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7년 첫발의 후 "동성애 조장" 주장 종교단체 등의 반대 부딪혀
21대 국회발의 4개법안도 폐기…李대통령 "방향 맞다"면서도 '신중모드'
원민경 "약자 보호할 수단"…전문가 "성평등부 될 여가부, 핵심 사업 삼아야"
(서울=연합뉴스) 오진송 기자 = 원민경 여성가족부 장관 후보자가 포괄적 차별금지법의 필요성을 강조하고 나서면서, 지난 18년간 논란을 거듭한 차별금지법 입법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성평등가족부로의 확대·개편을 앞둔 여가부가 약자 보호를 위한 이 법의 제정을 핵심 사업으로 추진해야 한다는 의견도 24일 나왔다.
◇ 차별금지법 콕 짚은 여가장관 후보자…"약자 인권 보호수단"
원민경 여가부 장관 후보자는 지난 18일 인사청문회 준비를 위한 첫 출근길에 취재진과 만나 차별금지법 제정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그는 "포괄적 차별금지법 제정은 우리 사회 모든 구성원이 불합리한 차별에 효과적으로 대응하고, 사회적 약자의 인권을 보호할 구제 수단이 마련될 수 있다는 점에서 그 필요성과 의미가 매우 크다"고 강조했다.
이어 "우리 사회에서 다른 사람을 차별하는 가운데 본인의 행복감이 증진된다고 생각하는 사람은 없을 것"이라며 "차별금지법에 대한 오해가 있을 수 있지만, 국민의 기본권 보장이라는 헌법적 가치 차원에서 다시 한번 논의하면 좋겠다"고 말했다.
차별금지법은 정치·사회·경제·문화 등 모든 영역에서 불합리한 차별을 금지해 헌법상의 평등권을 보장하고 인간의 존엄과 가치를 실현하기 위한 법이다.
이미 성별·연령·고용 형태 등 영역마다 차별을 금지하는 개별 법률이 있지만, 개별 법령으로는 다양한 맥락에서 발생하는 차별에 대응하기 어렵다는 한계가 있다.
이에 실질적 평등을 구현하기 위해 모든 영역에서 발생하는 차별 행위를 포괄적으로 규제하는 차별금지법이 필요하다는 요구가 제기됐다.
차별금지법안은 노무현 정부 당시인 2007년 법무부가 처음 발의한 이후 19대 국회까지 총 7차례 발의됐지만, 일부 종교계의 반대와 사회적 합의 부족으로 임기 만료로 폐기되거나 철회됐다.
최근엔 국가인권윈원회가 2020년 6월 국회에 차별금지법 제정을 권고한 후, 21대 국회에서 장혜영 녹색정의당 의원과 이상민·권인숙·박주민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발의한 관련법안 4개가 논의됐지만 역시 임기 만료로 폐기됐다.
이재명 대통령은 대선 후보 당시인 올해 5월 포괄적 차별금지법에 대해 "방향은 맞다고 본다"며 "차별이 어떤 특정한 요소에 의해 생기는 것을 방치하는 건 바람직하지 않다"고 말했다.
그러나 그는 "이 사안이 새로 논쟁이 되고 갈등이 심화하면 지금 당장 해야 할 일을 하기 어려워진다"며 즉각적 입법에는 신중해야 한다는 뜻을 밝혔다.
◇ 쟁점은 '성적 지향' 차별금지…"여가부, 핵심 사업으로 추진해야"
차별금지법을 둘러싼 논란에는 여러 가지가 있지만, 우리나라에서는 '성적 지향'을 차별금지 사유에 포함해야 하는지 여부가 최대 쟁점으로 여겨지고 있다.
특히 보수기독교 단체를 중심으로 차별금지법 제정이 종교의 자유를 침해하고, 동성애를 조장할 것이라는 주장이 제기돼 왔다.
해외에서 차별금지법은 각 국가가 처한 상황에 따라 발전해왔다.
다양한 인종이 섞여 사는 미국에는 인종, 피부색, 종교, 성별, 출신 국가에 따른 차별을 법적으로 금지하는 '민권법'(Civil Right Act)이 1964년 제정됐다.
독일은 2006년 '일반적 동등처우법'을 제정해 노동법·민법·공무원법·사회법상 인종, 종교, 연령, 장애, 성적 정체성 등을 근거로 한 차별을 통합적으로 금지하고 있다.
일부 종교단체의 강력한 반대에도 불구하고 한국에서는 성소수자에 대한 차별이 여전하기 때문에, 성적 지향에 대한 차별 금지를 법에 명시해야 한다는 의견이 나온다.
한상희 건국대 법학전문대학원 명예교수는 연합뉴스에 "동성애자라는 이유로 직장에서 쫓겨나는 등 불합리한 차별을 받는 상황이 버젓이 벌어지고 있다"며 "성적 지향에 대한 차별을 금지 사유로 포함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차별금지법 제정이 설교나 선교 등 종교의 자유를 침해한다는 일각의 주장은 법안을 오해한 것이라며, 한국은 세속국가이기 때문에 종교계의 주장에만 지나치게 귀를 기울일 필요는 없다는 점을 언급했다.
한 교수는 또 "차별금지법은 양성평등을 비롯한 성평등의 틀 속에서 논의돼 왔다"며 "성평등가족부로의 개편을 앞둔 여가부는 차별금지법 제정과 이행을 핵심 사업으로 추진해 사회·경제적 소수자를 보호하는 부서로 거듭나야 한다"고 말했다.
dindong@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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