왼쪽부터 빌 게이츠 게이츠재단 이사장과 최태원 SK 회장이 서울 종로구 SK서린빌딩에서 악수를 하고 있다. 사진/SK그룹 |
최태원 SK그룹 회장이 ‘세계 최고 부자’이자 차세대 원자력 혁신기업 테라파워 이사회 의장인 빌 게이츠와 손을 맞잡고, 글로벌 소형모듈원전(SMR)과 백신 사업을 둘러싼 초대형 동맹을 공식화했다. 수백조원 규모로 폭발적 성장이 예상되는 글로벌 SMR 시장의 주도권을 쥐기 위한 ‘한·미 원전 연합전선’이 본격 가동된 셈이다.
SK그룹에 따르면 최 회장과 게이츠 이사장은 21일 저녁 서울 종로구 SK서린빌딩에서 만찬을 갖고 SMR 상용화, 백신 협력 확대 등 전략 파트너십을 논의했다. 만찬 자리에는 안재용 SK바이오사이언스 사장, 김무환 SK이노베이션 에너지설루션사업단장, 크리스 르베크 테라파워 CEO 등 양측 핵심 인사들이 총출동했다. 최 회장은 “한국과 SK가 테라파워 SMR 실증과 상업화에 중추적 역할을 할 것”이라며 “안전성·효율성·친환경성을 무기로 글로벌 시장 수용성을 높여 나가겠다”고 밝혔다. 이에 대해 게이츠 이사장은 “차세대 SMR 확산을 위해 한국 정부의 규제 체계와 공급망 구축이 필수”라며 “이 조건이 충족된다면 SK와 테라파워가 글로벌 선두주자가 될 것”이라고 화답했다.
양측은 22일 오전에도 서울 여의도 콘래드호텔에서 연쇄 회동을 이어갔다. 이 자리에는 김정관 산업통상자원부 장관, 안세진 원전산업정책국장 등 정부 고위 관계자까지 합류해 사실상 ‘한국형 SMR 컨소시엄’ 논의에 불을 지폈다. SK는 민간 참여 활성화를 위한 인센티브, 글로벌 파트너십 강화, 선진 제도 도입을 정부에 요청하며 “2040년 수백조원으로 성장할 SMR 시장 선점”을 강하게 압박했다.
빌 게이츠가 2008년 세운 테라파워는 현재 미국 와이오밍주에서 세계 최초의 상업용 첨단 SMR 플랜트 건설에 착수했다. 미국 원자력규제위원회(NRC)가 건설 심사 기간을 단축해주며 연방 차원의 전폭적 지원까지 받고 있다. 완공 목표 시점은 2030년이다. 테라파워의 핵심 모델 ‘나트륨(Natrium) SMR’은 상압 운전·무전원 공기냉각 기능으로 안전성이 뛰어나고, 열에너지 저장 장치를 활용해 출력 조절이 자유롭다. 재생에너지와의 호환성이 높아 글로벌 시장에서 사업성이 입증되고 있다는 평가다.
SK는 2022년 SK이노베이션과 함께 테라파워에 2억5000만달러(약 3,300억원)를 투자하며 2대 주주에 올랐다. 2023년에는 한국수력원자력, 테라파워와 4세대 소듐냉각고속로(SFR) 기반 SMR 개발 업무협약을 체결하며 공동 연구·사업화를 이어오고 있다. 김무환 SK이노베이션 단장은 “SMR은 탄소 감축과 에너지 안보를 동시에 실현할 수 있는 혁신 기술”이라며 “SK가 국내 SMR 생태계의 허브가 돼 글로벌 시장을 선도하겠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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