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VIBE] 전태수의 '웹 3.0' 이야기…글로벌 플랫폼과 지역 주권

실시간 키워드

2022.08.01 00:00 기준

[K-VIBE] 전태수의 '웹 3.0' 이야기…글로벌 플랫폼과 지역 주권

연합뉴스 2025-08-23 12:37:37 신고

3줄요약

[※ 편집자 주 = 한국국제교류재단(KF)의 지난해 발표에 따르면 세계 한류 팬은 약 2억2천500만명에 육박한다고 합니다. 또한 시간과 공간의 제약을 초월해 지구 반대편과 동시에 소통하는 '디지털 실크로드' 시대도 열리고 있습니다. 바야흐로 '한류 4.0'의 시대입니다. 연합뉴스 동포다문화부 K컬처팀은 독자 여러분께 새로운 시선으로 한국 문화와 K컬처를 바라보는 데 도움이 되고자 전문가 칼럼 시리즈를 준비했습니다. 시리즈는 매주 게재하며 영문 한류 뉴스 사이트 K 바이브에서도 영문으로 보실 수 있습니다.]

넷플릭스 애니메이션 영화 '케이팝 데몬 헌터스' 속 한 장면 넷플릭스 애니메이션 영화 '케이팝 데몬 헌터스' 속 한 장면

[넷플릭스 제공]

21세기는 디지털 혁명과 지역 주권이라는 두 흐름이 겹치는 거대한 전환기의 시대다.

블록체인, 분산 네트워크, 탈중앙 플랫폼으로 대표되는 웹 3.0은 중앙집중형 구조를 넘어, 공동체가 스스로 경제를 조직하고 세계와 연결될 수 있는 길을 열었다. 이런 변화는 수도권과 대기업이라는 중심축에 의존해왔던 한국 사회에 새로운 가능성을 제시한다.

그러나 우리는 여전히 불편한 질문 앞에 서 있다.

"성장의 과실은 누구에게 돌아가는가?"

최근 넷플릭스의 글로벌 히트작 '케이팝 데몬 헌터스'(케데헌)는 이러한 물음을 더 날카롭게 만든다. 한국이 20년간 일궈온 K-팝, 드라마, 영화 등 K-콘텐츠의 성과가 이제는 글로벌 OTT 플랫폼을 통해 전 세계에 동시 공개되고, 다양한 국가에서 소비된다.

표면적으로 한류의 세계화는 한국 콘텐츠가 영역을 확장한 긍정적 성과로 해석된다. 실제로 2025년 2분기 기준, '케데헌'이 8천만 뷰, 오징어 게임 시즌3이 1억2천200만 뷰를 기록하는 등 K-콘텐츠는 넷플릭스의 실적을 견인하며 글로벌 영향력을 입증했다.

그런데도 지식재산권(IP) 수익은 미국 플랫폼과 일본 제작사 등 해외 기업에 집중되고, 한국은 세계 50대 IP 기업 순위에 이름을 올리지 못하고 있다. 제작비는 미국·일본 자본이 투자하고, 유통은 글로벌 OTT가 맡으며, 수익의 대부분은 해외로 흘러간다.

더불어 한국 내 지방 경제, 특히 청년 일자리와 지역산업 성장 혜택은 기대만큼 돌아오지 않는다. 관광, 상품, 한식, 화장품 등 연관 산업에서 해외 인지도는 뛰었다. 외국인 관광객 중 약 38%가 K-콘텐츠를 계기로 한국을 방문하는 등 지역경제에 긍정적 효과가 있다는 분석도 있지만, 실제 장기적이고 체계적인 경제순환 구조로 연계되진 않는다.

◇ 유럽 축제, 지역 주권 경제의 롤모델

이와 대조적으로 유럽의 주요 문화축제는 '지역 주권 경제'의 힘을 실증한다. 헝가리 세게트(Szeged) 페스티벌은 불과 며칠간 도시 인구의 수백 배에 달하는 관광객이 몰려든다. 독일 옥토버페스트, 스페인 라 토마티나, 프랑스 아비뇽 연극제 등은 지역 주민 주도의 기획과 운영, 철도·항공망과 연계된 인프라, 협상력 있는 자본구조를 바탕으로 지역경제의 중장기 성장을 이끌었다.

이들 축제는 문화 이벤트만이 아니라 지역 주민의 적극적 참여, 외부 자본과 대등한 협상, 교통·숙박·관광·로컬상권의 연계, 세계적 문화 브랜드 육성까지 복합적 효과를 낳는다. 가장 중요한 점은, 지역이 하청이나 보조 역할이 아닌 주체적 기획자, 운영자, 협상자로 기능할 때 지속 가능한 생태계가 만들어진다는 데 있다.

한국은 여전히 OECD 최고 수준의 수도권 집중도를 기록한다. 지방 축제는 관 주도의 단발성 행사에 그친 경우가 많고, 지역 경제의 지속 성장에는 연결되지 않는다. 지방 대학은 학생 유치에 어려움을 겪고, 청년 인구 유출은 도시 소멸의 위기로 직결된다. 이런 상황에서 '성장의 과실 배분' 문제는 더욱 절실해진다.

