낮은 진입장벽, 인건비 절감에 유행
전문가 "반짝 업종으로 공실 해결못해…소비자 고려한 장기 전략 필요"
(광주=연합뉴스) 김혜인 기자 = 광주 도심 대표 상권인 충장로에 최근 인형뽑기 가게가 잇따라 들어서면서 학생과 젊은이들의 발길이 이어지고 있다.
그러나 불과 1∼2년 전 탕후루 가게가 거리를 점령했다가 빠르게 사라진 것처럼 유행에 따라 상권이 급격히 흔들릴 수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도 나온다.
지난 21일 오후 무더위가 기승을 부린 충장로 일대에는 불 꺼진 공실 대신 화려한 조명을 밝힌 인형뽑기방이 눈에 띄었다.
1층 소규모 점포부터 2층 이상 건물을 통째로 임대한 곳까지 7곳이 밀집해 있었다.
평일 낮 시간인데도 엄마와 함께 가게에 들른 어린이, 친구끼리 들른 20대 손님까지 발길이 끊이지 않았다.
아이와 함께 방문한 김민영(40) 씨는 "아이가 좋아하는 캐릭터를 뽑으러 일부러 시내까지 나왔다"며 "요즘 아이들 사이에 인형뽑기가 유행이라 그런지 충장로에 가게가 부쩍 늘었다"고 말했다.
코로나19를 거치며 무인점포가 대세로 자리 잡은 것도 업종 확산에 영향을 줬다.
인형뽑기방은 인건비 부담이 거의 없는 무인 운영 형태라 진입장벽이 낮고, 자영업자들 사이에서 '효자 업종'으로 입소문이 돌고 있다.
최근 충장로에 인형뽑기와 코인노래방 가게를 연 신진섭(49) 씨는 "기계 설치비가 초기에는 부담이지만 운영 측면에서는 인건비 절감이 크다"며 "방학이나 주말에는 인형뽑기를 하러 모이는 사람들이 많다"고 전했다.
실제로 충장로 일대에는 현재 11곳의 인형뽑기 상점이 운영 중인데 이 중 5곳이 올해 새로 문을 열었다.
현재 인형뽑기방이 들어선 자리는 불과 1∼2년 전만 해도 중국식 디저트 탕후루 가게가 줄지어 있던 곳이다.
탕후루 가게는 인기가 시들자 대부분 빠르게 문을 닫았고, 그 자리를 인형뽑기방이 대신 차지하고 있다.
정일성 충장로1·2·3가 상인회장은 "최근 인형뽑기 가게를 위한 임대나 매매 문의가 많이 들어오고 있다. 공실의 10%가 인형뽑기방으로 채워지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라며 "전국에서 유행하고 있어 아마 더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그러나 일부 전문가들은 충장로가 단기 유행 업종 중심으로 공실을 메우는 방식만으로는 근본적인 공실 문제를 해결하기 어렵다고 지적한다.
나주몽 전남대 경제학부 교수는 24일 "인형뽑기 유행이 지나면 결국 다시 공실 문제가 반복될 것으로 보인다. 한 상권에서 점포의 유행 업종이 수시로 바뀐다는 것은 결국 안정적인 수요가 뒷받침되지 못하고 있음을 단적으로 보여주는 현상이다"고 지적했다.
이어 "충장로는 단기적인 유행 업종에 기대는 방식에서 벗어나 지역의 특성과 소비자층을 면밀히 고려한 장기적인 전략이 필요하다"며 "교통 여건, 기반 인프라 등 구조적 문제와 더불어 지역 산업 전반에 걸친 종합적인 분석을 바탕으로 대책이 마련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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