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술 패권 전쟁이 심화하며 글로벌 혁신기업 육성에 대한 중요성이 부각되고 있다. 국내 산업 혁신 동력을 책임지는 중견·중소·스타트업·벤처기업은 한국 산업의 장기 경쟁력 확보를 위한 중요한 요소다. 불확실성이 팽배한 글로벌 경제 환경 속에서 국내 산업 혁신 지표를 형성하고 경제 역동성 엔진 역할을 하는 국내 기업들의 성장 과정과 리스크 등을 짚어본다. [편집자주]
| 한스경제=김종효 기자 | 국내 외식업계 디지털 전환을 이끌고 있는 테이블오더 플랫폼 티오더가 중대한 전환점을 맞이했다. 중소벤처기업부와 한국마이크로소프트(MS)가 협업해 진행하는 '마중 프로그램'에 최종 선정된 것이다.
'마중 프로그램'은 클라우드, 인공지능(AI) 및 머신러닝, 빅데이터, 사물인터넷(IoT) 등 첨단 기술을 활용하는 B2B 솔루션 기업의 기술 고도화와 비즈니스 성장을 지원하는 사업이다. 티오더는 테이블오더 기반 외식 디지털 전환 플랫폼으로서의 역할, 가맹점 데이터 수집 및 분석 기술, 광고 및 마케팅 연동 기능, 호텔과 레저 등 인접 업종으로의 확장성을 높이 평가받아 선정됐다.
이번 협력으로 티오더는 MS 애저(Azure) 크레딧을 비롯해 전문 기술 교육 세미나, 마케팅 지원, MS 글로벌 네트워크를 활용한 해외 판로 개척 기회까지 제공받게 된다. 이는 티오더가 기존 외식업 솔루션 기업에서 글로벌 빅테크 기업이 인정하는 기술력을 갖춘 데이터 기반 기술 기업으로 성장하는 중요한 발판이 될 것으로 예상된다.
업계에서는 이번 파트너십을 티오더가 직면한 재무적 도전과제와 해외 시장 확장이라는 두 가지 핵심 목표를 동시에 해결할 수 있는 전략적 돌파구로 평가한다. 지난해 대규모 영업적자와 완전자본잠식 상태에 빠지며 성장통을 겪은 티오더에게 마중 프로그램을 통해 확보한 애저 크레딧은 기술 인프라 구축 및 유지 비용을 절감하는 실질적인 효과를 제공한다. 또한 캐나다, 미국, 유럽 등으로의 진출을 모색하는 상황에서 MS의 글로벌 지원은 시장 진입과 안착에 강력한 동력을 제공할 것으로 보인다.
주문 시스템 이상의 거대한 플랫폼으로 성장한 티오더는 현재 전국 외식 매장에서 사용되며 올해 8월 기준 누적 결제액 10조원, 월평균 거래액 4600억원 이상을 기록하고 있다.
티오더의 시작은 2019년 외식업 현장에서 겪는 고질적인 불편함을 해결하려는 권성택 대표의 문제의식에서 비롯됐다. 성공한 연쇄 창업가인 권 대표는 7명의 창업 동료들과 함께 주문 누락, 인력난, 비효율적인 운영 등 외식업의 디지털 전환이 시급하다는 것에 공감하고 티오더를 설립했다.
이들의 핵심 목표는 테이블오더 기기 판매가 아니라 오프라인 매장의 디지털화를 통해 새로운 운영 기준을 만들고 고객에게 편리함을 제공하는 것이었다. 권 대표는 "제품을 많이 팔고 알리는 게 아닌, 티오더가 만든 서비스로 더 많은 사람이 편리함을 느끼고 더 나은 내일을 만드는 데 있다"는 경영철학을 강조해왔다.
초기 티오더는 성장 과정에서 여러 문제를 겪었다. 특히 방대한 데이터가 흩어져 있어 비효율이 극심했다. 에어테이블, 구글 시트 등 여러 도구를 활용하다 보니 월간 실적을 취합하는 데만 10일 가까이 소요될 정도였다. 이런 문제를 해결하고 '감'이 아닌 '데이터'에 기반한 의사결정 문화를 정착시키기 위해 티오더는 지난해 4월부터 세일즈포스 솔루션을 전면 도입하는 등 디지털 전환에 박차를 가했다.
데이터 기반 의사결정 문화 정착은 실질적인 성과로 이어졌다. 과거에는 영업 부진의 원인을 경험에 의존해 추정했다면 이제는 구체적인 데이터를 바탕으로 특정 지역과 고객 세그먼트를 겨냥한 맞춤형 프로모션을 기획하는 등 전략 수립 정확도가 높아졌다.
