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아파트 가격이 글로벌 부촌의 고급 단독주택과 맞먹는 수준까지 치솟고 있다. 강남·용산 아파트 한 채 값이면 미국 캘리포니아 어바인이나 애리조나 스코츠데일 등에서 수영장과 정원을 갖춘 대형 저택을 살 수 있는 것으로 나타나 서울 집값이 비정상적으로 높아졌다는 지적이 나온다.
24일 글로벌 부동산 컨설팅업체 나이트 프랭크(Knight Frank)가 발간한 보고서에 따르면, 지난해 서울 주택가격은 전년 대비 18.4% 상승하며 조사 대상 46개 도시 중 상승률이 가장 높았다. 일본 도쿄(16.3%)와 아랍에미리트 두바이(15.8%)가 뒤를 이었고, 살인적인 집값으로 유명한 홍콩은 14.4% 오르는 데 그쳐 3위권 진입에는 실패했다.
지난 5년간 상승률로 비교해도 서울의 주택가격 상승률은 최상위권이다. 지난 5년간 집값이 많이 오른 곳은 도쿄로 무려 120% 상승한 것으로 조사됐다. 이어 두바이(107%), 서울(81%) 순으로 나타났다. 지난해 글로벌 주요 46개 도시 주택 가격 평균 상승률이 2.3%였던 점을 감안하면, 서울의 상승세는 평균 대비 약 8배에 달하는 셈이다.
서울 집값 상승은 특히 아파트 시장에서 두드러진다. 강남권 일부 단지는 평당 1억5000만원을 넘겼다. 반포동 '래미안 원베일리' 공급면적 80㎡(약 24평)는 최근 42억원에 거래돼 평당 1억7500만원 수준을 기록했다. 대치동 '대치펠리스' 공급면적 80㎡(약 26평) 역시 30억5000만원으로 평당 1억원을 웃돌았다.
평당 억원이 넘어가는 현상은 강남에서만 국한된 현상은 아니다. 용산구에 위치한 고급 아파트 단지 한남더힐의 경우 공급면적 87㎡(약 26평)의 최근 매매 가격이 30억원인 것으로 집계됐다. 평단 1억1500만원 수준이다. 그밖에 서울숲 리버뷰자이, 청담동 마크힐스청담 1차, 압구정동 현대 14차, 개포동 자이프레지던스 등이 평당 1억원 수준에서 매매가 일어나는 것으로 나타났다.
올해 들어 상승세는 더욱 가팔라졌다. 부동산 정보 플랫폼 다방에 따르면, 올해 1분기 서울 국민 평수 아파트(84㎡) 평균 매매가는 14억5981만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25.5% 올랐다. 나이트 프랭크는 "저금리 환경과 상대적으로 용이한 주택담보대출이 서울 집값을 지탱하는 요인이다"고 분석했다.
고공행진하는 서울 집값은 해외 고급 주택과 비교해도 손색이 없다. 실제로 서울 아파트 가격으로 미국과 유럽 주요 도시 외각에 고급 저택 구매가 가능한 수준이다. 실제로 미국 캘리포니아 부촌 어바인 외각에 위치한 연면적 432m²(약 130평), 대지면적 770m²(약231평) 규모 호화 저택의 가격은 240만달러(약 33억원)다. 래미안대치펠리스(88m²) 매물과 비슷한 가격대다. 해당 저택은 욕실 5개 침실 5개로 이뤄져 있으며 야외 수영장을 포함하고 있다.
캘리포니아와 뉴욕 등 주택가격이 비싼 지역을 벗어나면 차이는 더욱 심해진다. 신흥 부촌으로 주목받는 미국 애리조나 스코츠데일에 위치한 연면적 421㎡(약 128평) 규모 고급 저택의 거래가는 330만달러(약 45억원)으로 나타났다. 반포동 '래미안 원베일리' 한 채 가격이면 '궁전' 같은 집을 살 수 있는 셈이다. 스코츠데일 저택은 침실 4개, 욕실 4개로 이뤄져 있으며 야외 수영장과 사우나까지 갖추고 있는 것으로 파악됐다.
부동산업계 관계자는 "서울 집값이 해외 비해 유독 비싼 이유는 공급이 제대로 따라가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며 "최근에는 강남, 용산 등 서울 핵심 지역에서 진행중인 재건축 사업들이 투자 심리를 자극하며 가격을 떠받치고 있다"고 설명했다.
전문가들은 서울 부동산 상승률의 원인으로 수요심리에 주목한다. 내집 마련에 대한 수요가 계속되는 한 서울 부동산 가격은 꾸준히 상승할 것이라 입을 모은다. 김경민 서울대학교 도시계획학과 교수는 "서울 부동산 시장은 이미 슈퍼 사이클에 진입했다"며 "정부의 규제는 단기적으로 시장을 위축시킬 수 있지만 장기적인 가격 상승 트렌드는 계속될 것이다"고 전망했다.
이어 "결국 사람들은 웃돈을 주고서라도 서울의 더 좋은 지역, 더 좋은 아파트에 살고 싶어하는 데, 이러한 심리가 집값을 상승시킨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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