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사단체, 작사·작곡가 친일 행적 지적…가곡 '가고파'도 대체
(광주=연합뉴스) 장아름 기자 = 오는 9월 광주에서 열리는 한-일 친선 음악회를 앞두고 공연곡 일부가 친일 논란으로 제외됐다.
광주예술의전당은 다음 달 3일 전당 대극장에서 개최되는 '한·일 수교 60주년 기념 한-일 친선음악회' 프로그램 중 가곡 '선구자'(작사 윤해영·작곡 조두남)와 '가고파'(작사 이은상·작곡 김동진)를 제외했다고 25일 밝혔다.
전당은 일제강점기 친일 행적으로 비판받는 인물들의 곡을 광주 공공기관이 주최하는 행사에서 연주하는 것이 부적절하다는 민원이 제기돼 검토 끝에 두 곡을 배제하기로 했다.
대신 도니제티의 오페라 '사랑의 묘약' 대표곡인 '남 몰래 흘리는 눈물'과 푸치니의 오페라 '토스카' 중 '별은 빛나건만'을 대체곡으로 공연할 예정이다.
윤해영은 일본이 세운 괴뢰국 만주국을 찬양하는 글을 쓰고 조두남은 일본의 징병제를 찬양하는 군가풍 가요를 작곡한 것으로 뒤늦게 알려지면서 1990년대부터 친일 논란을 빚었다.
이들의 노래 '선구자'는 국민 가곡으로 사랑을 받았으나 시민 항의가 잇따르면서 2015년 서울 현충원 국립묘지 정자에 있던 노래 가사 나무패가 철거되기도 했다.
작곡가 김동진이 1933년 학생 시절에 전편을 작곡한 '가고파' 역시 한국 가곡의 효시이자 국민가곡 중 하나로 꼽혔지만, 그의 만주국 교향악단 활동 이력이 드러나면서 고향인 경남을 중심으로 추진되던 기념사업이 취소됐다.
김순흥 민족문제연구소 광주지역위원장은 "1965년 을사년 한일 협정은 우리 정부가 식민 지배 관련 청구권을 포기한 굴욕적 외교"라며 "이를 민주·인권·평화 도시 광주에서 기념하는 것도 모자라 친일 음악을 공연하려 하는 것은 온당치 않다"고 말했다.
그는 "더군다나 선구자는 노래 자체 논란이 큰 곡"이라며 "원곡인 '용정의 노래' 가사와 작사·작곡자의 활동으로 볼 때 선구자는 독립운동가가 아니라 식민지 개척의 첨병 역할을 한 이들을 지칭하는 표현이라고 해석하는 학자들이 많다"고 지적했다.
광주예술의전당 관계자는 "선구자가 국민에게 사랑받는 가곡이기도 하고 독립운동으로 조국을 찾겠다는 노랫말이 담겨 선정했으나 원곡 등에 논란이 있다는 것을 뒤늦게 알고 곡을 변경했다"며 "조만간 누리집 등에도 변경된 프로그램을 공지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areum@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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