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교단체가 50년 가까이 활동해온 승려에게 출석요구에 불응했다는 이유로 제적 징계를 내렸다. 법원은 이런 징계가 "과도하다"며 무효 판결을 내렸다. 왜일까.
뉴시스 보도에 따르면, 승려 A씨는 1969년 출가해 B종교단체 소속 승려로 중앙종회의원, 서울 강남구 소재 주지 등을 역임했다. B종교단체는 2017년 4월 5일 A씨에 대해 ▲집행부 비판 발언 ▲직무유기 ▲출석요구 불응 등 4개 징계사유로 제적 처분을 내렸다.
A씨는 징계가 과도하다고 주장하며 2023년 종교단체를 상대로 징계무효확인 및 위자료 3억원 청구 소송을 제기했다.
서울중앙지법 민사41부(재판장 정회일)는 이 소송에서 "피고가 원고에 내린 2017년 4월 5일 제적의 징계처분은 무효임을 확인한다"고 지난 5월 29일 판결했다.
재판부는 징계사유 4개 중 출석요구에 불응한 제4 징계사유만 인정했지만, 징계양정이 과도하다고 판단했다.
제1·2 징계사유(집행부 비판 발언)에 대해 재판부는 "집행부에 대한 견제와 균형을 근본적으로 불가능하게 만들 수 있다"며 인정하지 않았다. 또 일부 발언은 징계 규정이 제정되기 전에 이뤄진 것으로 "징계사유 소급 적용 금지의 원칙에 반한다"고 했다.
제3 징계사유(직무유기)에 대해서도 "직무를 유기했다고 보기 어렵고, 달리 이를 인정할 증거가 없다"고 판단했다.
출석요구 불응에 해당하는 제4 징계사유에 대해서는 "원고가 피고 호법부의 적법한 등원 또는 출석요구를 받고도 적극적으로 조사를 회피하는 등 응하지 않았다"며 "승려법 제48조 제3호의 '종무집행을 고의로 방해한 경우'에 해당한다"고 인정했다.
그럼에도 재판부는 "이 사건 징계처분은 피고가 달성하고자 하는 목적에 비해 원고가 입는 불이익이 너무 커서 사회통념상 현저하게 타당성을 잃어 징계양정의 재량권을 일탈·남용한 것으로서 효력이 없다"고 판시했다.
이어 "승려에 대한 징계 중 제적은 가장 중한 처분"이라며 "제4 징계사유는 승려법에 따라 공권정지 5년 이하, 3년 이상의 징계에 처할 수 있는 사유"라고 설명했다.
또 "원고는 약 50년간 승려로 활동했고 징계처분으로 10년이 지나야 복적할 수 있으며 그 후에도 5년간 중앙종회의원 등 종무직에 취임할 수 없다"며 "원고가 1950년생임을 고려하면 사실상 향후 승려 활동이 전면 금지된 것과 마찬가지"라고 밝혔다.
A씨가 함께 청구한 위자료 3억원에 대해서는 소멸시효가 지났다는 이유로 기각했다. 재판부는 "원고가 손해를 안 날은 늦어도 2017년 7월 18일이며, 3년이 지난 2023년 2월 9일 소송을 제기했으므로 손해배상청구권은 시효로 소멸했다"고 판단했다.
소송비용은 원고가 3분의 2, 피고가 3분의 1을 부담하도록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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