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일 관계가 수월해진 이유는? [김유성의 통캐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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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일 관계가 수월해진 이유는? [김유성의 통캐스트]

이데일리 2025-08-24 00:12:00 신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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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도쿄)=이데일리 김유성 기자]한국과 일본의 관계가 2000년대 이후 보기 드물 정도로 훈훈해졌습니다. 과거사 문제로 냉랭함과 긴장이 반복되던 두 나라가 전략적 동반자로서 한층 더 가까워진 느낌입니다. 2019년 일본의 대(對)한국 수출제재에 한국민들이 일본제품 불매 운동으로 맞섰던 것이 상상이 안 될 정도입니다.

이재명 대통령과 이시바 시게루 일본 총리가 17일(현지시간) 캐나다 앨버타주 캐내내스키스 주요 7개국(G7) 정상회의장에서 열린 한일 정상회담에서 악수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이재명 대통령과 이시바 시게루 일본 총리의 첫 만남을 예로 들어볼까요? G7 정상회담에서 이 대통령과 이시바 총리의 정상회담은 극적으로 이뤄졌습니다. 행사 시작 직전까지 시간과 장소가 확정되지 못했던 상황이었기 때문입니다. 이 대통령은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의 정상회담이 무산된 상태에서 이시바 총리와의 만남마저 성사되지 못하면 자칫 체면을 구길 수 있었습니다.

그 현장을 가까이서 봤던 기자 입장에서는 이시바 총리가 ‘구원투수’로 느껴질 정도였습니다. 자칫 곤란해질 수 있는 갓 취임한 한국 대통령을 배려해 줬다고나 할까요? 두 정상의 만남은 화기애애했습니다.

이는 일본과의 관계 개선에 공을 들였던 전임 윤석열 정부와도 온도차가 느껴질 정도입니다. 한 예로 윤 전 대통령과 기시다 후미오 전 일본 총리의 첫 만남을 들 수 있습니다. 두 사람은 2022년 9월 22일 유엔총회에 참석했다가 회담을 가졌는데 어색한 기운이 있었던 것도 사실입니다.

윤 전 대통령이 기시다 총리가 있는 곳을 찾아가 만남이 성사된 것도 우리 입장에서는 편치 않았습니다. 일본 정부는 이 만남을 ‘정상회담’이 아닌 ‘간담’ 정도로 격을 낮췄습니다. 윤 전 대통령은 초대받지 못한 손님 같았습니다. 이때와 비교하면 지금은 큰 힘을 들이지 않고 일본과의 관계 개선이 이뤄지는 모습입니다.

여기에는 여러 배경과 요인이 있습니다. 무엇보다 가장 큰 배경은 국제 정세의 변화입니다. 큰형님 격인 미국이 자국 시장 보호를 위해 일종의 ‘보호세’를 받는 모습입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등장은 한국과 일본 모두에게 ‘대미 관계’라는 숙제를 남겼습니다. 안보의 상당 부분을 의존하고 있는 미국의 심기를 건드리지 않으면서 실익을 챙겨야 하는 공통 과제가 한국과 일본에게 생긴 것이죠.

한국 입장에서도 일본은 참고 대상이자 전략적으로 같이 해야 할 파트너였습니다. 일본 입장에서도 한국은 무시하지 못하는 경제대국이 됐습니다. 1인당 국민소득만 놓고 봤을 때 오히려 한국이 더 앞선 부분이 있죠. 다시 말해 같은 고민을 대등한 위치에서 함께 나눌 정도가 됐다는 의미입니다.

이재명 대통령이 23일(현지 시간) 일본 도쿄 총리 관저에서 이시바 시게루 일본 총리와 정상회담을 마친 뒤 한일 공동언론발표를 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위성락 대통령실 국가안보실장도 이런 맥락에서 한일 관계 개선을 설명했습니다. “한일은 경제·정치적으로 협력 공간이 많고, 북한의 핵·미사일 위협이나 미중 통상 질서 변화 같은 공통의 과제를 함께 풀어야 한다. 최근 미국과의 관세 협상 과정에서도 일본과 한국이 각각 대규모 투자 패키지를 내놓았는데 규모와 과정이 유사했다. 양국이 같은 숙제를 안고 있다는 점에서 협력의 여지가 크다. 특히 첨단 기술 분야에서 공동의 접점을 찾을 수 있다.”

이런 흐름 속에 이재명 대통령의 리더십도 주목할 만합니다. 과거 정부, 특히 보수 정부는 일본과의 관계 개선에 공을 들였습니다. 그러나 가장 큰 장애물은 국내 정치의 반대였습니다. 정부가 일본과의 화해를 시도할 때면 진보 진영의 반발이 거세게 일어났습니다. 정부가 추진력을 얻기가 어려웠습니다. 이명박 전 대통령이나 박근혜 전 대통령도 공통으로 경험했던 벽이었습니다.

윤석열 전 대통령도 마찬가지였습니다. 일본에 먼저 양보하고 관계 개선을 기대했는데 국민 기대에는 미치지 못했습니다. 후쿠시마 오염수 등의 방류로 국내 여론만 더 안 좋아졌습니다. 여당인 국민의힘이 야당보다 작은 여소야대 국면도 한몫했습니다.

반면 이재명 대통령은 여러모로 상황이 다릅니다. 이 대통령의 지난 시절을 놓고 보면 반일 이미지가 더 강한 게 사실입니다. 야권에서 성장한 만큼 반일 혹은 극일과는 뗄래야 뗄 수 없었던 것이죠.

이런 이 대통령이 일본과의 관계 개선을 시도한다? 자기 부정적인 측면에서 대칭적 균형이 작동한다고 볼 수 있습니다. 친일 이미지가 덧씌워지는 것을 두려워하지 않고 일본과의 관계 개선을 시도할 수 있다는 것입니다.

실제로 이재명 대통령은 요미우리신문과의 인터뷰에서 위안부 합의를 뒤집지 않겠다고 밝혔습니다. 이는 일본에 신뢰를 주는 동시에 국내적으로도 반일 이미지를 가진 정치인으로서만 가능한 발언이었습니다.

1박2일 일정으로 일본을 방문한 이재명 대통령과 김혜경 여사가 23일 일본 도쿄 하네다공항에 도착해 미야지 타쿠마 외무성 부대신과 인사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비슷한 맥락에서 중국의 전승절 참석도 이해될 수 있습니다. 박근혜 전 대통령은 보수의 상징적 존재였는데, 과거 ‘중공’으로 불렀던 중국의 전승절 행사에 참석했습니다. ‘빨갱이’라는 이미지가 덧씌워지는 걱정을 할 필요가 없었던 것도 자유진영에서 거의 유일하게 참석했던 것으로 봅니다. 반대로 이재명 대통령은 전승절 행사에 참석한다면 거센 비판과 비난에 직면할 수 있습니다. 기존 이미지의 편향적 강화가 될 수 있기 때문입니다.

다만 안심할 수 없는 것도 사실입니다. 지지 기반이 취약한 이시바 총리가 언제든 자리에 내려올 수 있는 상황에서 누가 일본 정부의 키를 잡을지 알 수 없습니다. 중국과 한국 등 이웃 나라들과 척지고 내부 결속을 다시 다지려 할 수도 있습니다. 잊을 만하면 나오는 일본 정치인들의 망언이 그 예입니다.

과거사 문제도 여전합니다. 단지 봉합됐을 뿐 일본 정치권은 처절한 반성의 모습을 보이지 않고 있습니다. 일본 내 한류 열풍이 커질수록 재일동포를 향한 혐오도 커지고 있습니다. 앞으로 우리 정부의 과제이기도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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