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양병원, 단순 치료 넘어 생애 말기 의료서비스 제공
방문진료 개입으로 퇴원 환자 존엄한 마무리 돕게 해야
누구나 때가 되면 한 번쯤 고민하게 되는 요양병원. 치료와 간병이 동시에 필요한 환자가 몸과 마음을 회복하고 집으로 건강하게 복귀하기 위한 곳으로 내년 3월 의료-복지-돌봄을 잇는 것을 골자로 한 돌봄통합지원법이 본격 시행되면 그 역할과 책임이 더욱 커질 것으로 예상됩니다. 이에 헬스경향은 총 세 차례에 걸쳐 초고령사회 요구되는 요양병원의 역할을 명확히 조명하고 제도적으로 지원이 필요한 부분 등을 짚어봄으로써 국민의 요양병원 선택과 이용에 도움을 주고자 합니다. 세 번째 순서는 ‘생애 말기, 존엄한 마무리를 돕는 요양병원의 역할’입니다. <편집자 주>
초고령사회, 단순 돌봄을 넘어 삶의 마무리에 대한 사회적 논의가 고개를 들고 있다. 특히 돌봄통합지원법이 시행되면 살던 곳에서 삶을 마무리하는 자택 임종이 늘어날 수 있다. 문제는 얼마나 외롭지 않고 존엄하게 삶을 마무리할 수 있느냐는 것. 특히 그 과정에서 부딪히는 현실적인 문제들은 단순 돌봄만으론 해결하기 어렵다는 지적이다. 증상 변화에 따른 응급상황 등 의료서비스가 개입해야 하는 상황이 언제고 발생할 수 있다는 것이다.
요양병원계는 바로 이러한 점에서 요양병원의 역할이 필요하다고 주장한다. 요양병원은 단순히 치료·재활만 하는 곳이 아니라 남은 시간을 존엄하게 보낼 수 있도록 의료적·정서적 지원을 병행하는 기관으로 환자가 집에서 생활하더라도 필요할 때 즉시 의료, 재활, 간병을 지원할 수 있는 안전망 역할을 할 수 있다는 것이다.
대한요양병원협회 임선재 회장(더세인트요양병원장)은 “재택돌봄과정에선 가족의 부담, 의료인프라 부족, 응급상황 대응 한계 등 여러 현실적인 문제들을 마주할 수밖에 없다”며 “퇴원 전엔 환자와 가족에게 증상 변화 대처법을 교육하고 퇴원 후엔 전화, 원격 모니터링, 방문진료를 시행하는 등 재택돌봄과 진료를 면밀하게 연결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렇게 재택돌봄과 병원의 전문성이 자연스럽게 이어지면 환자는 익숙한 집에서 존엄한 시간을 보내면서도 요양병원과의 연결고리 덕분에 불안감을 줄일 수 있다는 설명이다.
하지만 이 역할이 가능해지려면 제도적 변화가 필요한 상황. 현재 정부는 ‘일차의료 방문진료수가 시범사업’ ‘방문재활서비스’ ‘장기요양 재택의료센터 시범사업’의 형태를 통해 방문진료를 시행하고 있지만 요양병원은 참여 대상에서 제외돼 있기 때문이다.
대한요양병원협회 선영배 부회장(소래푸른숲요양 이사장)은 “돌봄통합제도를 시작하면서까지 요양병원을 기계적으로 배제한다면 제도의 완성도는 떨어질 수밖에 없다”며 “단계적·조건부 참여와 지속적인 관리·평가 등 요양병원의 방문진료 참여에 대한 우려를 줄일 수 있는 방안을 충분히 생각해볼 수 있다”고 말했다. 통합돌봄제도가 국민에게 실질적인 혜택으로 이어지려면 요양병원에도 어떤 방식으로든 방문진료에 대한 활로를 열어줘야 한다는 것이다.
요양병원 안에 ‘생애 말 임종병실’을 제도화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지난해 8월 보건복지부가 의료법 시행규칙 개정을 통해 300병 이상 종합병원과 요양병원의 임종실 설치를 의무화했지만 이와는 별도로 생애 말기 환자들에게 적절한 의료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는 치료병동을 신설, 제도화해 이에 걸맞은 역할을 수행할 수 있게 해야 한다는 것.
대한요양병원협회 지승규 부회장(전남제일요양병원장)은 “일부 요양병원에선 가족이 상주할 수 있는 ‘호스피스형 병동’을 운영하기도 하지만 시설·인력·운영비 부담이 커 전국으로 확산되진 못하고 있다”며 “생애 말기 임종병실에 대한 시설기준, 설치지원, 운영비 보전 수가 등이 법과 제도 안에서 보장된다면 요양병원이 환자의 존엄한 삶의 마무리를 돕는 사회적 역할을 더욱 충실히 수행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요양병원의 자체적인 노력 역시 필요하다. 아직 요양병원에 대한 부정적인 인식이 남아 있는 만큼 이곳에서 삶을 마무리한다는 것에 대한 국민의 이해를 돕고 불안감을 해소해야 하기 때문이다.
대한요양병원협회 임선영 재무위원장(서안산노인전문병원 이사장)은 “협회는 대국민 홍보캠페인, 언론기고, 요양병원 교육 등을 통해 자연스럽게 존엄한 마무리를 지원하는 요양병원의 역할을 알리고 있다”며 “특히 실제 만족사례와 공간 환경 개선사례 등을 소개함으로써 ‘병원에서의 마무리가 결코 차갑거나 소외된 시간이 아니다’라는 점을 전달하고 있다”고 말했다.
협회는 돌봄통합지원법이 현실에 맞게 정착될 수 있도록 정부에도 지속적으로 목소리를 내겠다는 계획이다. 임선재 회장은 “결국 국민 인식 개선은 병원-협회-복지부가 함께 만들어가야 할 과제”라며 “제도적·재정적 지원과 정확한 정보 전달이 병행될 때 요양병원이 삶의 마무리까지 책임지는 기관으로서 국민 신뢰를 더욱 확고히 할 수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본 콘텐츠는 뉴스픽 파트너스에서 공유된 콘텐츠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