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연금 개혁만으로 노후소득보장 ‘부족’···퇴직연금 등 모든 제도 고려해야

▲ 시민들이 출근을 위해 지하철을 기다리고 있다. 사진=이기봉 기자

투데이코리아=이기봉 기자 | 지난 3월 국민연금법 개정으로 보험료율과 소득대체율이 단계적으로 각각 13%, 43%까지 상향 조정되지만, 국민의 노후소득 보장을 위해선 국민연금뿐만 아니라 활용할 수 있는 모든 제도를 고려해야 한다는 제언이 나왔다.
 
25일 국민연금공단에 따르면, 정창률 단국대 사회복지학과 교수는 최근 국민연금연구원의 연금포럼(2025년 여름호)에 ‘국민연금 모수적 개혁 이후 구조개혁 과제 검토’ 보고서를 통해 “국민연금만을 정책 의제로 놓고 연금개혁을 논의해서는 최적의 방안을 도출할 수 없다”고 분석했다.
 
정 교수는 기초연금과 퇴직연금 제도의 도입과 발전으로 국내 노후소득보장제도를 논의할 때 국민연금뿐만 아니라 다른 제도들까지 고려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현재 GDP(국내총생산) 1%에 육박하는 연 지출이 필요한 기초연금과 기금규모가 400조원을 초과하는 퇴직연금 제도를 무시하고 전체적인 노후소득보장 정책을 설계할 수 없다”며 “이에 대한 합의 없이 특정 전문가나 정부 부처가 설정한 방향으로 각 제도가 각기 논의되고 운영된다면 정책의 합리성이나 정합성은 담보될 수 없다”고 지적했다.
 
이어 “국민연금에 가입할 기회가 제한되었던 세대를 대상으로 설계된 기초연금 제도를 앞으로 어떻게 유지할 것인지와 실질적인 노후소득보장 기능을 전혀 하지 못하고 있는 퇴직연금 제도를 무엇부터 개선해나가야 하는지 정책 과제를 도출하고 대안을 마련할 준비가 필요하다”고 역설했다.
 
특히 정 교수는 지난 2022년 퇴직연금 보험료 수입이 57조원에 육박하는 데도 불구하고 실질적인 노후소득보장 기능을 수행하지 못하고 있는 것은 퇴직연금 제도 설계 자체에 문제가 있다고 판단했다.
 
그는 “퇴직연금은 일시금과 연금을 택일할 수 있도록 하는데, 절대 다수가 일시금을 선택해 노후소득으로 연결되지 않는 제도적 한계가 있다”며 “지난 10여년간 국민연금 기금 수익률은 연평균 5% 후반이지만, 퇴직연금은 연평균 2% 초반으로 저수익 문제가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퇴직연금의 개혁은 제도 개혁 면에서는 중간정산·규제 해지 강화 등 제도 개선을 통해 실질적인 연금제도로서 역할을 할 수 있는 방안을 도입할 필요가 있다”며 “지배구조 개편 면에서는 기금형 지배구조를 도입해 구조적으로 전문가들이 투자 결정을 하도록 해 수익률을 높이기 위한 방안이 도입되어야 할 것”이라고 언급했다.
 
아울러 퇴직연금 제도가 역할을 충실히 한다면 18~20%의 소득대체율을 기대할 수 있다고 말했다.
 
그는 “한국은 퇴직연금 제도가 법정제도로서 존재하고 있어 공적 역할을 충실히 수행하는 제도가 되면 국민연금을 보완하는 제도로서 역할을 할 수 있다”며 “퇴직연금이 국민연금처럼 운영되는 경우 18~20%의 소득대체율을 제공할 수 있을 것”이라고 재차 강조했다.
 
그러면서 “국민연금 개혁을 위해 각 제도들이 서로 연계되어 있으므로 노후 소득보장의 청사진을 큰 틀에서 설정하려는 노력이 선행되어야 한다”며 “연금 구조개혁 논의는 정부 부처 중심이 아니라 범정부 차원에서 논의되는 것이 타당하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