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런말저런글] 화적들의 등접것, 문장 칠적(七敵) 고발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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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말저런글] 화적들의 등접것, 문장 칠적(七敵) 고발합니다

연합뉴스 2025-08-26 05:55:01 신고

읽기 좋은 글을 쓰려면 피해야 할 버릇이 몇 가지 있습니다. 글쓰기 문제를 곰파는(곰파다. 사물이나 일의 속내를 알려고 자세히 찾아보고 따지다) 사람들의 조언을 좇아 봅니다. 미립(경험을 통하여 얻은 묘한 이치나 요령)이 난 이들의 가르침만큼 귀(貴)한 나침반도 없으니까요.

먼저 "화(化)"를 과하게 씁니다. 기자들은 기사화한다고 말합니다. 기사(로) 쓴다고 하면 되는데도요. 형해화(形骸化. 형상 형 뼈 해 될 화)는 말도 어렵습니다. 형해화됐다는 유명무실해졌다, 허울만 남게 됐다, 가치 없게 됐다고 하는 게 어떻습니까. 민주화, 대중화, 자동화처럼 꼭 써야 할 경우가 아니라면 화를 줄입시다. 말끝마다 "적(的)", 적 하는 것도 불편합니다. 독선적이다, 객관적으로 생각해라, 적극적으로 의견을 내다 하는 것 말입니다. 국민들, 대중들, 구성원들, 의견들, 생각들 하고 "들"을 들들들 볶는 것 역시 나쁜 습관입니다. 빼면 외려 읽기가 편해지리란 믿음을 가져봅니다. 나의 책 할 때 그 "-의"도 되도록 쓰지 않는 게 상책입니다. 정부의 정책은 정부 정책 하고 10여 명의 인원은 인원 10여 명 하는 식으로요.

나침반 나침반

[촬영 이상학] (연합뉴스 DB 자료)

"등(等)"은 글을 맥 빠지게 합니다. '등'을 넣으면 말하지 않은 것도 말한 것으로 인정받으리라는 착각은 당장 버립니다. 쓴다면 또한, 등 앞에 있는 것 외에 뭐가 더 있다고 하는 쓰임인지, 앞에 열거한 대상만을 한정하는 쓰임인지 분명히 합니다. 그리고 그러나 그런데 하지만 왜냐하면 같은 "접"속 부사도 멀리합니다. 없어도 맥락이 의미를 살려주니까요. 그렇다는 것이다, 저렇다는 것이다, 아니라는 "것"이다 표현도 과감히 포기합니다. 그렇다, 저렇다, 아니다로 충분할 때가 많습니다. 박재역은 책 『교열기자의 오답노트』에서 글 흐름을 방해하는 '화 적 들'을 반드시 진단하라고 말합니다. 문장을 지나치게 길게 쓴다 / 피동형 문장을 많이 사용한다 / 격조사를 지나치게 생략한다 / 관형어를 두 개 이상 나열하거나 수식어와 피수식어 간격을 멀리 한다 / 외래어나 외국어를 지나치게 많이 쓴다 / 번역투 표현을 반복적으로 사용한다 같은 예를 '좋지 않은 글 습관'으로 꼽으면서요. 실(實)한 나침판입니다. (서울=연합뉴스, 고형규 기자, uni@yna.co.kr)

※ 이 글은 다음의 자료를 참고하여 작성했습니다.

1. 박재역, 『교열기자의 오답노트』, 글로벌콘텐츠, 2017, pp. 100-102. 좋지 않은 글 습관 인용

2. 강원국, 『대통령의 글쓰기』, 메디치미디어, 2014

3. [이런말저런글] 어려운 말 먼 정부, 쉬운 말 가까운 정부 (송고 2025-04-30 05:55)

4. 표준국어대사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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