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뉴스투데이 김진영 기자] 국내 채용 플랫폼 시장의 무게중심이 AI로 빠르게 옮겨가고 있다. 공고 나열 중심 시대는 저물고, 인공지능(AI) 기반 매칭과 데이터 활용이 경쟁력의 핵심으로 자리 잡았다. 저출산과 공채 폐지 분위기로 채용 방식이 바뀌면서 기업은 즉시 투입 가능한 인력을, 구직자는 더 정교한 추천을 요구하는 가운데 기술 격차가 플랫폼 판도를 가를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채용시장은 이미 모바일 중심으로 재편됐다. 구직 활동의 85% 이상이 앱 기반으로 이뤄지며 사용자 경험이 플랫폼 경쟁력을 좌우하는 핵심 지표로 부상했다.
모바일인덱스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 사람인의 월간 활성 사용자(MAU)는 921만명으로 잡코리아(761만명)보다 160만명 많았다. 오픈서베이 조사에서도 구직자의 65%가 ‘지원 편의성’, 58%가 ‘매칭 정확도’를 꼽았다. 두 요소 모두 기술 수준과 직결된다.
시장 변화는 단순한 기술 트렌드 이상의 구조적 요인과 맞물려 있다. 저출산·고령화로 신규 인력 유입이 줄어든 상황에서 공채가 사라지고 상시·수시 채용이 확산되면서 이직이 일상화됐다. 프로젝트형 채용이 늘면서 기업은 즉시 투입 가능한 인력을 선호하고, 플랫폼의 핵심 경쟁력은 빠른 매칭과 개인화 추천으로 이동하고 있다.
먼저 사람인은 일찌감치 AI 중심 전략에 속도를 냈다. 2023년 AI 추천 기능을 도입한 데 이어 지난해 말에는 공고 문구를 분석해 직무 적합성을 자동 보완하는 ‘AI 공고 코칭’을 선보였다. 구직자 대상 AI 자기소개서 생성 기능도 고도화했다. 올해는 기업 맞춤형 인재 구독 서비스를 확대하며 채용 전 과정을 자동화하는 전략을 강화했다.
잡코리아도 AI 추천 기능을 적용하고 있으나, 전략의 무게는 콘텐츠 차별화에 실리고 있다. 취업 Q&A, 기업 리뷰 등 커뮤니티 강화와 영상 채널 ‘잡코리아TV’를 통한 기업 인터뷰·취업 가이드 제공이 대표적이다. 브랜드 충성도를 높이는 방식이지만, 즉시 매칭과 지원 효율성을 중시하는 최근 트렌드와는 간극이 있다는 해석도 나온다.
업계 관계자는 “AI 기반 매칭은 채용 소요 기간을 줄이고 정확도를 높이는 데 효과적”이라며 “데이터 기반 추천과 기업 전용 솔루션은 B2B 매출 확대에도 유리하다”고 말했다. 이어 “커뮤니티는 체류 시간을 늘릴 수 있지만, 구직자가 체감하는 ‘속도’는 결국 기술이 좌우한다”고 덧붙였다.
외국인 채용도 새로운 성장축으로 주목받고 있다. 사람인은 전용 플랫폼 ‘코메이트(KoMate)’를 통해 다국어 지원과 비자 조건 필터링, 대행 서비스를 제공하며 프로세스를 단축했다. 잡코리아는 ‘KLiK’ 플랫폼에서 AI 추천과 네트워킹 이벤트를 결합해 관계 중심 전략을 강화했다. 글로벌 인재 확보 경쟁이 치열해지면서 이 시장이 향후 매출 성장의 중요한 축으로 작용할 것이라는 관측도 제기된다.
성과 격차는 숫자에서 확인된다. 네이버 검색 트래픽에서 사람인은 4423만 건으로 업계 1위, 잡코리아는 2828만 건이다. 사람인HR은 2025년 2분기 매출 315억원을 기록했다. 잡코리아를 운영하는 마크로밀엠브레인의 같은 기간 매출은 약 204억원 수준이다. 수익모델도 뚜렷하게 대비된다. 사람인은 AI 추천 기반 채용 솔루션과 기업용 패키지를 확대하며 구독형 모델 비중을 키우고 있다. 잡코리아는 채용공고 광고와 옵션 상품이 주력이지만, 교육 콘텐츠와 영상 홍보 등 부가서비스 강화에 나서고 있다.
차별화 전략도 선명해졌다. 사람인은 국민연금·고용보험 등 공적 데이터와 검색 필터를 결합해 ‘정확한 매칭’에 집중했지만, 잡코리아는 취업 Q&A, 기업 리뷰, 영상 콘텐츠를 앞세워 커뮤니티 락인(Lock-in) 전략을 강화하고 있다. 데이터 기반 매칭과 커뮤니티 중심 충성도 확보, 두 축의 대비가 명확해졌다는 해석이다.
이 같은 배경에는 AI 기반 서비스 혁신과 모바일 최적화가 있다. 오픈서베이에 따르면 구직자가 플랫폼을 선택할 때 가장 중시하는 요소는 지원 편의성(65%), 매칭 정확도(58%), 모바일 접근성(54%)이다. 이력서 기반 개인화 추천과 AI 공고 코칭, UI 개선으로 이를 충족한 점이 강점으로 꼽힌다.
잡코리아는 커뮤니티와 브랜드 충성도를 기반으로 차별화를 이어가고 있지만, AI 고도화 속도에서 차이가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이에 매칭 효율성에서 격차가 확대됐다는 진단이 제기된다. 기업들은 채용 일정 단축과 추천 정확도를 핵심 요건으로 꼽는데 여전히 공고 단위 상품과 옵션 중심의 매출 구조 비중이 크다는 평가다.
이 틈새를 노린 후발주자도 속도를 내고 있다. 원티드는 AI 기반 커리어 성장 서비스를 앞세워 IT·스타트업 직군에서 영향력을 넓히고, 리멤버는 명함 데이터 기반 네트워크로 경력직 시장을 공략한다. 글로벌 플랫폼 링크드인도 한국어 서비스 고도화와 로컬 파트너십 확대에 나서고 있다. 그럼에도 20년 이상 축적한 기업 DB와 중소기업 네트워크는 여전히 양대 플랫폼의 방어막이다.
HR테크 업계 한 관계자는 “채용 플랫폼 경쟁의 무게중심은 ‘정보량’에서 ‘기술력과 데이터 신뢰도’로 빠르게 이동하고 있다”며 “AI 인터뷰, 커리어 코칭 등 채용 전 과정에 인공지능이 결합하는 속도는 더 빨라질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AI는 더 이상 부가 기능이 아니라 채용 플랫폼의 핵심 인프라가 됐고, 결국 데이터와 기술을 얼마나 빠르게 내재화하느냐가 승부를 가를 것”이라고 부연했다.
Copyright ⓒ 이뉴스투데이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본 콘텐츠는 뉴스픽 파트너스에서 공유된 콘텐츠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