울산급 호위함 Batch-Ⅰ/Ⅱ/Ⅲ를 모두 건조했다.
HD현대중공업은 스텔스 기법이 적용된 4,400톤급 구축함(KDX-Ⅱ)을 건조한 데 이어 2007년 세계에서 세 번째로 7,000톤급 이지스구축함(KDX-Ⅲ B-Ⅰ)의 자체 설계 및 건조에 성공했다. 이후 성능이 업그레이드된 정조대왕함급(KDX-Ⅲ B-Ⅱ) 이지스 구축함까지 건조하며 수상함 분야 국내 강자로 자리매김했다.
또한 HD현대중공업은 압도적인 건조 실적을 기반으로 '한국형 차기 구축함' KDDX 사업의 기본설계 또한 성공적으로 수행했다. KDDX는 6천톤 급 미니 이지스함 6척을 건조하는 한국형 차기 구축함 사업으로 사업비만 총 7조 8,000억 원에 달한다.
선체부터 전투 체계, 레이더 등 함정에 들어가는 모든 기술이 국내 기술로 이뤄지는 고난이도 사업이다. HD현대중공업은 36개월간 한국형 차기 구축함(KDDX) 기본설계를 수행하며 합참으로부터 잠정 전투용 적합 판정을 받았다. 무엇보다 KDDX 기본설계에는 미래함정 8대 특화 기술을 비롯한 29개의 최신 함정 기술이 적용돼 우리 해군의 작전능력을 대폭 향상시킬 것으로 기대된다.
HD현대중공업은 해외 함정 시장 수출에서도 우수한 기술력을 인정받고 있다. HD현대중공업은 1987년 뉴질랜드 군수지원함 '엔데버(Endeavour)함'을 시작으로 베네수엘라, 필리핀 등 세계 각국에도 함정을 수출해왔다. 한국이 지금까지 해외로 수출한 함정은 40여 척으로, HD현대중공업은 그 중 18척을 건조해 최다 수출 기록을 보유하고 있다.
HD현대중공업은 18척 중 7척을 인도했고, 필리핀 초계함과 원해경비함, 페루 호위함과 원해경비함, 상륙함 등 11척을 건조 중이다. 인도된 선박은 뉴질랜드의 ▲1만2천t급 군수지원함 엔데버함과 ▲2만6천t급 군수지원함 아오테아로아함, 방글라데시의 ▲600t급 해군용 경비함 마두마티함, 베네수엘라의 ▲1만t급 군수지원함 사우다드볼리바르함, 필리핀의 ▲2,600t급 호위함 호세 리잘함과 ▲2,600t급 호위함 안토니오 루나함, ▲3,200t급 초계함 미겔 말바르함이다.
지난 6월 HD현대중공업은 필리핀 해군으로부터 수주한 총 6척의 원해경비함 중 1번함인 '라자 술라이만(RAJAH SULAYMAN)함'을 성공적으로 진수했다. 지난 3월 진수한 필리핀 초계함 2번함 '디에고 실랑함'에 이은 올해 들어 두 번째 수출함정 진수식이었다.
라자 술라이만함은 길이 94m, 폭 14m, 순항속도 15노트(약 28km/h), 항속거리 5,500해리(10,186km)에 이르는 최신예 원해경비함으로 76mm 함포, 30mm 부포(副砲), 기만기(欺滿機) 발사체계, 탐색레이더, 전자광학추적장비 등 무기체계가 탑재된다. HD현대중공업은 후속함 5척도 순조롭게 건조해 2028년까지 순차적으로 인도할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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