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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디먼트뉴스 이혜원 인턴기자]
2009년 개봉작 '썸머 워즈'(Summer Wars)는 '늑대아이', '미래의 미라이' 등 독특한 작품 세계를 구축해온 호소다 마모루 감독의 대표작 중 하나이다. 한 시골 마을의 대가족이 인류의 미래가 걸린 가상세계의 위기에 맞서는 이야기를 담고 있는 이 영화는 청량한 여름 풍경과 박진감 넘치는 가상세계의 모험이 어우러져 시각적인 즐거움은 물론, 현대 사회와 가족의 의미에 대한 깊은 사유까지 던져준다.
전통과 혁신, 두 세계의 흥미로운 조화
영화는 주인공 겐지가 선배 나츠키의 시골 본가에서 벌어지는 기상천외한 여름휴가와 함께 시작된다. 일본의 전통적인 대가족 진노우치 가문의 유쾌하고 복작거리는 모습은 보는 이에게 푸근함과 웃음을 선사한다. 이와 대조적으로 전 세계 인류가 접속하여 사회 활동을 영위하는 거대한 가상세계 OZ(오즈)는 현란한 비주얼과 압도적인 규모로 시선을 사로잡는다.
'썸머 워즈'의 가장 큰 특징은 이렇게 이질적인 두 세계, 즉 아날로그적인 전통 공동체와 최첨단 디지털 가상현실을 하나의 서사 속에 완벽하게 녹여냈다는 점이다. 가상세계 OZ의 보안이 위협받고 현실 세계까지 혼란에 빠지는 위기가 닥치자 진노우치 가문 사람들은 전통적인 방식으로 똘똘 뭉쳐 이 위기에 맞서게 된다. 이는 현대 사회에서 전통적인 가치와 새로운 기술이 어떻게 공존하며 시너지를 낼 수 있는지를 은유적으로 보여준다.
가족의 이름으로, 위기를 돌파하는 힘
영화의 핵심은 가족이다. 100명이 넘는 진노우치 가문의 사람들은 각자의 개성과 직업을 가지고 있지만 유사시에는 똘똘 뭉쳐 엄청난 시너지를 발휘한다. 특히 가문의 정신적 지주이자 90세의 할머니 사카에는 지혜와 강인함으로 가문을 이끌며 그녀의 존재는 영화가 전달하고자 하는 가족애의 핵심 메시지를 응축한다.
가상세계의 인공지능이 폭주하여 사회 기반 시설이 마비되고 통신망이 끊기는 초유의 사태 속에서 가족들은 각자의 특기를 살려 위기에 대처한다. 이는 단순히 IT 전문가나 특정 영웅에 의존하는 것이 아니라 사회 구성원 개개인의 노력과 유대가 위기 극복의 근본적인 열쇠가 됨을 보여준다. '썸머 워즈'는 결국 디지털 시대에도 변치 않는 인간적인 관계, 특히 가족이라는 공동체의 끈끈한 힘이 가장 소중한 가치임을 따뜻하게 역설하고 있다.
눈부신 작화와 생각할 거리들
호소다 마모루 감독 특유의 역동적인 연출과 섬세한 작화는 영화의 몰입도를 높인다. 가상세계 OZ의 독특한 아바타 디자인과 화려한 액션 시퀀스는 박진감 넘치며 여름날의 시골 풍경은 수채화처럼 아름답게 그려져 청량함이라는 감상 코드에도 완벽하게 부합한다.
'썸머 워즈'는 단순히 재미와 감동을 주는 것을 넘어 우리가 매일 사용하는 디지털 세계의 취약성과 가능성, 그리고 이 속에서 인간다움을 지키고 공동체를 이루어 나가는 것에 대한 깊은 질문을 던진다. 온라인 세상이 확대되는 현대 사회에서 연결의 진정한 의미와 가족이라는 공동체의 역할에 대해 다시 한번 생각해보게 하는 사려 깊은 작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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