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BS 1TV ‘동네 한 바퀴’ 제333화 ‘기운이 좋다 – 강원도 원주’가 치악산의 법고 소리에서 소금산의 하늘길까지, 산이 품은 도시 원주의 결을 사람과 음식, 삶의 기술로 촘촘히 엮어냈다.
방송은 천년고찰 국형사에서 장엄한 울림으로 문을 열고, 구도심 재생과 장인의 손맛, 삶을 지탱하는 한 끼, 그리고 사랑이 머무는 공간까지 원주의 오늘을 다층적으로 비췄다.
“산이 주는 숨, 도시가 받는 쉼” 태조 이성계가 동악단을 세워 국태민안을 기원하던 국형사는 원주 도심에서 차로 10여 분. 치악산에 감긴 법고 소리가 여정의 북소리를 대신했다. 산이 내어주는 숨결을 따라 내려온 발걸음은, 도시로 스며들며 사람들의 일상 속 쉼으로 이어졌다.
어간장 명인의 손 감악산 해발 450m 산골에서 만난 어간장 장인 정영애 씨의 서사는 원주의 ‘지속’과 ‘복원’을 상징했다. 꽃장식 사업가로 살던 지난날에서 태풍 루사 이후 산골 장독대로 돌아온 지금까지, 5월 남해 미조항 최상급 멸치만 고집한 그의 어간장에는 “곰삭을수록 깊어지는” 세월의 풍미가 켜켜이 배어 있었다. 바다보다 깊은 맛, 산이 품은 장독대가 빚어낸 인생의 농도가 진했다.
구도심을 다시 걷게 하는 힘 80년 역사의 원주역이 문을 닫은 뒤, 도심을 가로르던 철길은 제 기능을 잃었다. 방송은 폐선로를 활용해 11.3km 산책길로 재탄생한 ‘치악산 바람길숲’을 따라 걸으며, 다시 열린 도시의 보행 동맥을 보여줬다. 옛 역 일대에 예술가들이 모여 ‘역마르뜨’가 들어서자 학성동 골목에 정원과 문화가 심어졌고, 한동안 멈췄던 발길에 온기가 돌아왔다. 숲과 예술, 사람의 손이 되살린 구도심의 얼굴이었다.
원주 시민의 소울푸드 김치만두는 도래미시장 ‘김치만두 골목’에서 오래된 사연을 전했다. 한국전쟁 이후 원조 밀가루와 생배추로 속을 채워 먹던 피란민의 한 끼가 오늘날 공동체의 맛으로 자리 잡았다. 서울에서 40년 세탁소를 하다 원주로 내려온 부부는 ‘시장 언니’들의 전수와 조언으로 ‘만두 골목 막내’가 됐고, 이제 한 번에 3,500개를 빚어내는 손맛으로 골목의 시간을 이어간다. 매년 10월 마지막 주 열리는 ‘만두 축제’는 그 연대의 축제다.
6분 뒤 도착한 짜릿함 2025년 2월 운행을 시작한 소금산 그랜드밸리 케이블카는 6분 만에 출렁다리로 이어지는 하늘길을 열었다. 높이 100m 고공산책로의 아찔함과 수국이 만개한 하늘 정원의 청량함은 소금산을 다시 ‘핫플레이스’로 소환했다. 걸어 오른 땀의 성취와 케이블카가 만든 접근성의 균형을, 방송은 원주의 사계절 관광 자원으로 읽어냈다.
옥수수의 도시가 만든 공예 강원도가 국내 옥수수 생산의 3분의 1을 차지하는 땅이라는 사실은 공예의 밑천이 됐다. 11년 전 사진 한 장에 매료돼 독학으로 옥수수 껍질 인형을 만들기 시작한 조창이 씨는 오일장에서 직접 껍질을 까고, 끝내 옥수수 농사까지 지으며 예술의 지평을 넓혔다. 버려지던 재료에서 가치를 빚어낸 손의 기록이, 원주의 여름을 닮아 쫀득하게 남았다.
흥업면의 낡은 농가 주택에서 이미순 사장이 뽑아내는 동치미막국수는 34년의 삶을 지탱한 면발이었다. 직업이 불안정했던 남편과 손 맞잡고 운영하던 가게, 떠나보낸 뒤 홀로 지키는 주방. 투박하지만 미더운 정이 면발에, 차갑고 시린 동치미 국물에 스며 있었다. 한 그릇이 사람을 살리는 방식이었다.
신림면의 산골 민박은 ‘도예가 남자와 서울 여자’의 서사로 완성됐다. 스물아홉 독신주의 도예가는 산에서 흙을 빚었고, 서울 아가씨는 수상스키와 스노보드로 바람을 탔다. 서로의 세계를 배우며 집을 짓고 텃밭 작물로 밥상을 차려 손님을 맞이한 지 오래, 단골이 세월을 쌓았다. 소박하지만 단단한, 도자기 같은 공간이 원주의 품을 닮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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