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폴리뉴스 이상명 기자] 전동킥보드, 전기자전거, 보조배터리 등 리튬이온배터리를 사용하는 생활용품이 급증하면서 일상 곳곳에서 '배터리 화재' 위험이 현실로 다가오고 있다. 특히 올여름 들어 리튬이온배터리 관련 화재가 두 달 새 37%나 급증하면서 소방당국이 대국민 안전홍보를 강화하고 나섰다.
소방청은 최근 잇따른 배터리 화재 사고에 대응해 지난 22일부터 '생활 속 리튬이온배터리 화재예방대책'을 본격적으로 추진하고 있다고 25일 밝혔다. 이번 대책은 단순한 캠페인 수준을 넘어 생활 밀착형 정보 전달을 통해 국민의 경각심을 높이고 실질적인 안전 행동을 유도하는 데 초점이 맞춰졌다.
실제로 올해 들어 배터리 화재는 가파른 증가세를 보이고 있다. 소방청에 따르면 지난 5월 49건이던 리튬이온배터리 화재는 6월 51건, 7월에는 67건으로 치솟았다. 이는 두 달 사이 약 37% 증가한 수치다. 특히 여름철 고온다습한 환경은 배터리 내부 온도를 상승시켜 '열폭주' 현상을 유발하기 쉽기 때문에 주의가 요구된다.
가장 위험한 시나리오는 '충전 중 방치'다. 밤사이 혹은 외출 중 배터리를 충전기에 꽂아둔 채 자리를 비우는 행동은 실제 화재 사례에서 반복적으로 지적되는 공통 요소다. 소방청은 과충전, 불량 충전기 사용, 멀티탭을 통한 동시 충전 등이 배터리 내부 발열을 유발하고 폭발적인 화재로 이어질 수 있다고 경고했다.
지난 17일 서울 마포구 창전동의 한 아파트에서는 전동스쿠터의 배터리에서 시작된 것으로 추정되는 화재가 발생해 거주자 2명이 목숨을 잃고 16명이 중경상을 입는 참극이 벌어졌다. 열폭주에 의해 발생한 것으로 보이는 이번 사고는 대피 시간이 짧고 화염 확산이 빨랐던 점에서 배터리 화재의 위험성을 여실히 드러냈다.
불과 이틀 뒤인 19일, 경기 동두천시의 한 아파트에서도 캠핑용 배터리 충전 중 불이 나 6명이 연기를 흡입하는 피해를 입었다. 이처럼 실내에서 충전 중 발생하는 배터리 화재는 순식간에 화염과 유독가스를 동반해 인명 피해로 이어질 수 있어 각별한 주의가 필요하다.
소방청은 이번 대책을 통해 대중의 경각심을 높이고 실질적인 안전 행동을 이끌어내기 위해 다양한 채널을 활용하고 있다. 기존의 방송사 재난 자막 송출과 언론 보도 외에도 아파트 승강기 내 영상 안내, 소방서 외벽 전광판, 관리사무소 게시판 등을 통한 생활 밀착형 홍보를 확대 중이다.
또한 모바일 플랫폼을 활용한 정보 제공도 병행한다. '아파트아이', 'PASS' 등 대중이 자주 이용하는 앱을 통해 리튬이온배터리 사용 시 유의사항과 화재 예방 수칙을 손쉽게 접할 수 있도록 했다. 이는 모든 세대가 일상 속에서 경각심을 가질 수 있도록 한 접근 방식으로, 기존 일회성 캠페인과는 차별화된다.
홍영근 소방청 화재예방국장은 "리튬이온배터리는 편리함 뒤에 잠재적인 위험을 동반한 기술"이라며 "충전이 끝난 후에는 반드시 충전기를 분리하고, 잠잘 때나 외출 시에는 충전을 중단하는 것이 기본적인 화재 예방 수칙"이라고 강조했다.
또한 그는 "배터리를 사용할 때는 반드시 정품 충전기를 사용하고, 배터리에 충격을 가하거나 물에 젖는 등의 행동은 삼가야 한다"며 "조금의 불편함이 대형 사고를 막을 수 있다"고 덧붙였다.
현재 국내에서는 전동킥보드와 전기자전거, 캠핑용 파워뱅크, 드론 등 리튬이온배터리 기반 제품의 보급률이 폭발적으로 증가하고 있다. 1인 가구와 소형 이동수단 사용자가 늘면서, 이러한 장비가 실내에서 충전되거나 보관되는 일이 흔해졌고, 그만큼 화재 발생 시 대피 여건이 나빠진다는 점도 문제다.
또 다른 문제는 불량 배터리 유통이다. 온라인을 통해 유통되는 저가형 비인증 배터리나 충전기 사용은 소비자 입장에서 확인이 어렵지만, 화재 위험성을 키우는 주요 원인 중 하나로 꼽힌다. 이에 따라 인증 제품 확인 방법이나 불량 제품 신고 절차 등을 국민들에게 적극 안내할 필요성도 제기되고 있다.
전문가들은 이번 소방청의 대책을 계기로 보다 체계적인 배터리 안전관리 정책이 병행되어야 한다고 지적한다. 특히 '배터리 안전교육 의무화', '제품별 위험도 등급 분류 및 경고 표시 강화', '화재 발생 시 대피 매뉴얼 의무 비치' 등 제도적 보완책이 뒤따라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한 안전관리 전문가는 "지금까지는 배터리 화재를 단순 사고로 인식해 왔지만 이제는 전기를 다루는 위험물로 인식하고 체계적으로 관리해야 한다"며 "소방청의 대응처럼 예방적 접근이야말로 대형 참사를 막는 유일한 길"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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