李대통령 "국힘 대표 선출되면 대화해야" 鄭 "與대표로서 궂은 일 할 것"
여야 대표 불러 정상회담 성과 설명 가능성…與일각 "대통령 앞에서 악수할지도"
(서울=연합뉴스) 이슬기 기자 = 이재명 대통령이 24일(현지시간) 미국 워싱턴DC로 향하는 전용기에서 예정에 없던 깜짝 기자간담회를 통해 국민의힘과의 대화 의지를 내보이면서 사실상 단절 상태에 놓인 여야 간 협치에 물꼬가 트일지 주목된다.
여야 관계는 '내란과의 전쟁'을 선포한 더불어민주당 정청래 대표 체제 출범 이후 공식 석상에서 악수도 나누지 않을 정도로 얼어붙은 상태다.
하지만 이 대통령이 국정 최고 책임자로서 국민의힘과 대화에 나서겠다고 밝힌 만큼 여야의 대치 전선에도 '해빙'의 계기가 마련될 수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정치권 안팎에서는 이 대통령이 귀국 후 여야 지도부를 불러 한미 정상회담 경과와 성과 등에 관해 설명하는 자리가 생긴다면 자연스레 정 대표와 국민의힘 새 지도부가 모처럼 악수를 나눌 기회가 생기지 않겠느냐는 전망도 나온다.
25일 정치권에 따르면 이 대통령은 이날 전용기 간담회에서 국민의힘 차기 대표 선거가 반탄(윤석열 전 대통령 탄핵 반대)파 후보 간 대결로 압축된 것과 관련해 "일단 공식적인 법적 야당 대표가 절차를 거쳐 선출되면 대화해야 한다"며 "정청래 여당 대표의 입장과 대통령의 입장은 다르다"고 말했다.
이 대통령은 "지금 상황도 그렇고, 정 대표는 당 대 당으로 경쟁하는 입장이지만 저는 양자를 다 통합해서 국민을 대표해 대한민국 전체를 지휘해야 될 입장이니 (정 대표와는) 좀 다를 수 있다"고 밝혔다.
새 야당 지도부의 정치적 견해가 집권 여당과 판이하더라도 대통령이라면 이들을 선출한 국민을 의식해 대화에 나서야 한다는 뜻으로 해석된다.
이는 민주당의 지난 8·2 전당대회에서 '슈퍼 여당'의 지휘봉을 쥔 정 대표의 입장과는 다소 온도 차가 있다.
정 대표는 이 대통령 발언이 알려진 이후 페이스북에 "대통령은 대한민국 대통령으로서 여야를 다 아울러야 한다. 나는 여당 대표로서 궂은일, 싸울 일을 하는 것이다. 따로 또 같이"라고 적었다.
'내란과의 전쟁'을 기치로 내걸고 당권을 잡은 정 대표는 국민의힘을 향해 연일 날 선 비판을 쏟아내고 있다.
그는 "통합진보당 해산 사례를 볼 때 국민의힘은 열 번, 백 번 해산시킬 수 있다고 생각한다"고 직격하거나 "다시 '윤석열당'을 만들어 계엄 하자는 건지, 뭐 하자는 건지 도대체 알 수가 없다"며 국민의힘 전대 분위기를 비난하기도 했다.
국민의힘과 멀찍이 거리를 두는 정 대표의 시각은 행동에서도 드러난다.
그는 당 대표 취임을 전후로 국민의힘을 향해 '진정한 반성과 사과'를 요구한 이후로 실제로 공식 석상에서 송언석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 겸 원내대표와 악수한 적이 없다.
이처럼 여야의 대화가 사실상 끊어진 사이, 민주당은 국회 본회의에서 방송 3법, 노란봉투법(노조법 2·3조 개정안), 2차 상법 개정안 등을 국민의힘 표결 참여 없이 줄줄이 통과시켰다. 모두 전임 정부에서 거부권에 막혀 폐기된 법안들이다.
민주당의 강경한 대야 입장 이면엔 정 대표를 당 대표로 밀어 올린 친여 지지층의 정치적 요구가 깔려 있다.
강경 지지층의 지지를 업고 당선된 만큼 여권의 말대로 '완전한 내란 종식'이 이뤄지거나 12·3 계엄 등에 대한 국민의힘 측의 반성·사과가 있기도 전에 국민의힘을 국정 파트너로 인정할 수는 없다는 것이다.
특히 다음 달 막이 오르는 정기국회에선 검찰·언론·사법개혁을 둘러싼 치열한 입법 전쟁이 예고돼 있다. 여야가 사활을 걸고 다투는 법안들이 국회의 최종 문턱을 넘으려면 8월 임시국회에서 쟁점 법안을 통과시킬 때보다 더한 진통이 예상된다.
여당 의석이 절대다수인 입법 지형에서 개혁 입법을 하나하나 완수하려면 지지층의 호응을 우선 염두에 둬야 하는 만큼 정 대표로선 쉽사리 야당과 타협할 수 없을 것이라는 관측이 우세한 실정이다.
다만 국정 운영의 총책임자인 이재명 대통령이 직접 대화에 나설 경우엔 상황이 달라질 수 있다는 분석도 제기된다.
한미정상회담을 마친 이 대통령이 외교·안보·경제 등 각종 현안에 여야의 초당적인 협력을 구하는 자리가 마련될 경우, 정 대표도 국민의힘과 형식적일지라도 손을 맞잡을 수밖에 없지 않겠느냐는 것이다.
당 핵심 관계자는 연합뉴스와 통화에서 "원칙적인 입장은 반성·사과 없는 국민의힘과 악수하지 않겠다는 것이지만, 대통령이 야당과 악수해야 한다고 하면 정 대표도 (악수를) 할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박수현 수석대변인은 "정 대표가 (국민의힘과) 악수하지 않겠다고 한 발언은 실제 악수를 안 하겠다는 게 아니라, 제1야당이 내란, 불법 계엄 등에 대해 동조하는 듯한 대화를 단절함으로써 여당과 대화할 수 있는 자격을 갖춰달라는 정중한 요청"이라고 말했다.
박 수석대변인은 이 대통령과 정 대표의 시각차에 대해 "만약 대통령께서 정 대표의 현재 스탠스를 놓고 비판적인 어조로 말하고자 했다면 '여당 대표의 말이 대통령 입장과 달라서야 되겠나'라고 말씀하시지 않았겠나"라고 언급했다.
그러면서 "집권 여당으로서 국가 비전과 민생을 책임지는 무한한 책임을 생각할 때, 어떻게 분위기를 바꿔 나가야 할지는 앞으로의 문제"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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