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폴리뉴스 김승훈 기자] 한미정상회담을 앞두고 이재명 대통령은 중국특사단을 파견해 한중협력 관계를 다졌다.
이재명 대통령이 중국에 파견한 특사단이 24일(이하 현지시간) 베이징 조어대에서 중국 외교부장인 왕이 중국공산당 중앙정치국 위원 겸 중앙외사공작위원회 판공실 주임을 만나 이 대통령의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 앞 친서를 전달했다.
당초 왕이 부장과의 면담은 25일로 예정되어 있었으나 시진핑 주석이 특사단을 직접 만나지 않기로 하면서 '패싱' 논란이 불거질 것을 관리하기 위한 행보로 해석된다. 특히, 전날 이 대통령과 이시바 시게루 일본 총리간 한일 정상회담에서 한일·한미일 협력을 강화하기로 하고 25일 한미 정상회담까지 이어지자 대응에 나선 것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특사단은 10월 말 경주 APEC 회의에 시 주석을 초청했고, 왕이 부장은 새 정부가 특사단을 중국에 파견하고 한·중 관계 발전에 관한 메시지를 전달해 준 데 대해 깊은 사의를 표하면서 "중·한 관계가 올바른 궤도를 따라 안정적으로 멀리 나아갈 수 있도록 추진해야 한다"고 말했다.
시진핑 '패싱' 논란 의식?…왕이, 하루 앞당겨 특사단 면담
특사단 "한중 전략적 협력 동반자 관계 발전 추진"
외교부는 25일 중국 특사단이 지난 24일 왕이 부장과 만찬을 갖고 한중관계 발전 방향에 관한 이 대통령의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 앞 친서를 전달했다고 밝혔다.
박병석 전 국회의장을 단장으로 하는 특사단은 한중 수교 33주년 기념일인 전날 왕 부장을 만나 새 정부는 한미동맹을 지속적으로 발전시켜 나가는 가운데 국익과 실용에 기반해 '한중 전략적 협력 동반자 관계'의 성숙한 발전을 추진할 것이라고 했다.
당초 왕이 부장과 면담은 25일로 예정되어 있었다. 하지만 시진핑 주석이 특사단을 직접 만나지 않는다는 사실이 공개되자 '패싱' 논란이 불거질 것을 차단하기 위해 한중수교 33주년 기념일인 24일 왕이 부장이 서둘러 특사단과 만찬을 가진 것이라는 해석이 나왔다.
더구나 24일 이재명 대통령과 이시바 총리의 한일 정상회담에서 한일 한미일 협력을 강화하기로 한 것도 영향을 준 것으로 보인다.
특사단은 박 전 의장을 비롯해 김태년 더불어민주당 의원, 박정 민주당 의원, 노재헌 동아시아문화센터 이사장으로 구성됐다.
양측은 올해 10월 경주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의 성공적 개최와 내년도 APEC 의장국으로서 중국의 역할과 관련해 상호 긴밀히 협력하기로 했다.
또, 특사단은 경주 APEC 정상회의 계기 시 주석의 방한을 요청했으며, 양측은 이와 관련해 긴밀히 소통하기로 했다.
이에 왕 부장은 한국의 새 정부가 특사단을 중국에 파견하고 한중관계 발전에 관한 메시지를 전달해 준 데 대해 깊은 사의를 표하고, 대통령의 친서를 시 주석에게 신속하게 보고하겠다고 전했다.
아울러 양측은 양국 국민의 삶에 실질적으로 기여하는 한중 전략적 협력 동반자 관계를 만들어 나가자는 데 공감하고 인문교류, 경제협력, 공급망 등 분야에서 국민이 체감할 성과를 함께 만들기로 했다.
또한 양국 관계의 장기적이고 안정적인 발전을 위해 민의(民意)의 기반을 강화해 나가야 한다는 데 공감했다. 박 단장은 서울대-북경대 간 합동 연구 등 방식을 통해 양 국민 간 우호정서 악화의 원인과 그 제고 방안에 대해 긴밀히 논의할 것을 제안했고, 왕 부장도 이에 적극 협조하겠다며 화답했다.
특사단은 서해 문제를 포함한 상호 관심사를 존중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중국은 심해 연어 양식 시설이라며 서해 잠정조치수역에 일방적으로 구조물을 설치했다.
특사단은 또 중국 내 우리 국민들의 안전과 권익 보호와 광복 80주년을 맞아 중국 내 사적지 관리·보존을 위한 중국 측의 각별한 협조를 당부했다.
특사단은 북한의 핵과 미사일 도발에는 단호히 대응하되, 군사적 긴장완화와 신뢰구축 조치를 통해 남북 간 대화와 교류를 재개하고 한반도 평화와 공존의 길을 열어나가고자 한다며 북핵 문제 해결과 한반도 평화의 실질적 진전을 위한 중국의 지속적인 건설적 역할을 당부했다.
왕 부장은 한반도 문제에 대한 중국의 입장에는 변함이 없다며 한반도의 평화·안정을 위해 한국의 새 정부와 협력해 나가길 희망한다고 했다.
왕이 "양국 공동 이익 확장" 中 "韓, '하나의 중국 존중' 언급"
중국 외교부도 이날 특사단과 왕이 부장의 면담 내용을 공개했다.
왕이 부장은 "양측이 수교의 초심을 지키고 우호적인 방향을 확고히 하며 공동 이익을 확장해야 한다"면서 "국민 감정을 개선하고 민감한 문제를 적절히 처리해 중·한 관계가 올바른 궤도를 따라 안정적으로 멀리 나아갈 수 있도록 추진해야 한다"고 말했다고 중국 외교부가 밝혔다.