그 결과 마케팅 효율성이 극대화돼 리드에서 MQL(Marketing Qualified Lead)로의 전환율이 30% 상승하고 특정 채널의 고객 확보 비용(CPA)을 동일 예산 대비 84% 절감하는 성과를 거뒀다. 월간 실적 마감 시간은 3~5일로 대폭 단축되며 업무 효율성도 크게 향상됐다. 이런 혁신은 '적합한 인재를 적시에 채용'하고 '구성원의 성장이 곧 회사의 성장'이라는 인재 철학과 맞물려 2019년 7명에 불과했던 임직원 수가 현재 275명으로 매년 2배 이상 성장하는 기폭제가 됐다.
현재 국내 테이블오더 시장은 배달의민족, 야놀자, 토스 등 거대 플랫폼 기업들이 참전하며 경쟁이 격화되고 있다. 이 가운데 티오더는 약 60%의 압도적 시장 점유율로 부동의 1위를 차지하며 경쟁사 추격을 뿌리치고 있다. 누적 설치 태블릿 수는 20만대에 이르며 월간 사용자 수는 3500만명에 달해 명실상부한 시장의 리더로 자리매김했다.
티오더가 경쟁 우위를 지속할 수 있는 기반은 차별화된 기술력과 확장성이다. 티오더는 자체 개발한 '미들웨어' 기술을 통해 국내 대부분 POS 시스템과 제한 없이 연동된다. 이는 매장 운영 전반을 관리하는 플랫폼으로 확장하는 기반이 된다. 기술적 우위를 지키기 위해 티오더는 직원 40% 이상을 R&D 인력으로 구성하고 빅테크 기업 출신 인재를 대거 영입해 기술 개발에 집중하고 있다.
그러나 기술력을 기반으로 한 시장 경쟁은 날이 갈수록 더욱 치열해지고 있다. 배민오더는 자사 앱 연동과 QR코드 오더를 앞세워 태블릿 설치 비용이 없는 언택트 방식을 공략한다. 토스오더는 간편결제 시스템을 기반으로 시장에 진입하며 일정기간 주문 수수료를 무료로 제공하는 등 가격 경쟁을 유도하고 있다. 스타트업 메뉴잇은 배터리 교체가 가능한 무선 태블릿과 노후 부품 교체, 파손 기기 보상 등을 지원하는 '새로바꿈케어'라는 보험 서비스를 도입하며 하드웨어 및 서비스 측면에서 차별화를 꾀하고 있다.
이런 가운데서도 시장 점유율을 내주지 않는 티오더의 독보적 경쟁 우위는 창립 초기부터 지금까지 고수해온 '수수료 제로' 정책에서 비롯된다. 이는 시장에 만연한 불공정 영업 관행에 대한 강력한 메시지를 담은 전략적 승부수의 의의를 지닌 가격 정책이다. 티오더는 월 이용료 외 최초 설치비나 PG(결제대행) 수수료, 심지어 메뉴 사진 촬영 비용도 받지 않는다. 이는 일부 경쟁사들이 저렴한 월 이용료를 내세워 계약한 후 PG 수수료나 매출 수수액이라는 명목으로 추가 비용을 부과하는 방식과 대조적이다. 티오더는 "테이블오더 설치 이후 인건비보다 비용이 더 든다"는 잘못된 정보를 바로잡고 시장에 '올바른 기준'을 제시하겠다는 의지를 보이고 있다.
티오더의 '수수료 제로' 정책은 소상공인과 상생을 추구하는 경영 철학을 대변한다. 이는 실제 '피해업체 지원 활동'이라는 사회공헌 프로그램으로 구체화됐다. 티오더는 타 업체들의 문제로 피해를 입은 점주들을 위해 가격 할인, 일정 기간 무상 제공, 메뉴 사진 무료 촬영, 3년 무상 AS, 심야 고객센터 운영 등 파격적인 지원을 제공하고 있다. 단기적으로 재무적 부담을 가중시킬 수 있지만 시장 신뢰를 확보하고 '사장님 친화적'이라는 강력한 브랜드 이미지를 구축하는 핵심 전략인 셈이다. 단기적 수익성보다 장기적 생존과 성장에 무게를 둔 선택으로 평가받는다.
업계 관계자는 “티오더가 테이블오더 시장을 장악하는 것은 꾸준한 기술 발전도 있지만 무엇보다 ‘신뢰’라는 강력한 무기 때문이다. 소상공인과 신뢰를 구축하고 유지하기 위해 노력을 하는 모습에서 자연스레 고객 록인 효과를 가져올 수 있다”며 “재무적 위기에서도 초심을 잃지 않는 경영철학이 결국 ‘마중 프로그램’ 선정 등 전환점 발판을 만들어줬다고 볼 수 있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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