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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벨경제학상 수상자인 제임스 A. 로빈슨 미국 시카고대 교수는 25일 서울 고려대 대강당 김양현홀에서 열린 ‘제10회 넥스트 인텔리전스 포럼(NIF)’에서 “북한은 일부 지배층, 개인에 의해 지배되는 착취적인 경제 제도를 가지고 있다”며 “소수의 군사 엘리트와 지배층이 대중을 지배하고 정치가 경제를 좌우하는 구조”라고 분석했다. 공산주의는 물론 자본주 국가에서도 착취적 제도를 택할 수 있다고 로빈슨 교수는 강조했다.
NIF는 올해 고려대 개교 120주년을 맞이해 사회 저명인사를 초청해 특강을 진행하는 학술행사다. 이날 행사는 고려대 정경대학 70주년을 기념하는 행사이기도 했다.
이날 로빈슨 교수는 ‘제도, 정치 그리고 경제성장(Institutions, Politics and Economic Growth)’을 주제로 한 강연에서 한반도는 제도를 중심으로 경제적 성장을 연구하는 관점에서 ‘자연 실험(natural experiment)’과 같다고 했다. 남북한은 분단 이전까지 △유교적 문화 △비슷한 음식과 언어 △정치제도 △언어 등 모든 것이 거의 같았지만, 휴전 이후 서로 다른 제도를 선택하면서 ‘대분기’라고 할 만한 현재의 격차가 발생했다는 것이다.
그는 마이크로소프트(MS)의 창업자인 빌 게이츠와 멕시코 최고 부호로 꼽히는 카를로스 슬림의 차이도 제도에서 찾았다. 둘 다 미국과 멕시코에서 손 꼽히는 자산가이자 성공한 사업가지만 그들이 돈을 번 방식은 완전히 달랐다는 점에 주목했다. 로빈슨 교수는 “미국의 특허와 경쟁을 보장하는 미국의 포용적인 제도 하에서 게이츠는 독점이나 불공정한 이익 추구보다 혁신과 사회적 가치 창출에 집중했다”면서 “반면 슬림이 속한 멕시코의 찾취적 제도에서는 엘리트가 사회적 이익보다 자신의 이익을 더욱 쉽게 추구할 수 있었다”고 지적했다. 각각의 성공이 사회에 미치는 영향도 혁신과 독과점으로 다르게 나타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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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빈슨 교수는 한국의 경제적인 발전 뿐 아니라 혁신과 창의성에 대해서도 높이 평가했다. 그는 “인구 대비로 보면 한국은 세계에서 가장 혁신적인 곳일지도 모른다”라며 “스마트폰, 자동차뿐 아니라 지적 생산물에서도 뛰어난 결과를 보여준다. 여러분이 지금 있는 이곳은 세계 최고의 장소 중 하나”라고 극찬했다.
이어 “(개인적으로) 더 흥미롭게 느끼는 점은 한국에 창조 정신이 살아있다는 점”이라며 “한국 사람들은 천천히 성장한다고 해도 배, 자동차, 반도체, 선박 등 무엇이든 만들어 냈다”며 “음악, 미용, 엔터테인먼크 산업까지 길을 걷다 보면 K-뷰티와 K-컬처를 접할 수 있다”고도 했다. 그는 “내 아들도 K-팝에 빠져 있다”며 “이같은 한국의 문화는 사회 변화의 상징이면서 한국의 발자취가 세계적인 현상으로 나타나고 있는 것을 보여준다”고 평가했다.
한편, 로빈슨 교수는 지난해 제도의 형성과 국가 번영에 미치는 영향에 대한 연구로 대런 아세모글루·사이먼 존슨 매사추세츠공대(MIT) 교수와 노벨 경제학상을 공동 수상했다. 아세모글루 교수와 ‘국가는 왜 실패하는가’라는 책을 집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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