군부독재 속 미얀마, 1만 원으로 살아본 하루가 보여준 현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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군부독재 속 미얀마, 1만 원으로 살아본 하루가 보여준 현실

월간기후변화 2025-08-22 18:51:00 신고

미얀마의 최저 시급은 약 180원에 불과하다. 단순 계산으로 1만 원을 벌기 위해서는 무려 60시간을 일해야 한다. 하지만 의외로 물가는 싸지 않다. 국수 한 그릇이 900원, 맥주 한 캔이 1,200원으로, 단순히 국수와 맥주 한 끼를 먹으려면 하루 15시간을 노동해야 하는 셈이다. 군부가 집권하기 전 천연가스와 보석 덕분에 동남아시아에서 가장 잘사는 나라 중 하나였던 미얀마는, 군부의 잇따른 쿠데타와 독재 통치로 인해 1인당 GDP가 추락하며 국민 절반이 빈민층으로 전락했다.

 

군사독재와 국제 제재가 만든 경제 붕괴

 

미얀마 경제의 침체는 군부의 독재 체제와 국제사회의 제재가 맞물린 결과다. 1962년 이후 권력을 쥔 군인들은 외국 기업을 국유화하고 교육 예산을 삭감했다. 영어 사용까지 금지하며 아시아 최하위권 교육 수준으로 전락시켰고, 우수 인재는 해외로 떠났다. 이어 유럽과 미국은 군부 정권을 견제하기 위해 수출과 관광에 제재를 가했고, 그 결과 달러가 귀해졌다. 인플레이션은 연 30%를 넘어서며 화폐 가치는 추락했고, 국민은 아무리 열심히 살아도 어제보다 더 가난해지는 악순환에 빠졌다.

▲ 미얀마 지도    

 

환율 장벽과 암시장의 일상화

 

공식 환율과 암시장 환율이 크게 차이 나는 것도 미얀마 경제 현실의 단면이다. 공항에서의 환전은 실패했고, 결국 길거리 상인과의 암시장 환전을 통해 100달러를 46만 짯으로 교환해야 했다. 이는 공식 환율의 두 배에 달하는 수준이었다. 관광객은 물론 현지인조차 암시장을 통해 생활 자금을 충당하는 모습에서 제재와 통제의 결과로 정상적인 금융 시스템이 붕괴된 현실을 엿볼 수 있다.

 

음식과 생활비에 드러난 모순

 

하루 1만 원을 쥐고 시작한 여행자의 일상은 단순한 체험이 아니라 미얀마 서민 경제의 실상을 드러낸다. 국수 한 그릇과 콜라, 길거리 꼬치 다섯 개, 맥주 한 잔, 도넛 두 개와 음료수 한 잔, 아이스크림 하나. 이 정도가 1만 원의 소비 한계였다. 편의점 물은 180원으로 저렴했지만, 수입품은 한국과 비슷하거나 더 비쌌다. 햄버거 세트는 5천 원, 쿠키는 5천 원 이상, 와인은 최저 1만 5천 원부터 시작해 현지 월급 수준과 비교하면 사치품이었다.

▲ 미얀마 시위    

 

군부 독재가 남긴 일상의 흔적

 

양곤 시내를 거닐다 보면 금빛 불교 사원과 철제 바리케이드가 공존한다. 군부는 국민의 환심을 사기 위해 불교 건축물을 대규모로 세웠지만, 광장 주변에는 언제든 시위를 막기 위한 바리케이드가 버티고 있다. 신호등조차 없는 도로, 잦은 정전, 낙후된 교통 시스템은 군부가 의도적으로 전력과 인프라를 통제하는 현실을 드러낸다. 반군 지역에는 전력 공급을 차단하고, 군 시설에는 정전이 없는 식의 정치적 통제도 일상화돼 있다.

 

교육 붕괴와 미래 없는 청년들

 

과거 영국 식민지 시절 영어에 능통하던 미얀마는 군부 집권 이후 외국인 교사를 추방하고 교육 예산을 삭감하면서 아시아 최하위권 교육 수준으로 추락했다. 거리에서 7~8살 어린아이들이 담배를 피우는 장면은 충격적인 현실을 보여준다. 교육 부재 속에서 아이들이 흡연과 노동에 쉽게 노출되고, 미래에 대한 희망은 점점 사라지고 있다.

 

풍요에서 빈곤으로, 그리고 민주화의 흔적

 

미얀마는 과거 아시아 최초로 석유를 개발하고, 한때 세계 최대 쌀 수출국이었던 부유한 나라였다. 그러나 군부 집권으로 세계와 고립되며 국민은 빈곤에 내몰렸다. 2000년대 초반부터 민주화 움직임과 서방 자본 유입으로 잠시 활기를 되찾았으나, 2021년 쿠데타 이후 다시 군부 독재로 회귀하면서 상황은 악화됐다.

 

1만 원의 체험이 던진 질문

 

‘1만 원으로 미얀마에서 살아보기’는 단순한 여행 체험기가 아니다. 하루 노동의 대가와 물가의 불균형, 군사독재가 만들어낸 정치·경제적 모순을 생생히 보여준다. 국수 한 그릇을 먹기 위해 하루 종일 일해야 하는 현실, 암시장이 일상이 된 화폐 가치, 교육을 빼앗긴 아이들의 미래는 결국 군부 독재가 가져온 비극의 축소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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