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찰청이 교제 폭력 등 관계성 범죄 대응을 위해 경찰·검찰·법무부·여성가족부·보건복지부·교육부가 참여하는 범부처 협업체계를 꾸린다.
뉴시스 보도에 따르면, 경찰청은 25일 기존에 운영되던 '경·검 스토킹범죄 대응 협의회'를 확대 개편해 '관계성 범죄 대응 정책협의체'를 구성한다고 밝혔다.
그동안 부처별로 흩어져 있던 피해자 보호와 가해자 관리 제도를 통합·연계해 사건 초기부터 재범 방지까지 대응력을 높이는 것이 목표다. 전자발찌 부착 활성화, 위치정보 실시간 공유, 양형 기준 개선 등이 우선 논의 과제로 포함됐다.
◆피해자 신고 주저하고 처벌 불원…가해자 격리 강화
경찰청이 올해 1~7월 발생한 살인(미수)사건 388건 중 선행하는 여성폭력이 있었던 70건(18.0%)을 분석한 결과, 과거 신고나 수사 이력이 있었던 경우는 30건에 불과했다. 신고 이력이 있더라도 1~2회인 경우가 24건으로 대다수를 차지했다.
관계성 범죄에서는 피해자가 신고를 주저하는 경향이 있는 것으로 분석된다. 신고가 전혀 없었던 경우가 40건에 달해 관계성 범죄가 비교적 빠르게 강력범죄로 이어진다는 특성도 확인할 수 있다.
범행 동기는 외도(의심)이 25.7%로 가장 많았고 말다툼·무시(14.3%), 이별 통보·만남 거부(12.9%) 순이었다. 접근금지 처분 등 경찰 개입에 불만을 품고 보복하려 범행을 저지른 경우도 7.1%에 달했다.
특히 접근금지 등 보호조치가 내려진 사례 중에서도 위반 사례가 적지 않았다. 보호조치가 내려졌던 23건 중 8건에서 살인이나 살인미수가 발생했고, 접근금지 위반도 10회 확인됐다. 이 가운데 60%는 조치 직후 1주일 내에 발생했다.
과거 신고 이력이 있는 30건의 이전 이전 112 신고·고소·고발 이력 총 71건 분석한 결과, 23건(32.4%)이 피해자의 처벌 불원 의사로 수사가 마무리됐다.
피해자 보호조치 역시 한계가 있었다. 스마트워치 지급, 지능형 CCTV 설치 등 안전조치가 시행된 17건 가운데 2건은 보호조치 기간 중 범행으로 이어졌다.
이에 따라 경찰은 가해자를 대상으로 전자발찌·유치·구속 신청으로 적극적으로 격리하고, 접근금지 처분을 받은 재범 고위험군 주변에 기동순찰대를 집중적으로 배치한다는 방침이다.
향후 접근금지 위반 여부를 자동 인식해 경찰에 통지되도록 하는 '자동신고 앱(App')을 개발해 이르면 내년 도입할 계획이다. 이 앱은 가해자가 접근금지 명령을 어기고 전화·문자·근접 시도를 할 경우 피해자가 직접 신고하지 않아도 즉시 경찰에 자동으로 통보되는 방식이다.
현재 분산 관리 중인 가해자·피해자 데이터를 하나의 시스템으로 통합하고, 축적된 정보에 대한 분석을 기반으로 재범 위험성을 평가-감지하는 인공지능(AI) 기반 '사회적약자보호 종합플랫폼' 개발에도 착수했다.
◆사건 초기부터 관계기관 협업…피해자 지원 신속화
경찰은 "최근 관계성 범죄 대응 과정에서 부처 간 업무가 유기적인 연동이 되지 않아 피해자 보호에 실패한 사례가 다수 확인됐다"고 밝혔다. 지난달 발생한 '울산 스토킹 살인 미수 사건'은 경찰이 가해자를 유치장에 유치하는 잠정조치를 신청했으나, 검찰이 기각해 살인미수로 이어진 바 있다.
