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썰 / 안중열 기자] 이재명 대통령이 내년도 정부 연구개발(R&D) 예산을 35조3000억원으로 책정하며 ‘역대 최대 규모’ 투자를 단행한다. 증액 폭은 무려 19.3%. 윤석열 정부 시절의 삭감 기조를 단숨에 뒤집은 이번 결정은 단순한 예산 확대를 넘어, 과학기술을 국가 생존 전략으로 격상하는 정치·경제적 선언이자 국가 혁신 시스템을 재편하는 제도적 실험에 가깝다. 한국 R&D 패러다임을 전환하는 분기점으로 평가된다.
◇과학기술을 ‘국가 생존 전략’으로
이 대통령은 제1회 국가과학기술자문회의에서 “과학기술을 존중한 나라는 흥했고 천시한 나라는 망했다”고 강조했다.
이어 “부모 세대가 논밭을 팔아 자녀 교육을 뒷받침했듯, 국가는 연구개발에 전력을 다해야 한다”는 비유를 들며 과학기술을 ‘국가 생존 전략’으로 격상시켰다.
이번 증액을 “정상적 증가 추세 복귀”로 규정하며 전임 정부의 삭감을 사실상 ‘비정상’으로 단정한 것도 정치적 차별성을 부각시켰다.
◇AI 두 배 확대, 인력·지역·전략기술 ‘균형 투자’
총 35조3000억원의 내년도 예산 중 AI(2조3000억원, +106.1%), 인력양성(13조3000억원, +35.0%), 지역성장(1조1000억원, +54.8%) 항목이 가장 크게 늘었다. 전략기술(8조5000억원, +29.9%), 중소벤처(3조4000억원, +39.3%), 방산(3조9000억원, +25.3%), 에너지(2조6000억원, +19.1%)도 대폭 확대된다.
출연연(4조원, +17.1%)과 재난안전(2조4000억원, +14.2%) 지원도 늘어나며, 정부는 연구자의 자율성을 확대하기 위해 PBS(연구과제중심제도) 폐지와 임무 중심형 재정 구조 도입 등 제도개혁을 병행한다.
◇윤석열 정부와의 차별화, 글로벌 AI 경쟁 합류
윤석열 정부가 재정 효율화 명분으로 R&D 삭감을 단행했던 것과 달리, 이재명 정부는 ‘투자를 통한 미래 선점’을 앞세웠다.
특히 AI 예산을 두 배로 확대하고, 국가 AI 전략위원회 출범과 ‘대한민국 AI 액션플랜’ 발표를 앞두고 있어 글로벌 AI 경쟁에 본격 합류하는 신호탄으로 해석된다. 한·미·일 협력, AI 반도체·데이터·보안 표준 경쟁 참여 등 국제 전략과의 연동이 특징이다.
◇예산 확대만으론 부족…집행·제도 설계의 성패
다만 예산 확대가 곧바로 성과로 이어지지는 않는다. 집행의 투명성, 중복투자 방지, 산학연 협력 강화가 관건이며, 연구자의 장기 비전을 뒷받침할 평가·보상 체계 개편도 뒤따라야 한다.
윤석열 정부의 삭감 기조가 단기 효율성에 치중했다면, 이재명 정부의 증액은 전략적 투자라는 힘을 갖지만, 재정 부담과 집행 효율성이 미흡할 경우 ‘예산 낭비’ 논란에 직면할 수 있다.
특히 AI 투자 확대는 한국이 AI 3대 강국으로 도약할 기회이지만, 윤리·규제·국제 협력 체계가 뒷받침되지 않으면 단순한 ‘돈 풀기’로 전락할 위험도 있다.
결국 이번 결정은 예산의 크기가 아니라, 설계와 집행의 질을 시험하는 국가적 실험이라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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