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폴리뉴스 이상명 기자] 인구 감소와 경기 침체 속에 전라남도 내 주요 상권의 공실률이 빠르게 증가하고 있다. 정부의 균형발전 전략에 따라 조성된 혁신도시조차 상업 기능이 제대로 작동하지 않으면서 사실상 주중 행정 거점에 머무르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22일 한국부동산원이 발표한 올해 2분기 전국 상업용 부동산 통계에 따르면 나주 광주전남혁신도시(빛가람동) 내 집합상가 공실률은 37.03%에 달했다. 1분기(42.23%)보다는 소폭 감소했지만 상가 3곳 중 1곳 이상이 비어 있는 상황은 여전히 심각하다.
빛가람혁신도시는 2013년부터 시작된 공공기관 지방 이전에 따라 조성됐으며 광주시와 전남도는 당초 자족형 신도시를 목표로 계획 인구 5만 명 규모의 개발을 추진해왔다. 그러나 2025년 현재 이 지역 인구는 4만 명을 밑도는데다 상업시설의 공급 대비 수요가 따라가지 못하면서 '유령 상권'으로 전락하고 있다.
특히 공공기관 중심의 도시 특성상 주중에는 유동 인구가 일정 수준 유지되지만, 주말이 되면 직원 상당수가 수도권이나 광주 등 대도시로 빠져나가 상권은 거의 멈추는 수준이다.
이 같은 현상은 나주뿐 아니라 전남 전역으로 확산되고 있다. 부동산원 통계에 따르면 2분기 기준 전남 전체 집합상가의 평균 공실률은 23.11%, 오피스(6층 이상) 공실률도 20.90%로 조사됐다.
전남도청이 이전한 후 10년이 지나면서 점차 상권이 형성된 무안군 삼향읍조차도 집합상가 공실률이 19.46%에 달하는 등 구조적인 상권 불안정성이 계속되고 있다.
전남 동부권 주요 도시들도 상가 공실 문제에서 자유롭지 않다. 순천시 원도심은 집합상가 공실률 33.42%, 중대형 상가 31.86%, 소규모 상가 15.13%로 조사됐다.
순천의 신도심으로 자리 잡은 조례동의 경우 집합상가 공실률이 14.26%, 중대형 상가는 8.68%로 비교적 낮은 편이지만, 이는 특정 지역에 상업 기능이 집중된 '상권 편중'을 보여주는 지표이기도 하다.
광양시의 중심 상권인 중동 지역도 집합상가 공실률이 30.17%에 육박했으며 여수시 학동 역시 20.54%가 비어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들 지역은 조선업, 석유화학, 공공기관 등으로 일정한 산업 기반을 갖추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지역경제 내수 기반이 약화되면서 상업 생태계가 제대로 작동하지 못하고 있다.
상가 공실률 상승의 근본적인 원인으로는 청년층의 정착 실패와 생활 인프라 부족이 지적된다. 지방 중소도시는 일자리를 제공하더라도 주거, 교육, 여가 등 정주 환경이 미흡해 '평일 거주, 주말 이탈'이 일상화되고 있다는 것이다.
여수에서 근무 중인 20대 직장인 서모 씨는 "주거 지원이 일부 대기업을 제외하고는 거의 없다. 임금이나 근무 여건이 비슷하다면 수도권으로 이동하려는 사람이 대부분"이라며 "지자체 차원의 체계적인 주거 정책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나주 혁신도시에 거주 중인 직장인 윤모 씨도 "아이 교육과 가족 여가 활동을 고려하면 지금 정착할 이유가 많지 않다"며 "도시 규모상 모든 인프라를 갖추긴 어렵겠지만, 인근 도시와 연계한 광역 생활권 구축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실제로 전남 일부 시군은 공동육아나눔터 확대, 청년 창업 공간 제공, 광역 교통망 확충 등을 통해 정주 여건 개선을 모색하고 있지만, 여전히 현실과 괴리가 있다는 지적이 많다.
지역 전문가들은 단순한 상업시설 공급 확대나 규제 완화보다는, 인구 정착과 생활 기반 마련을 위한 종합적 접근이 필요하다고 강조한다. 특히 '일자리-주거-문화'를 유기적으로 연결한 도시 전략 없이는 공실률 문제도 반복될 가능성이 높다는 경고다.
지역경제 연구소의 한 관계자는 "혁신도시를 포함한 지방 중소도시들이 겪는 문제는 단순한 상업공간 과잉이 아니라, 도시의 구조 자체가 주중만 작동하는 '비정상적 순환'에 빠졌기 때문"이라며 "청년층의 장기 정착을 위한 과감한 주거·교육·복지 정책 전환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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