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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데일리 정다슬 기자]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리사 쿡 연방준비제도(Fed·연준) 이사를 전격 해임했다. 쿡 이사는 연준 이사회에 임명된 첫 흑인 여성으로, 임기 중 대통령에 의해 해임되는 것은 이례적인 조치다. 뉴욕타임스(NYT)는 이를 두고 “연준의 정치적 독립성을 위협하는 초유의 사례”라고 평가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25일(현지시간) 자신이 소유한 소셜미디어(SNS) 트루스소셜에서 쿡 이사의 해임을 발표했다. 그는 “주택담보대출과 관련한 사기 의혹이 해임 사유”라며 “연준은 금리 결정과 금융 규제에 막대한 책임을 지고 있으며, 그 구성원의 정직성에 국민이 신뢰를 가져야 한다. “당신의 기만적이고 잠재적으로 범죄에 해당하는 금융 행위로 인해 국민은 연준에 대한 신뢰를 가질 수 없다”고 주장했다.
앞서 주택금융 감독기관인 연방주택금융청(FHFA)의 빌 펄티 국장은 쿡 이사가 대출 조건을 유리하게 받기 위해 금융 기록을 조작했다며 의혹을 제기하고 쿡 이사의 자진사퇴를 요구했다. 그는 이 사건을 법무부에 이첩했고, 현재 형사 수사가 진행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쿡 이사는 현재까지 해당 사안에 대해 기소되지 않았고, 법원에서도 유죄 판결을 받은 바 없다. 트럼프 대통령까지 나서 쿡 이사의 자진사퇴를 요구하자, 쿡 이사는 “압박에 굴복해 자진 사퇴하지 않겠다”며 “정당한 질문에 성실히 답변하고 사실을 밝힐 것”이라고 밝혔다.
연준 이사회는 통상 7명의 이사로 구성되며, 이들은 임기 동안 대통령으로부터 독립적으로 운영된다. 연준 이사의 임기는 법으로 보장돼 있으며, 대통령이 해임할 수 있는 권한은 ‘정당한 사유’가 있을 때로 제한돼 있다. 지금까지 연준 이사를 대통령이 임기 중 해임한 사례는 극히 드물며, 이번 조치는 향후 법적 논란으로 이어질 가능성도 있다. 쿡 이사의 임기는 2038년까지였다.
연준에 대한 정치적 보복이자, 중앙은행의 독립성을 약화시키려는 시도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이달 초 아드리아나 쿠글러 이사가 사임한 데 이어, 이번 쿡 이사의 해임으로 연준 이사회는 두 자리가 공석이 됐다. 트럼프 대통령은 스티브 미이런 백악관 경제자문위원회 위원장을 쿠글러 이사의 후임으로 지명한 상태다. 트럼프 대통령은 자신에게 충성도 높은 인사를 임명하는 것을 통해 연준의 금리 정책에 영향력을 끼치려고 할 것으로 보인다. 트럼프 대통령은 금리를 대폭 인하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한편, 트럼프 대통령과 펄티 국장은 최근 연준뿐 아니라 자신에게 비판적인 정치인들을 상대로도 주택담보대출 사기 혐의를 제기해왔다. 대표적으로 트럼프 대통령의 첫 임기 당시 의회 청문회를 주도했던 애덤 시프 민주당 상원의원, 그리고 트럼프 대통령의 민사사기 재판에서 유죄 판결을 이끌어낸 뉴욕주 법무장관 레티샤 제임스 등이 그 대상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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