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데이신문 강현민 기자】 이커머스가 국내 유통시장을 빠르게 장악하는 가운데, 롯데마트가 구독형 배송 서비스로 반격에 나섰다. 월 2900원의 구독료만 내면 1만5000원 이상 주문 시 무제한 무료배송을 제공하는 ‘제타패스(ZETTA pass)’를 출시한 것이다. 지난 2022년부터 9500억원을 투입해 온라인 식료품 사업에 공을 들여온 롯데쇼핑이 본격적으로 첫 시험대에 오른 셈이다.
24일 유통업계에 따르면 롯데마트는 지난 18일 제타패스를 공식 선보였다. 기존 무료배송 기준이 4만원이었던 점을 감안하면, 배송비 진입 장벽을 절반 이하로 낮춘 파격적인 시도다. 회사는 신선식품·소량 구매 고객을 핵심 타깃으로 삼았다. 하루 3~4회차의 당일·예약 배송을 운영하며, 전 차량에 콜드체인을 적용해 신선식품 품질을 보장한다. 앱에는 고객의 구매 이력과 성향을 분석해 자동으로 장바구니를 채워주는 ‘스마트 카트’ 기능도 탑재했다.
롯데마트가 공략하는 무대는 온라인 신선식품 시장이다. 쿠팡, 마켓컬리, 오아시스마켓 등 선발주자들이 이미 점유율을 확보한 영역이다. 이커머스 강자인 쿠팡의 ‘로켓프레시’는 월 7890원의 와우 멤버십에 가입하면 1만5000원 이상 구매 시 무료배송을 제공한다. 롯데마트는 배송 조건을 동일하게 설정하면서도 월 회비를 절반 이하로 낮추는 방식으로 차별화를 꾀했다. 업계에서는 “가격 경쟁력 측면에서 진입 장벽을 낮췄다”는 평가가 나온다.
이번 행보는 롯데쇼핑의 온라인 부문 강화 전략과 맞닿아 있다. 앞서 롯데쇼핑은 2022년 영국 리테일테크 기업 오카도(Ocado)와 손잡고 2030년까지 9500억원을 투자, 전국에 6개의 자동화 물류센터(CFC)를 구축하기로 했다. 오카도의 인공지능(AI) 수요 예측과 풀필먼트 자동화 시스템(OSP)을 도입해 상품 보관·포장·배송 전 과정을 통합 관리하는 방식이다. 현재 부산 강서구에 건설 중인 첫 CFC는 내년 상반기 가동을 앞두고 있다. 이번 구독 서비스는 본격적인 CFC 가동 전 고객 기반을 미리 확보하기 위한 전략적 시도라 볼 수 있다.
실적 흐름을 보면 롯데의 체질 개선 필요성이 읽힌다. 롯데쇼핑의 매출은 2022년 15조4760억원에서 2024년 13조9866억원으로 감소했다. 영업이익은 같은 기간 3862억원에서 5084억원으로 늘었다가 지난해 다시 4731억원으로 줄었다. 특히 국내 할인점 부문의 올해 2분기 매출은 전년 대비 2.2% 줄어든 9456억원에 그쳤고, 영업손실은 479억원으로 적자가 확대됐다. 오프라인 점포가 정체 국면에 들어선 상황에서, 온라인 강화는 선택이 아닌 필수가 됐다.
오프라인 매출이 정체되는 반면 온라인 식품 시장은 성장세를 이어가며, 롯데마트가 구독제 도입에 나선 배경으로 작용했다. 통계청에 따르면 지난 6월 온라인 식품 거래액은 3조182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11% 증가했다. 2022년 이후 매년 두 자릿수 성장세를 이어가고 있다. 반면 오프라인 식품 매출은 정체돼 있어 온라인 시장이 향후 유통업계의 성패를 좌우할 핵심 분야로 꼽힌다.
업계는 롯데마트의 이번 구독제 출시를 가격 경쟁력을 앞세운 충성 고객 확보전으로 해석한다. 다만 배송비 부담을 낮추는 전략이 단순한 일회성 소비를 넘어 충성 고객 확보로 이어질 수 있을지가 핵심이다. 한 업계 관계자는 “이커머스 시장은 배송비 여부가 꽤나 중요하다. 고객이 얼마나 자주 찾느냐를 가르는 요소 중 하나”라며 “이미 선발주자들이 들어선 상황인 만큼 이후에는 대형마트 본래 강점인 식료품 부문에서 얼마나 차별화를 꾀하느냐가 성패를 가를 것으로 본다”라고 했다.
롯데마트는 올해 상반기 구리점을 ‘그로서리(식료품) 특화점’으로 재단장하며 롯데마트 제타의 경기동북부 거점으로 삼았다. 제타패스와 매장 운영을 어떻게 연계해 옴니채널 효과를 극대화할지도 향후 관건이다. 롯데마트 관계자는 “신선식품을 찾는 고객에게 중요한 것은 품질을 유지한 채 적시에 배송하는 것”이라며 “향후 CFC가 가동되면 더 정교한 배송이 가능해지는 만큼 철저히 준비하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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