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바이가 사막 한가운데 세운 ‘모하메드 빈 라시드 알 막툼 태양광 공원(MBR Solar Park)’은 단순한 에너지 프로젝트를 넘어 글로벌 기후위기 대응과 에너지 전환의 상징으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이 공원은 두바이 도심에서 남쪽으로 약 50km 떨어진 사히 알다할(Saih Al-Dahal) 지역에 위치하며, 약 77㎢에 달하는 거대한 부지에 펼쳐져 있다. 이곳은 2030년까지 총 7,260MW 규모의 발전 능력을 갖추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으며, 이는 단일 부지 기준 세계 최대 규모의 신재생에너지 단지다.
▲ 아부다비 알막툼 태양광 공원 세계 최대 규모
현재까지 2,860MW가 가동 중이고, 향후 6단계까지 개발이 완료되면 4,660MW로 늘어난 뒤 최종적으로 목표치에 도달하게 된다. 이 프로젝트는 두바이 전력청(DEWA)이 추진하는 대표 사업으로, 청정에너지 전략 2050과 넷 제로 탄소전략 2050의 핵심 기반을 제공한다는 점에서 더욱 큰 의미를 가진다.
단계별로 살펴보면, 2013년 1단계에서 13MW 규모의 소규모 태양광 설비가 첫 선을 보였고, 2017년에는 200MW 규모의 2단계 발전소가 완공되면서 본격적인 양산 체제에 돌입했다. 2020년에는 800MW에 달하는 3단계가 가동되며 사막은 거대한 태양광 패널의 바다로 변했다.
특히 4단계는 ‘누르 에너지 1(Noor Energy 1)’ 프로젝트로 불리며 세계 최대 규모의 집중형 태양열 발전소(CSP)를 포함하는 하이브리드 모델로 개발되었다. 263m 높이의 태양열 타워와 7만 개의 헬리오스탯(거대한 거울)이 태양을 추적하며 빛을 모아 전기를 생산하는 장면은 그 자체로 장관이다.
여기에 5,907MWh의 열에너지 저장 장치가 더해져, 태양이 지는 밤에도 안정적으로 전력을 공급할 수 있는 구조가 갖춰졌다. 이 시설은 700MW급 단일 CSP로 세계 기네스 기록에 등재되었으며, 신재생에너지 분야 기술 혁신의 아이콘으로 떠올랐다.
이후 2021년부터 2023년에 걸쳐 5단계에서는 900MW급 태양광 발전소가 들어섰다. 이어 2024년부터 2026년까지는 1,800MW급 6단계 공사가 진행 중이다. 완공되면 총 540,000가구에 전기를 공급할 수 있으며, 두바이 전체 전력 믹스에서 청정에너지가 차지하는 비율은 비약적으로 확대될 전망이다. DEWA는 최종적으로 이 공원을 통해 매년 약 800만 톤의 이산화탄소를 줄일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이는 170만 대 이상의 자동차를 도로에서 없앤 것과 같은 효과로, 중동의 석유산업 중심지라는 이미지가 강한 두바이의 새로운 미래를 보여주는 지표다.
이 프로젝트의 또 다른 특징은 독립발전사업자(IPP) 모델을 적극 활용했다는 점이다. DEWA는 민간 기업과 합작해 태양광 및 CSP 프로젝트를 개발하고 장기 전력구매계약(PPA)을 통해 전력 안정성을 확보했다. 이를 통해 두바이는 공공재원에만 의존하지 않고 민간 자본을 유치해 재생에너지 인프라를 확장하는 데 성공했다. 현재까지의 총 투자 규모는 약 500억 디르함(AED), 미화로 137억 달러에 달하며, 이는 전 세계적으로도 손꼽히는 대규모 재생에너지 프로젝트다.
기술적 측면에서도 두바이는 단순히 태양광 패널만 깔아놓은 것이 아니라 세계적인 신기술을 결합해 에너지 효율을 극대화했다. 특히 CSP와 PV를 결합한 하이브리드 구조는 낮에는 태양광 발전으로 전력을 공급하고, 밤에는 CSP 저장 에너지를 활용해 끊김 없는 전력 생산을 가능하게 한다. 이는 기존의 태양광 발전이 갖는 한계, 즉 ‘햇빛이 있어야만 가능하다’는 제약을 극복한 혁신적 접근이다. 또한 인공지능과 사물인터넷(IoT) 기반의 스마트 모니터링 시스템이 적용돼 효율적인 전력 관리가 이뤄지고 있다.
두바이는 이를 단순한 에너지 생산 시설이 아니라 국제 협력과 기술 교류의 거점으로 발전시키고 있다. 공원 내에는 혁신센터와 방문자 센터가 운영되며, 세계 각국의 연구자, 학생, 기업 관계자들이 이곳을 찾아 최신 기술을 체험하고 협력 방안을 모색한다. 이미 유럽과 아시아, 아프리카 국가들이 두바이 모델을 벤치마킹하기 위해 잇달아 관심을 보이고 있으며, 이는 중동 지역이 석유 의존을 넘어 에너지 전환의 중심지가 될 수 있음을 입증한다.
두바이의 전략적 의도는 명확하다. 세계가 기후위기에 대응하기 위해 탈탄소화를 가속하는 가운데, 두바이는 석유 이후 시대의 경제적 활로를 찾고 있다. 특히 2050년까지 전력의 100%를 청정에너지로 전환하겠다는 ‘두바이 청정에너지 전략 2050’은 글로벌 기준에서도 매우 야심찬 계획이다. 이를 실현하는 데 있어 MBR 솔라파크는 단순한 에너지 공급원이 아니라 국제 투자와 기술 협력, 정치적 리더십을 과시하는 무대가 되고 있다. 두바이는 이를 통해 국제사회에서 ‘석유만으로는 지속가능하지 않은 국가’라는 인식을 벗고, 미래 에너지 허브로 자리매김하려 한다.
더 나아가 이 프로젝트는 걸프 국가들 간의 경쟁에서도 의미가 크다. 사우디아라비아가 ‘네옴시티’와 ‘그린 수소 프로젝트’로 주목받고 있다면, 두바이는 재생에너지 인프라를 기반으로 한 안정적 전력 공급 모델을 통해 차별화 전략을 택했다. 특히 전력 생산 단가가 세계 최저 수준으로 책정되면서 두바이는 국제 에너지 시장에서 ‘저비용-고효율’의 모범 사례로 꼽힌다. 이는 재생에너지가 더 이상 환경 보호 차원의 선택이 아니라, 경제적 경쟁력을 좌우하는 핵심 산업으로 자리잡았음을 보여준다.
결국 두바이의 MBR 솔라파크는 단순한 발전 단지를 넘어 ‘사막 위의 미래 도시’를 가능하게 하는 동력으로 기능하고 있다. 탄소 배출 감축, 에너지 자립, 경제 다각화, 국제 협력이라는 네 가지 목표가 이곳에서 동시에 실현되고 있으며, 이는 기후위기 시대에 신재생에너지가 갖는 전략적 가치를 잘 보여주는 사례다. 세계가 탄소중립을 향해 달려가는 가운데, 두바이는 이미 그 미래를 현실로 구현하고 있는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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