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썰 / 안중열 기자] 국회가 8월 25일 본회의에서 ‘2차 상법 일부개정법률안’을 의결했다. ‘더 쎈 상법’이라는 별칭이 붙을 만큼 지배주주 견제 장치가 강화된 이번 개정안은 재석 182명 중 찬성 180명, 기권 2명으로 가결됐다. 국민의힘은 표결에 불참했으며, 닷새간 이어졌던 필리버스터도 이날 종결됐다.
개정안의 핵심은 자산총액 2조원 이상 상장사에 대한 집중투표제 의무화와 감사위원 최소 2명 분리선출 확대다. 집중투표제는 주주가 가진 주식 수와 이사 선임 인원을 곱한 만큼의 의결권을 특정 후보에게 몰아줄 수 있어 소액주주의 이사회 진출 가능성을 넓힌다. 감사위원 분리 선출은 기존 1명에서 2명으로 강화돼 감사위원회의 독립성과 내부통제 기능을 높이는 목적이다.
더불어민주당은 이번 개정이 “코리아 디스카운트 해소의 출발점”이라고 강조했다. 정청래 대표는 “지배주주가 이사회를 독점하는 구조를 견제할 제도적 기반이 마련됐다”고 평가했다. 실제로 이날 코스피 지수는 전일 대비 1.3% 상승했고, SK스퀘어·롯데지주·CJ 등 주요 지주사 주가가 강세를 보였다. 시장은 지배구조 개선 기대감을 일정 부분 반영한 셈이다.
경제계는 즉각 반발했다. 대한상공회의소, 한국경영자총협회, 한국경제인협회, 중소기업중앙회, 한국중견기업연합회, 한국상장회사협의회, 한국무역협회, 코스닥협회 등 8개 경제단체는 공동 입장문을 통해 “경영권 분쟁과 소송 리스크가 급증할 수 있다”며 “글로벌 수준의 경영권 방어 장치 마련이 시급하다”고 주장했다. 이어 “경영 판단 원칙을 법에 명문화하고, 배임죄를 합리적으로 개선해야 한다”며, “차등의결권·포이즌필·황금주 등 보완 수단을 병행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과거 대한상의는 “이사의 충실의무 대상이 회사에서 주주로 확대된 것은 중장기 설비투자 같은 전략적 결정마저 소송으로 비화할 수 있다”고 비판한 바 있다. “기술력 있는 중소·중견기업이 외부 기업사냥꾼의 공격 표적이 될 것”이라는 우려도 거듭 제기됐다. 한국경영자총협회 역시 “깊은 우려와 유감을 표한다”며, “상법 개정이 아닌 자본시장법을 통한 합리적 대안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반면, 한국기업거버넌스포럼은 경제계의 우려를 “과도한 해석”이라고 일축했다. 해당 포럼은 “이사의 충실의무 대상을 회사에서 회사 및 주주로 확대하는 개정은 세계적 추세”라며 “경제단체들이 ‘주가 하락만으로 소송이 가능하다’는 허구적 시나리오를 부풀리고 있다”고 반박했다.
전문가들은 이번 개정으로 기업 현장의 변화가 불가피하다고 본다. 이사회에서는 지배주주의 독점력이 약화되고, 독립적 인사의 참여 여지가 커질 전망이다. 감사위원 2명 분리 선출도 상호 견제 기능을 높여 기업 내부통제를 강화할 것으로 보인다. 이에 따라 기업들은 ▲정관 및 내부 규정 정비 ▲감사위원 전문성 확보 ▲소액주주와의 소통 강화 ▲경영권 방어 전략 마련 ▲적극적 IR 활동 등 다각적 대응에 나설 필요가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이번 개정안은 공포 후 1년 뒤 시행된다. 자산총액 2조원 이상 상장사는 내년 주주총회부터 집중투표제를 의무적으로 적용받게 되며, 이에 따른 조직 개편과 내부 거버넌스 변화가 본격화될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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