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대통령이 25일(현지시간) 열리는 한미정상회담을 앞두고 교포 사회와 기자단을 상대로 잇따라 메시지를 내놓으며, '다중 메세지전략'을 취하는 모양새다. 이 대통령은 한미동맹을 ‘군사·경제·기술을 아우르는 전략동맹’으로 규정하며 교포 사회의 지지를 호소하는 한편, 국내 정치에선 “야당 대표 누구든 대화해야 한다”는 통합 리더십을 강조했다. 동시에 농축산물 개방과 주한미군 전략적 유연성 등 민감한 통상·안보 현안에는 “합의 뒤집기는 곤란하다”며 신중하면서도 실리를 중시하는 협상 원칙을 드러냈다.
이는 동포 사회와의 연대를 통한 외교적 기반 확보, 국내 정치적 입지 관리, 통상·안보 협상에 대한 현실적 접근으로 풀이된다. 이는 단순한 회담 준비 차원을 넘어, 변화된 국제 환경과 국내 정치 지형을 동시에 고려한 포석으로 해석된다.
24일 워싱턴DC에서 열린 교포 만찬 간담회에서 이 대통령은 “군사동맹으로 시작된 한미관계가 경제·기술을 아우르는 미래형 전략동맹으로 발전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이는 단순히 한미동맹의 상징성을 환기하는 차원이 아니라, 한미 협력의 무게 중심이 점점 경제안보·기술동맹으로 이동하고 있음을 천명한 것이다.
배우자 김혜경 여사가 한복 차림으로 참석하고, 한국계 최초 연방 상원의원 앤디 김이 건배사를 하며 분위기를 더한 장면은 동포 사회와의 정서적 유대 강화라는 외교적 효과를 노린 것으로 평가된다. K팝과 한식의 세계적 확산을 언급한 것도 ‘문화 소프트파워’를 전면에 내세운 대목이다.
같은 날 전용기 안 기자간담회에서 이 대통령은 국민의힘 차기 당 대표와의 대화 의지를 분명히 했다. 윤석열 전 대통령 탄핵에 반대한 세력이 당권을 쥘 경우에도 대화하겠다는 입장은, 정치적 반감을 넘어 국민 전체를 대표한다는 대통령의 책무를 강조한 것으로 해석된다.
정청래 민주당 대표가 야당과의 대화를 거부하는 것과 대비되는 발언이기도 하다. 이 대통령은 “여당 대표의 입장과 대통령의 입장은 다르다”고 선을 긋고, 대통령으로서의 ‘통합 리더십’을 부각했다.
지지율 하락에 대해서도 그는 “일시적 인기보다 국민 삶 개선이 중요하다”며 “세금을 줄이면 인기는 얻지만 나라 살림은 무너진다”는 조세 논리를 들어 현실 정치의 어려움과 소신을 강조했다. 이는 인기 영합보다는 책임 정치 기조를 유지하겠다는 신호다.
이번 한미정상회담의 핵심은 통상·안보 협상이다. 이 대통령은 “협상이 매우 힘들지만 결국 합리적 결론에 이를 것”이라고 했다. 특히 미국이 이미 합의된 관세 협상 이후 농축산물 시장 개방을 추가로 요구하는 데 대해 “일방적으로 뒤집는 건 바람직하지 않다”고 못 박았다. 이는 국내 농업계 반발을 고려한 동시에, 합의의 신뢰성과 국제 협상의 일관성을 지키겠다는 의지를 보여준다.
안보 분야에서도 주한미군 전략적 유연성 문제를 언급하며 “쉽게 동의하기 어렵다”고 했다. 미국이 인도·태평양 전략 차원에서 주한미군을 중국 견제에 활용하려는 움직임에 선을 긋되, “동맹 현대화에는 공감한다”고 말한 대목은 균형 외교를 시사한다. 나아가 한미 원자력 협정 개정과 북핵 문제까지 의제로 올릴 뜻을 밝히며, 협상의 지평을 한반도 현안까지 넓히겠다는 구상도 드러냈다.
세 발언을 종합하면, 이 대통령은 이번 방미를 통해 실리 외교와 정치적 균형을 동시에 노리고 있음을 알 수 있다. 교포 사회 결집을 통해 외교적 정당성을 확보하고, 국내 정치에서는 통합의 메시지를 던지며, 대외 협상에서는 원칙을 지키되 현실적 유연성을 강조하는 전략으로 평가된다.
25일 워싱턴 정상회담에서 이 같은 기조가 실제 합의문과 공동 발표에 어떻게 반영될지가 향후 국정 운영의 분수령이 될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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