이에 정부는 경찰청 주관으로 관계성 범죄 대응을 위한 '관계성 범죄 대응 정책협의체'를 구성한다. 기존 '경·검 스토킹범죄 대응 협의회'를 개편해 스토킹, 교제폭력, 가정폭력, 아동학대 등 관계성 범죄 전반으로 협의 대상을 넓히고 참여 부처도 확대한다.
경찰청은 관계부처와 ▲잠정조치・임시조치 청구요건 조율 ▲재범위험성평가・범죄피해평가 이용 구속률 제고 ▲사실혼 판단 체크리스트 활용 ▲양형기준 수정 논의 ▲실시간 위치추적 정보 공유 ▲피해 유형별 지원 필요사항 ▵신속한 피해자 연계방안 등을 논의할 예정이다.
경찰 중심의 피해자 모니터링도 유관기관 협업체계로 전환한다. 경찰청은 '가정폭력·성폭력 통합상담소' 등 민간 상담기관과 연계해 맞춤형 공동 모니터링을 실시할 계획이다.
범죄피해자보호기금도 경찰 중심으로 재편을 추진한다. 기존에는 경찰 예산이 전체의 6%에 불과해 긴급 지원이 늦어지는 문제가 있었으나, 구조금·치료비·생계비·이전비 지원을 경찰로 이관해 긴급 단계에서 즉시 지원할 수 있도록 개선한다. 경찰서에서 피해자가 바로 지원을 신청할 수 있어, 검찰 송치 이전에도 심사가 가능해진다.
경찰 관계자는 "피해자보호기금 대부분이 검찰 단계에 배당돼 있어 피해자가 생계비나 이전비를 지급받는 데 오랜 시간이 걸렸다"며 "이를 경찰이 일원화해 신속히 지급하는 방안을 법무부와 협의할 것"이라고 밝혔다.
◆교제폭력처벌법 신설…반복 스토킹 시 가중처벌
교제폭력 관련 법률 제·개정과 현장의 적극적인 법 집행을 위한 법규 정비에도 나선다.
'교제폭력'에 대한 법적 근거가 부족해 경찰의 적극적 개입에 한계가 있다는 판단에서다. 법 개정에 교제폭력 정의와 위치추적 전자장치 부착, 상담·치료 위탁 등 피해자 보호조치를 포함할 계획이다.
또 경찰이 검찰을 건너뛰고 직접 법원에 보호조치를 청구할 수 있도록 법 개정을 추진한다. 신고 후에도 스토킹이 반복되면 가중처벌하는 '보복 스토킹범죄'를 스토킹처벌법에 신설하고, 관계성 범죄에 대해 주취 감형 규정을 적용하지 않는 등 가해자 제재 강화도 추진한다.
피해자가 가해자의 처벌을 원하지 않더라도 경찰이 적극적으로 법을 집행할 수 있도록 법규도 정비한다. 경찰관 직무집행법상 형 감면대상에 스토킹범죄를 추가해 적극적 대응 과정에서 법적 부담을 완화하고, 형사소송법상 구속사유에 '피해자 위해 가능성'을 명시해 가해자에 대한 적극 구속이 가능하도록 한다.
현재 국회에는 교제폭력처벌법 신설안, 가정폭력처벌법 개정안, 스토킹처벌법 개정안 등이 다수 발의돼 있다. 그러나 상임위 단계에 계류돼 논의가 이뤄지지 않고 있는 실정이다.
경찰청 관계자는 "국회에서 관련 법안들에 대한 본격적인 논의는 이뤄지지 않고 있다"며 "입법 형식에 구애 받지 않고 빨리 입법이 가능한 쪽으로 지원하려 한다. 현재 스토킹처벌법 개정안이 가장 빨리 개정이 가능한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Copyright ⓒ 모두서치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본 콘텐츠는 뉴스픽 파트너스에서 공유된 콘텐츠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