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 교실에서 거리까지… 일본 고교 청소부, 진로까지 닦아낸다

학생 제안으로 시작된 특별한 부활동, 전국대회와 지역사회로 활동 확장
졸업 후 빌딩 관리업계 취업까지… 생활형 환경미화 경험이 진로로 이어져

2006년 부임 당시 학생들과 함께 ‘청소부’를 시작한 마키노세 다카코 교사/FNN 보도분 갈무리(포인트경제)

[포인트경제] 일본 사이타마현립 가와구치 공업고등학교(埼玉県立川口工業高等学校)의 ‘청소부(掃除部)’는 일본에서도 드문 특별한 부활동(일본 학교에서 주로 사용되는 용어로 우리나라의 동아리 활동과 유사)으로, 학생들이 학교와 지역사회를 반짝이게 만드는 활동으로 조명되고 있다. 이 동아리는 2006년 마키노세 다카코(牧之瀨 貴子) 교사가 부임한 해, 실험실 청소를 하던 중 학생들이 자발적으로 참여하면서 태동했다. 이에 “동아리를 만들자”는 제안이 이어졌고, 마키노세 교사가 지도 교사로 참여하며 지금까지 이어졌다.

현재는 3학년 3명과 2학년 5명, 모두 8명만 남았다. 한때 24명에 달했던 규모는 올해 초 졸업으로 크게 줄었다. 이에 따라 동아리는 1학년 신입생을 대거 영입해 다시 규모를 확대하겠다는 목표를 세웠다. 학생들은 복도와 실습동에서 폴리셔(바닥 청소기계)를 직접 조작하며 “공간을 바꾸는 청소”를 보여주는 방식으로 신입 부원을 모집하고 있다. 단순히 손으로 닦는 데서 그치지 않고 장비를 다루며 안전 수칙과 작업 동선까지 배우는 경험이라는 점을 강조한다.

청소부의 활동은 교내 청소에만 머물지 않는다. 평소 손길이 닿지 않는 환기구나 난간까지 반짝이게 하고, 때로는 전문 청소업체로부터 기술을 배우며 역량을 넓힌다. 또한 학교 주변 거리를 돌며 쓰레기를 수거하고, 주민들의 “고맙다”는 말에 보람을 느낀다. 학생들은 “길을 걷다 보면 자연스레 쓰레기가 눈에 들어온다”고 말하며, 생활 속 인식 변화까지 경험하고 있다고 전한다.

스포GOMI 고시엔에서 우승을 차지한 가와구치 공업고 청소부 학생들/사이타마신문 보도분 갈무리(포인트경제)

성과도 뚜렷하다. 청소부는 2023년 ‘스포GOMI 고시엔’ 전국대회에서 3위를 차지했고, 2024년 6월 열린 사이타마대회에서는 우승을 거두며 전국 진출권을 확보했다. 이어 12월 1일 도쿄 스미다구에서 열린 전국대회에서는 우승을 차지하며 전국 정상에 올랐다.

특히 이 동아리 경험은 졸업 이후에도 이어진다. 일부 학생들은 청소·빌딩 관리업체에 취업해 신입 사내 대회에서 우승하는 등 실무 능력을 인정받았다. 고교 시절부터 장비 운용과 청소 절차를 익힌 경험이 현장에서 강점으로 작용한 것이다. 작은 부활동이 학생들의 진로와 직업 세계로 이어지는 사례라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마키노세 교사는 “학교는 학생이 스스로 무엇을 할지 고민하는 곳”이라며 “그 자율성을 북돋아 줄 수 있도록 지원하고 싶다”고 말했다. 작은 걸레질과 장비 조작에서 시작된 실천이 학교 문화를 바꾸고, 지역사회와 진로까지 이어지고 있다.

[포인트경제 도쿄 특파원 박진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