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컬처 이준섭 기자] 이재명 대통령이 취임 후 첫 양자 정상 방문지로 일본을 택했다. 한일 국교 정상화 이후 역대 대통령 중 최초다. 상징적 선택이자 전략적 행보다.
지난 23일 도쿄에서 열린 한일 정상회담에서 이 대통령은 이시바 시게루 일본 총리와 수소·AI 등 미래 산업 협력, 저출산·고령화 대응, 워킹홀리데이 확대 등 실질적 의제에 합의했다. 안보 분야에선 한반도 비핵화 및 한미일 공조 강화 의지를 재확인했다.
표면적으로 보면 2시간 가까운 이번 회담은 ‘셔틀 외교’의 부활을 알리는 이벤트처럼 보일 수 있다. 하지만 그 이면엔 한국 외교의 현실적 계산과 전략적 포석이 깔려 있다.
급변하는 국제정세 속에서 한국은 미국과의 공조를 기반으로 일본과의 협력 구조를 더욱 촘촘히 짜야 할 상황에 직면해 있다. 중국과 러시아의 밀착, 북한의 핵 고도화, 그리고 미·중 기술 패권 경쟁 속에서 한국이 택할 수 있는 실용 노선은 분명하다.
이 대통령은 “한일은 앞마당을 함께 쓰는 이웃”이라고 표현했다. 과거사 문제를 전면에 내세우기보다는 실익을 좇겠다는 메시지다. 실제로 이번 회담에서 과거사나 무역 갈등 등 민감한 이슈는 수면 아래로 내려갔다. 대신 양국이 직면한 공동 과제 '저출산, 고령화, 수도권 집중, 재난 대응 등'에 집중했다. 이는 한일 관계의 프레임을 ‘갈등의 과거’에서 ‘협력의 미래’로 바꾸려는 의지로 읽힌다.
경제적 관점에서 보자면, 수소·AI 등 신산업 협력은 양국 모두에게 절실하다. 일본은 기술력은 있으나 디지털 전환에서 뒤처졌고, 한국은 기술 응용력은 뛰어나지만 기초연구와 자본 규모에서 한계를 겪고 있다. 이 간극을 메울 접점이 바로 ‘협력’이다. 여기에 청년 워킹홀리데이 확대는 인적 교류의 기반을 넓히고, 장기적 신뢰 구축에도 도움이 된다.
한일 관계는 늘 정치보다 여론의 눈치를 보며 움직여 왔다. 하지만 지금은 국제질서의 변화가 국내 여론보다 더 강하게 작용하는 시대다. 이재명 대통령의 방일은 이 흐름을 정확히 짚은 행보다. 정상 간 수시 소통을 전제로 한 셔틀외교 재개는 단순한 외교적 이벤트를 넘어, 동북아 정세의 새로운 균형을 모색하는 시작점일 수 있다.
물론 넘어야 할 산도 적지 않다. 과거사 문제는 사라지지 않았다. 정치 지도자들이 외교적 해법을 모색하더라도, 양국 국민의 정서는 여전히 예민하다. 실용 외교는 감정을 설득할 수 있을 만큼 실질적 성과를 보여야 유지된다.
그렇기에 이재명 대통령의 방일 외교는 ‘성과를 요구받는 외교’다. 미래 산업, 청년 교류, 안보 공조 등 이번 회담에서 논의된 의제들이 실제 이행되고, 국민이 체감할 수 있는 결과로 이어질 수 있느냐가 관건이다. 셔틀이 오갔다는 것만으로는 한일 관계가 진전됐다고 말하기 어렵다. 진짜 외교는 이제부터다.
뉴스컬처 이준섭 rhees@nc.pres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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