'케데헌'의 성공을 돌이켜봤다. 만약 이 작품이 서울이 아닌 전남 순천의 청년 창작자와 지역 기반 스튜디오의 협업으로 탄생했다면, 수익과 부가가치는 글로벌 플랫폼이 아닌 해당 지역 사회로 환원될 수 있었을 것이다. 물론 배급의 문제는 차치하더라도 이는 수익 문제만이 아니다.

성공한 콘텐츠는 청년 일자리, 도시 인지도 상승, 세계와의 직접 연결 등 연쇄적인 경제, 문화, 교육 효과를 낳는다. 하지만 현실은 여전히 글로벌 OTT와 수도권 중심 대기업이 과실을 독점하는 구조로 고착돼 있다. 지방은 인적, 문화적 토대만 제공하는 '조연'에 머물 수밖에 없다.

◇ 전남 동부권의 기회와 전략

이 가운데 필자가 바라본 전남 동부권은 잠재력이 크다. 여수 엑스포 인프라, 순천 정원박람회의 생태, 문화적 자산, 광양항의 무역 경쟁력은 모두 '지역 주권 경제' 기반에 해당한다. 문제는 이 자산을 관광 상품에 그치지 않고, 세계와 연결되는 문화 산업 플랫폼으로 확장하는 데 있다.

2012 여수세계박람회 2012 여수세계박람회

[연합뉴스 자료사진]

만약 여수, 순천, 광양을 축으로 세계 힙합 리그, K-팝 축제, 글로벌 댄스, 영상 페스티벌을 정기적으로 개최한다면, 공연산업과 숙박, 관광, 지역 상권이 동반 활성화될 것이다. 또한 지역 청년은 이러한 행사에 직접 참여해 전문 경험을 쌓을 수 있다. 금융기관이 지역 중심 자금순환을 지원하면 산업생태계는 더욱 견고해진다.

지속 가능한 K컬처 시스템은 '축제+교육+산업 혼합 생태계'로 나아가는 것에서 출발한다. 지역 대학과 창작자 커뮤니티가 콘텐츠 제작 운영에 참여하면 '알바'를 넘은 전문 교육과 실제 경험이 축적된다.

관광, 식품, 패션, 테크 산업과 융합하면 축제는 지역 특화 브랜드로 성장할 수 있다. 봄에는 K-팝과 전통문화 융합, 여름엔 세계 힙합 리그, 가을엔 글로벌 영상, 댄스 페스티벌, 겨울엔 한류 스타와 청년이 함께하는 윈터 페스티벌 등 사계절 연중 축제 모델을 제안할 수 있다.

지역 방송과 대등한 조건으로 배급 계약을 마친 OTT 플랫폼이 이 콘텐츠를 세계로 송출하면 지역 주권 K컬처 모델은 구상에서 실제 대안으로 확장될 수 있다. 유럽의 성공처럼 지방 분권 구조에서만 지속 가능한 문화 시스템이 우리나라에서도 자랄 수 있다.

결국 우리는 콘텐츠로 만들어진 IP 확보, 유통 확산, 고용 증가, 브랜드 혁신 등이라는 열매를 글로벌 플랫폼과 수도권 대기업만이 독점하게 할 것인가, 혹은 지역이 적극 주체가 돼 세대, 교육, 경제, 문화의 순환 구조를 만드는가의 갈림길에 서 있다.

'케데헌'의 성공은 K-컬처의 세계화와 동시에, 한국이 20년간 쌓아온 결과가 글로벌 플랫폼 경제에 빨려 들어갈 수 있는 현실을 일깨웠다. 하지만 이 위기로부터 우리가 배울 수 있는 교훈은 분명하다.

유럽의 축제, 지방 도시의 자립적 문화 생태계, 그리고 지역 주권 경제 모델이 보여주는 바처럼, 한국도 수도권 중심 문화독점 구조를 탈피해 웹 3.0 시대의 분산, 자치적 K컬처 시스템으로 나아가야 한다.

콘텐츠가 지역의 고용과 정체성, 산업, 국제 연결에 기여하는 구조를 만들 때, 성장의 과실은 비로소 대한민국 전체의 미래로 환원될 수 있다.

전태수 웹 3.0·블록체인 전문가

▲ 사단법인 환경과미래연구소 이사장. ▲ 한국인터넷미디어윤리위원회 이사장. ▲ 세계스타트업포럼 대표.

<정리 : 이세영 기자>

seva@yna.co.kr

Copyright ⓒ 연합뉴스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본 콘텐츠는 뉴스픽 파트너스에서 공유된 콘텐츠입니다.

다음 내용이 궁금하다면?
광고 보고 계속 읽기
원치 않을 경우 뒤로가기를 눌러주세요

실시간 키워드

  1. -
  2. -
  3. -
  4. -
  5. -
  6. -
  7. -
  8. -
  9. -
  10. -

0000.00.00 00:00 기준

이 시각 주요뉴스

알림 문구가 한줄로 들어가는 영역입니다

신고하기

작성 아이디가 들어갑니다

내용 내용이 최대 두 줄로 노출됩니다

신고 사유를 선택하세요

이 이야기를
공유하세요

이 콘텐츠를 공유하세요.

콘텐츠 공유하고 수익 받는 방법이 궁금하다면👋>
주소가 복사되었습니다.
유튜브로 이동하여 공유해 주세요.
유튜브 활용 방법 알아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