또 "중국과 한국은 국제 자유무역 체계를 함께 수호하고 무역보호주의에 공동으로 반대하며 다자주의 이념을 실천하고 유엔(UN) 등의 틀 내에서 소통과 협조를 강화해 지역과 글로벌 도전에 효과적으로 대응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중국 외교부는 특사단장인 박 전 의장이 '하나의 중국' 원칙에 대한 존중 입장을 밝혔다고 전했다.
박 전 의장은 "한국은 언제나 '하나의 중국' 입장을 존중하며 중국 등 주요 대국과의 관계를 병행 발전시키고 지역의 평화·안정, 발전·번영을 함께 유지하기를 원한다"고 말했다고 전했다.
다만 이 같은 발언은 특사단과 왕 부장 면담 당시 언론에 공개된 모두발언에 포함돼있지 않았고 한국 외교부가 발표한 왕 부장 면담 결과 보도자료에도 들어있지 않았다.
특사단 "한중 FTA 2단계 협상"…中 "양국 중요한 파트너"
한편, 특사단은 25일 왕원타오 중국 상무부장과 한중 경제협력 관계에 대해 논의했다. 이날 면담은 당초 이날 예정돼있던 왕이 부장과의 면담 일정이 전날 만찬으로 앞당겨지면서 추가됐다.
박 전 의장은 면담에서 "수교 33주년 동안 양국은 괄목할 만한 성장을 이뤘고 성장의 토대는 경제·무역 관계의 발전이었다"며 "중국은 우리의 제1교역국이 됐고 우리는 중국의 제2의 교역국이 됐다"고 평가했다.
이어 "그러나 지금 미국발 통상 전쟁이 글로벌 통상 질서를 재편하고 있다"며 "양국이 협력의 모멘텀을 유지하고 긴밀한 소통을 통해 공동의 이익을 추구해 나가는 것이 더욱 중요한 시기"라고 강조했다.
박 전 의장은 "양국 관계가 지금까지 수직적 관계였다면 이제는 수평적 관계가 될 것으로 생각한다"면서 "희토류를 비롯한 핵심광물에 대한 공급망을 활성화시키길 희망한다"고 말했다.
아울러 한·중 자유무역협정(FTA) 2단계 협상의 조속한 타결을 원한다는 뜻도 전했다.
이날 왕 부장은 "지난해 양국 무역액은 3820억 달러(약 530조원)를 돌파했고 한국은 일본을 제치고 중국의 2대 무역 파트너국이 됐다"면서 "양국은 서로에게 중요한 이웃나라이고 파트너"라고 강조했다.
특히 "중국은 대(對)한국 무역적자를 기록하고 있다"며 자국이 지난해 353억 달러(약 49조원)의 적자를 기록하고 있다는 점을 언급하면서도 "우리는 이 적자에 대해 기쁘게 생각한다"고 말했다.
한편, 특사단은 오는 27일까지 중국에 머물면서 중국 측 주요 인사들을 면담할 예정이다. 25일 전직 주한 중국대사 오찬에 이어 왕원타오 상무부장과 한·중 경제협력 관계에 대해 논의하고 현지 기업인 및 교민단체 대표들과 만찬간담회를 갖는다.
또 26일에는 한정 국가부주석 및 중국 국회의장격인 자오러지 전국인민대표대회 상무위원장과 각각 면담할 예정이다.
한미일 협력 불편한 中 "韓, 전략적 자주성 갖춰야"
한편, 중국 관영매체 환구시보·글로벌타임스는 25일 사설을 통해 "한국이 전략적 자주성을 갖춰야 중국을 포함한 국제사회의 진정한 존중을 받을 수 있다"고 주장했다.
사설은 "지난 몇 년간 한중 관계는 수교 이후 본 적 없는 저점에 이르렀다"면서 "전임 윤석열 정부 때 한국 외교정책은 중국의 핵심 이익과 관련 있는 민감한 문제 등에서 전임 정부와 다른 입장을 취했다"고 말했다.
이어 "양국 간 정치적 상호 신뢰가 심각히 침해됐고 양자관계도 한파를 맞이했다"면서 "근본 원인은 (미국 등) 외부 세력의 구조적 영향이지만, 한국 자신의 대중국 인식 상 오류도 있었다"고 지적했다.
매체는 "새 정부가 들어선 뒤 여러 차례 대중국 관계를 중시한다는 적극적 태도를 표명했다"며 "한중 양국은 사회제도와 발전 상황 등이 다른 만큼 이견이 있는 건 정상적이지만, 관건은 양측이 시종 서로의 핵심 이익과 중대 관심사를 존중하는 데 있다"고 강조했다.
이어 "한중 관계가 제3국을 겨냥하지 않는 동시에 제3국의 제약을 받아서도 안 된다"면서 "한국이 전략적 자주성을 갖춰야 중국을 포함한 국제사회의 진정한 존중을 받을 수 있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새 정부가 정치적 지혜와 전략적 통찰을 보여주기를 기대한다"면서 "양자관계가 다시 건강하고 안정적인 발전 궤도로 돌아오도록 추진해주기를 바란다"고 당부했다.
이날 사설은 25일 예정된 이 대통령과 트럼프 대통령의 한미 정상회담을 염두에 둔 것으로 해석된다.
대만해협을 둘러싼 미국과 중국 간 신경전이 고조되는 가운데 트럼프 행정부는 '동맹 현대화'를 앞세워 주한미군을 중국 견제 목적으로 활용하려 하고 있다. 즉, 한국 정부를 향해 중국의 핵심 이익인 대만 문제에 관여하지 말 것을 요청하기 위한 사설이라는 의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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