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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용주 법무법인 안다 대표변호사·안다상속연구소장] 우리 사회는 지금 큰 변화를 겪고 있다. 바로 초고령사회로 들어섰다는 것이다. 2025년 노인의 인구가 전체 인구의 20%를 넘는 초고령사회가 되었고, 앞으로는 인구 절반 가까이가 노인이 되는 시대가 올 것이라는 전망도 있다. 노인들이 이 사회의 상당수를 차지하는 것이 과연 우리 사회에게 축복일까, 악몽일까?
이런 변화 속에서 노인 문제는 더 이상 가족이나 개인의 책임으로만 떠넘길 수 없다. 국가가 앞장서서 체계적으로 대응해야 한다. 하지만 현실은 그렇지 못하다. 지금까지 노인 정책은 여러 부처에 흩어져 있고, 보건복지부, 국토교통부, 고용노동부, 경찰청 등 서로 다른 기관이 제각각 일을 하다 보니 정작 노인 한 분이 겪는 문제를 종합적으로 해결하지 못하고 있다.
예를 들어, 치매가 생긴 어르신이 있다고 하면, 치료는 병원이 맡고, 장기요양은 복지부, 주거 문제는 국토부, 안전사고 예방은 경찰, 일자리와 소득 문제는 또 다른 기관이 따로 담당한다. 이러다 보니 가족은 수많은 관청을 오가며 힘들어하고, 노인 당사자는 제때 필요한 지원을 받지 못하는 일이 많다.
그래서 이제는 노인과 관련된 모든 복지, 사회, 경제적 문제를 전담하는 ‘노인복지통합청’의 설립이 요청되고 있다. 한 곳에서 노인 관련 정책을 모두 총괄하고 집행한다면, 지금처럼 여기저기 나뉘어 흩어진 행정을 한데 모아 효율성과 즉시성을 높일 수 있다.
이렇게 비슷한 국민을 대상으로 행정기관을 설립한 사례는 일본에서 찾아볼 수 있다. 일본은 2023년 저출산과 아동 학대, 아동 빈곤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아동가정청’이라는 새로운 국가기관을 만들었다. 그동안 여러 부처에 흩어져 있던 아동 정책을 모아서, 아동이 중심이 되는 사회를 만들겠다고 선언한 것이다. 출범 당시 일본 총리는 “모든 아이가 소중하다, 아이들의 목소리를 정책에 반영하겠다”라고 강조했다. 아동가정청은 다른 부처에 협조를 요구할 수 있는 권한까지 가지며, 아동 정책의 컨트롤타워가 되었다.
일본은 아동 문제를 이렇게 국가적 과제로 다루었는데, 우리나라는 세계에서 가장 빠르게 늙어가는 나라다. 노인과 관련된 다양한 사회적 문제를 독립적으로 전담할 기관을 만드는 것이 필요하다. 일본이 아동가정청을 세운 것처럼, 우리는 노인복지통합청을 세워야 한다.
노인복지통합청이 생기면 다음과 같은 정책 변화를 기대할 수 있다. 노인복지통합청이 기초연금, 국민연금, 일자리 정책을 종합적으로 관리해 노인 빈곤율을 줄이거나 해결할 수 있다. 돌봄 및 치료의 통합이 가능하다. 의료, 장기요양, 치매관리, 지역 돌봄이 따로 놀지 않고 하나의 체계 안에서 움직이게 된다. 이로 인하여 가족의 부담도 크게 줄어들 것이다. 노인 친화적 사회 만들기가 가능하다. 교통, 주거, 디지털 기기 사용까지 노인이 살기 좋은 환경을 만드는 일을 노인복지통합청이 중심에서 조정할 수 있다. 노인에 대한 학대 예방, 차별 금지, 여가와 사회활동 지원을 강화해 노인이 사회의 짐이 아니라 주체로 설 수 있게 만들어 노인의 권익이 높아진다.
노인복지통합청이 생기면 정책의 속도와 책임이 달라진다. 지금처럼 부처 간 책임을 떠넘기지 못하고, 한 기관이 종합적으로 책임을 지게 된다. 일본이 아동가족청을 설립하면서 ‘아이 중심 사회’를 선언했듯, 우리는 이제 노인복지통합청을 설립하여 ‘노인 중심 사회’를 준비해야 한다. 노인은 우리의 과거가 아니라, 곧 우리 모두의 미래라고 생각해야 한다. 노인이 우리 국가의 경제적 능력을 높이고, 사회적 문화수준을 높이는데 기여할 수 있다. 또한 노인을 존중하고 지원하는 사회는 결국 우리 모두가 더 안전하고 편하게 살아갈 수 있는 나라가 될 수 있음을 깨달아야 한다. 누구나 노인이 된다. 몸이 불편한 노인도 편하게 다닐 수 있는 사회가 진정 좋은 사회다.
따라서 노인복지통합청 설립은 선택이 아니라 국가의 의무다. 지금 정부가 못하더라도 차기 정부는 이러한 점을 고려하여 더 미루지 말아야 한다. 초고령화 시대를 잘 극복하는 것이 우리 국가가 더 발전하고 통합할 수 있는 기회를 주기 때문이다.
■조용주 변호사 △서울대학교 법과대학 졸업 △사법연수원 26기 △대전지법·인천지법·서울남부지법 판사 △대한변협 인가 부동산법·조세법 전문변호사 △안다상속연구소장 △법무법인 안다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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