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뉴스투데이 김진영 기자]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경영난에 빠진 인텔의 지분 10%를 미국 정부가 확보했다고 발표했다. 미국 정부가 반도체법(CHIPS Act) 보조금 지급과 연계해 민간 기업 지분을 취득한 것은 처음이다. 업계는 이번 조치가 삼성전자와 TSMC 등 대규모 보조금을 받은 글로벌 기업으로 확산될 가능성에 주목하고 있다.
22일(현지 시각) 트럼프 대통령은 소셜미디어 ‘트루스소셜’에서 “미국이 이제 더 놀라운 미래를 가진 위대한 미국 기업 인텔의 (지분) 10%를 완전히 소유하고 통제하게 됐다”며 “아무것도 지불하지 않고 확보한 지분 가치는 약 110억달러(약 15조원)에 달한다”고 밝혔다. 이어 “이는 미국에도, 인텔에도 큰 거래(Big Deal)”라며 “다시 미국을 위대하게 만들자”고 강조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 협상을 인텔 CEO 립부 탄과 직접 진행했다고 덧붙였다.
인텔도 이날 성명을 내고 “미국 정부가 보통주 4억3330만 주를 보유하게 되며, 이는 지분 9.9%에 해당한다”고 전했다. 다만 정부는 이사회 의석이나 의결권 없이 수동적 주주로 남는다고 강조했다. 이번 조치로 미국 정부는 블랙록(지분 8.92%)을 제치고 최대 주주가 됐다.
이번 지분 확보는 칩스법에 따른 보조금 지급의 반대급부 성격이 짙다. 바이든 행정부 시절인 지난해 11월 미 상무부는 인텔에 최대 78억6500만달러를 포함해 총 109억달러(약 14조7000억원) 규모의 보조금을 지급하기로 했다. 그러나 인텔은 지난 1월 22억달러를 받았음에도 신규 파운드리(위탁생산) 공장 건설을 연기하는 등 경영난이 이어졌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백악관에서 열린 FIFA 북중미 월드컵 행사에서도 “우리는 이런 거래를 더 많이 할 것”이라고 언급, 향후 유사 조치 가능성을 내비쳤다. 삼성전자·TSMC 등 미국 내 투자에 따른 보조금을 받는 외국 기업에도 ‘지분 확보’ 요구가 확산될지 관심이 쏠린다.
로이터통신은 미 정부가 삼성전자, TSMC, 마이크론 등에도 ‘보조금 주고 지분 받는’ 방안을 검토 중이라고 보도했다. 세 회사가 확정받은 보조금은 각각 47억5000만 달러(약 6조6000억원), 66억달러, 62억달러다. 현재 시가총액 기준으로 환산하면 삼성전자 약 1.6%, TSMC 0.7%, 마이크론 4.5% 수준이다. 보조금은 약속한 투자 규모에 따라 단계적으로 지급, 대부분 아직 미집행 상태다.
다만 월스트리트저널(WSJ)은 “미국 투자를 확대하는 대형 외국 기업에는 지분 확보를 추진하지 않을 것”이라는 행정부 관계자 발언을 전했다. 김용범 대통령실 정책실장도 “인텔과 외국인 투자 기업은 상황이 다를 것”이라고 언급했다. 그러나 트럼프 행정부의 보호무역 기조가 강화되면, 대규모 보조금을 받은 기업들에 대한 지분 요구가 통상 갈등으로 번질 가능성도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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