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뉴스투데이 노태하 기자] 노란봉투법(노동조합법 2·3조 개정안)이 국회를 통과하자마자 조선업 하청노조가 손해배상 소송 철회와 원청 직접 교섭을 요구하며 투쟁을 선언했다. 이에 따라 한·미 간 ‘마스가(MASGA·Make America Shipbuilding Great Again)’ 협상 국면에서 제기된 ‘조선업 발목 잡기’ 우려가 현장에서 현실화되는 것이 아니냐는 목소리가 나온다.
25일 업계에 따르면 노란봉투법이 전날(24일) 국회 본회의를 통과하자 같은 날 전국금속노동조합 거제통영고성조선하청지회는 곧바로 2022년 대우조선해양(현 한화오션) 하청노조 파업으로 제기된 480억원대 손해배상 소송의 조건 없는 취하와 한화오션의 직접 교섭을 요구하고 나섰다.
하청노조는 성명을 통해 “더 이상 행정소송 뒤에 숨어 있지 말고 조선하청지회와의 단체교섭에 직접 나서라. ‘노동조합의 재발 방지 약속’ 운운하지 말고 480억4000만원 손해배상 소송을 조건 없이 취하하라. 이것이 노동위원회와 법원의 판결과 국회의 법 개정이 한 목소리로 명령하는 이 시대의 정의”라고 주장했다.
노조는 이번 개정이 노동삼권 보장의 출발점일 뿐이라며 “모든 노동자에게 온전한 노동삼권을 보장하기 위한 투쟁을 이어가겠다”고 밝혔다. 이에 따라 조선·철강·자동차 사내하청을 비롯해 건설·특수고용·플랫폼 노동자들과 연대해 원청 단체교섭을 쟁취하고, 법적 미비점을 보완하기 위한 추가 개정 투쟁에 나설 방침이라고 전했다.
조선업계 줄곧 노란봉투법 시행에 따라 산업계에 미칠 부작용을 우려했다. 지난달 30일 조선업계는 노조법 개정 중지 촉구 업종별 단체 공동성명을 통해 노란봉투법 시행이 자칫 한국 조선업의 경쟁력 약화로 이어질 수 있다고 주장했다.
정석주 한국조선해양플랜트협회 전무는 “조선업은 중국과 굉장히 치열한 경쟁을 하고 있다. 지난해 글로벌 수주가 한국은 15%, 중국은 70%였다”며 “우리 조선업이 신뢰받는 이유는 기술력과 생산 안정성인데, 만약 단체교섭이 증가해 생산 차질을 빚는다면 안정성과 신뢰도가 크게 낮아질 수 있다”고 지적했다.
김현수 인하공업전문대학 교수는 “노란봉투법의 취지는 공감하지만, 조선업은 수만명의 인력이 동시에 투입되는 구조라 원청이 하청 노동자의 안전과 근무 환경까지 전부 책임지는 것은 현실적으로 어렵다”며 “본업인 선박 건조보다 안전 관리·노무 관리에 과도한 부담이 생기면 산업 경쟁력 자체가 약화될 수 있다”고 말했다.
이어 “특히 실제 현장에서 음주 여부나 건강 상태까지 원청이 일일이 확인하기 어렵고, 법 시행 시 면책 조항이나 관리 책임의 합리적 범위가 정해지지 않으면 조선업 전반이 법적 리스크에 노출될 수 있다”며 “제도의 취지를 살리려면 시행령에서 책임 범위를 명확히 하고 실현 가능한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특히 조선업계는 최근 한미간 활발하게 논의 중인 대미 투자와 ‘마스가’ 프로젝트 추진에도 큰 걸림돌이 될 수 있다며 우려하고 있다. 원청이 하청노조와 직접 교섭해야 하는 구조로 바뀌면 해외 공장 건설이나 인력 파견 과정에서 잦은 쟁의행위가 발생할 수 있고, 이는 미국과의 관세 협상에서 핵심 ‘키’ 역할을 해온 마스가 구상 자체가 흔들 수 있다는 지적이다
노조 측은 이같은 우려에 대해 “노동조합이 없는 상태를 정상으로 보는 것과 다름없는 잘못된 주장”이라며 비판하며 K조선이 세계 최고 수준의 산업임에도 불구하고 하청노동자들은 여전히 저임금과 차별에 시달리고 있다며 이는 K조선의 지속가능성을 저해한다고 반박했다.
노조 관계자는 “세계 1위 조선소가 무노조와 저임금 구조로 유지돼서는 안 되며, 이러한 구조적 문제가 인력난과 숙련 부족의 원인”이라며 “산업의 지속가능성을 위해서는 노동권 보장이 필수”라고 강조했다.
480억원대 손해배상 소송 취하 논의와 관련해서는 “한화오션 측이 재발 방지 약속을 요구하지만, 노조는 교섭 거부가 불법이라는 법원 판결이 나온 만큼 일방적 책임 전가는 부당하고 재발 방지를 위해서는 상호 약속이 필요하다”며 “노란봉투법 통과와 현대차·현대제철 등 취하 사례를 계기로 논의가 재개되길 기대한다”고 밝혔다.
한화오션 측은 하청노조 측의 주장에 대해 “합의 접점을 찾기 위해 협의해왔으나 아직 최종 확정된 건 전혀 없다”고 말을 아꼈다.
한편 24일 국회에서는 노란봉투법이 본회의를 통과했다. 재석 186명 중 찬성 183명, 반대 3명으로 가결됐으며 더불어민주당과 진보 성향 정당이 찬성표를 던졌다. 국민의힘은 ‘경제 악법’이라며 표결에 불참했고, 개혁신당 의원 3명은 반대표를 행사했다. 이번 법안은 윤석열 정부가 거부권을 행사해 한차례 폐기됐던 법안으로 사용자 범위와 노동쟁의 대상을 확대하고 기업의 손배 청구를 제한하는 사용자 범위와 노동쟁의 대상을 확대하고 기업의 손배 청구를 제한하는 내용이 골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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