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폴리뉴스 이상명 기자] 올여름 바다가 유례없이 빠른 속도로 달아오르면서 국내 양식 산업에 심각한 위기 신호가 감지되고 있다.
25일 해양수산부에 따르면 대표적인 양식 어종인 광어와 우럭의 출하량이 크게 줄고 이에 따른 산지 가격은 지난해보다 최대 55% 가까이 급등했다.
특히 고수온 현상에 따른 양식어류 폐사 피해가 지난해보다 일찍 발생하면서 정부와 현장 어민들이 서둘러 대응에 나서는 모습이다. 전문가들은 이같은 수온 상승 추세가 기후변화의 뚜렷한 영향이며 향후 수산업 전반에 근본적인 대응 전략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올해 고수온 위기 경보는 지난해보다 최대 보름 이상 빠르게 발령됐다. 지난달 3일 '주의' 단계가 발령됐고 이보다 한 단계 높은 '경계' 경보도 지난 9일로, 지난해보다 15일 앞당겨졌다.
지난달 7일 기준, 수온이 관측된 서해·남해·제주 등 11개 해역의 수온은 모두 지난해와 평년 수치를 넘어섰다. 이는 장마 기간 일시적으로 낮아졌던 수온이 장마 종료와 함께 빠르게 반등한 영향으로 분석된다. 현재도 폭염이 지속되면서 수온 상승세는 여전히 진행 중이다.
국립수산과학원은 지난 21일 제주 연안에 내려졌던 고수온 '주의보'를 '경보'로 상향했고 충남 일부 해역에도 새롭게 고수온 주의보를 발령했다. 수산과학원은 "최근의 전국적 폭염으로 해수 온도가 꾸준히 상승하고 있다"며 "추가 경보 확대 가능성이 크다"고 밝혔다.
기후변화는 단순히 기온을 높이는 데 그치지 않는다. 지난 57년간(1968~2024년) 국내 해역의 평균 수온은 무려 1.58도 상승했다. 이는 같은 기간 전 세계 표층 수온 상승폭(0.74도)의 두 배 이상에 달하는 수치다. 한반도 인근 해역이 기후변화에 특히 취약하다는 사실을 방증한다.
이로 인한 피해도 점점 심각해지고 있다. 지난해에는 9월 하순까지 고수온 현상이 지속되면서, 양식 어류 폐사 피해가 1,430억 원에 달했다. 이는 관련 통계 집계가 시작된 2012년 이후 최대 규모다. 피해 어종은 주로 우럭(583억 원), 광어(99억 원) 등 대표 양식 품목에 집중됐다.
올해는 폐사 피해도 더 일찍 시작됐다. 행정안전부에 따르면 첫 양식어종 폐사는 지난 7월 27일 발생해 지난해보다 나흘가량 앞섰다. 이에 따라 광어와 우럭의 출하량도 뚜렷한 감소세를 보이고 있다.
한국해양수산개발원(KMI) 수산업관측센터에 따르면 우럭의 지난달 출하량은 1,017톤으로 지난해 같은 달 대비 17.5% 감소했다. 이는 전달 대비로는 무려 21%가 줄어든 수치다. 급격한 수온 상승으로 품질 저하가 발생했고 양식장에서는 출하 자체가 어려운 상황이 늘었다.
이에 따라 우럭의 산지 가격은 킬로그램(kg)당 평균 7,000원으로 집계돼 지난해와 같은 달보다 9.2~55.6% 높은 수준을 기록했다. 이달에도 출하 여건이 나빠질 것으로 전망되면서 출하량은 작년 대비 11.3% 감소할 것으로 KMI는 내다봤다.
광어도 상황이 크게 다르지 않다. 7월 출하량은 3,057톤으로 지난해보다 2.3%, 전달보다 4.4% 각각 줄어든 것으로 나타났다. 광어 산지 가격 역시 지역과 크기에 따라 3.2~40%가량 상승했다. 8월 출하량 역시 작년 같은 달보다 6% 감소할 것으로 전망된다.
양식 어민들은 피해 최소화를 위해 조기 방류에 나섰다. 경남 고성·통영·거제·남해 지역의 해상가두리 양식장 20곳은 우럭, 쥐치, 숭어 등 약 158만 마리의 양식어류를 바다에 조기 방류할 계획이다. 충남 태안 등 서해권 어가들도 이달 초 약 150만 마리의 물고기를 미리 방류했다.
정부는 방류에 필요한 자금으로 최대 5,000만 원까지 지원하고 있으며 동시에 양식장 내에 액화 산소 공급 장치를 보급하고 있다. 산소 공급은 고수온 시 물속 용존산소 농도가 떨어지는 것을 방지해 폐사 위험을 낮출 수 있다.
해양수산부는 단기 대응책을 넘어 중장기 대책 수립에도 속도를 내고 있다. 지난해 12월 발표한 '수산·양식 분야 기후변화 대응 종합계획'에 이어 현재는 '어종·권역별 수산 기후대응 대책'을 마련 중이다.
올해 2월부터 5월까지 해수부는 고수온 피해를 경험한 연근해 어업인과 양식 어가를 대상으로 현장 점검을 진행했고 이 자리에서 수렴한 의견들을 대책에 반영할 계획이다.
해수부 관계자는 "스마트 양식 시스템을 도입하거나, 고수온 영향을 덜 받는 육상 양식을 확대하는 방안도 적극 검토 중"이라며 "양식장 이동, 면허 전환 등을 통해 기후변화에 능동적으로 대응할 수 있는 기반을 만들겠다"고 밝혔다. 새로운 대책은 이르면 올해 말 발표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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