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우디 동계 아시안 게임, 비현실적 유치의 파국…한국에 부담 떠넘기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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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우디 동계 아시안 게임, 비현실적 유치의 파국…한국에 부담 떠넘기나

월간기후변화 2025-08-23 08:49:00 신고

▲ 사우디가 만들고 있는 동계올림픽 스테디움    

 

사우디아라비아가 2029년 동계 아시안 게임 유치에 나섰을 때만 해도 국제 스포츠계는 놀라움과 회의론을 동시에 쏟아냈다. 눈이 내리지 않는 사막 국가가 겨울 스포츠의 무대를 만들겠다는 선언은 화려한 조감도와 함께 발표됐지만, 시간이 흐를수록 그 속내는 허상으로 드러나고 있다. 결국 개최 불능 위기에 몰린 사우디가 한국과 중국 등 제3국에 대회 부담을 떠넘기려 한다는 외신 보도까지 나오고 있다.

 

동계 스포츠 불가능한 기후

 

개최지로 지목된 네옴시티 내 트로제나 지역은 해발 2,600m로 고도가 높지만, 겨울철에도 낮 최고기온이 10~20도에 이른다. 연 강수량은 100mm도 채 되지 않아 자연적으로 눈이 쌓일 가능성은 거의 없다. 낮에 녹아버리는 눈을 붙잡기 위해선 매일 인공눈을 만들어 쏟아부어야 하는데, 이 과정에서 발생하는 막대한 에너지 소모와 환경 파괴는 불가피하다. 사실상 동계 스포츠를 치르기 어려운 조건인 셈이다.

 

담수화·인공호수·인공슬로프…끝없는 비용 증가

 

사우디는 홍해에 대규모 담수화 플랜트를 세워 바닷물을 정수하고, 43km에 달하는 파이프라인을 통해 트로제나까지 물을 끌어올려 인공호수를 만들겠다는 계획을 내놨다. 그러나 트로제나는 연간 자연 증발량이 4,000mm에 달해 호수에 채운 물은 대부분 공중으로 사라진다. 눈 대신 시멘트 구조물로 슬로프를 만들고, 눈이 녹지 않도록 지붕을 씌우거나 실내 슬로프를 조성하는 방안까지 거론됐지만, 이 또한 천문학적 비용을 수반한다.

 

눈덩이처럼 불어난 공사비와 재정 적자

 

초기 예상 공사비는 190억 달러(약 25조 원)이었지만, 최근에는 두 배에 가까운 380억 달러(약 50조 원)로 불어났다는 분석이 나온다. 비교하자면, 2017년 일본 삿포로 동계 아시안 게임 예산이 330억 원이었으니, 사우디의 프로젝트는 그 760배가 넘는 금액이다. 문제는 사우디 재정이 이미 적자로 돌아섰다는 점이다. 2024년 재정 적자는 315억 달러(약 43조 원)에 달했고, 네옴시티 등 초대형 개발 사업도 줄줄이 지연되고 있다. 적자에 허덕이는 상황에서 수익성이 거의 없는 아시안 게임에 수십 조 원을 투입하기는 사실상 불가능하다.

 

완공 불가능…대회 연기 요청

 

트로제나 프로젝트는 당초 2026년까지 완공해 2029년 대회를 준비한다는 계획이었으나, 현재 상황으로는 2029년 개최도 불투명하다. 일부에서는 완공 시점을 2033년으로 미뤄야 한다는 지적이 나올 정도다. 이에 따라 사우디가 아시아 올림픽 평의회(OCA)에 대회 연기를 요청하고, 동시에 한국과 중국에 개최 대안을 타진하고 있다는 외신 보도가 잇따르고 있다.

 

한국으로 향하는 시선

 

OCA는 한국을 잠재적 대체 개최국으로 주목하고 있다. 한국은 1999년 이후 동계 아시안 게임을 치른 적이 없고, 최근 국제 스포츠 행사 유치 경험이 풍부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동계 아시안 게임 자체가 흑자를 내기 어려운 구조임을 고려할 때, 사우디의 부담을 떠안는 것이 과연 현명한 선택인지에 대한 의문이 제기된다.

 

‘스포츠 세탁’의 역설

 

사우디는 석유 의존도를 줄이고 국제 이미지를 제고하기 위해 ‘스포츠 세탁(sportswashing)’ 전략을 펼쳐왔다. 그러나 동계 아시안 게임 사례는 무리한 국위선양 경쟁이 어떤 파국으로 이어질 수 있는지를 보여주는 대표적 사례로 기록될 전망이다. 2011년 카자흐스탄 동계 아시안 게임처럼 수천억 원의 적자와 조직위원장의 횡령 사건만 남을 가능성이 크다는 점에서, 국제 스포츠 행사의 경제성과 지속 가능성에 대한 냉철한 평가가 절실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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