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폴리뉴스 정철우 기자] LG전자가 위기를 맞았다. 미국의 관세 장벽 등 외부 요인이 작용하며 적지 않게 흔들리고 있다.
LG전자의 TV 사업을 담당하는 MS사업본부는 50대 직원 및 저성과자 대상으로 희망퇴직을 진행하기로 했다. 전사적인 차원의 인력 선순환이 이유라고 밝혔지만 실적 부진이 큰 영향을 미쳤음은 부인할 수 없는 사실이다.
올해 상반기 영업손실이 1,868억 원으로 전년 동기(3,078억 원) 대비 적자 전환했다. 시장 수요가 줄면서 TV 판매가 줄었고, 경쟁 심화에 대응하기 위한 판매가격 인하와 마케팅비 증가 등이 수익성에 악영향을 미쳤다.
미국의 상호관세 부과가 악재로 작용했다. 올해 4월부터 기본 상호관세 10%가 적용됐고, 6월부터는 가전제품에 함유된 철강 함량에 따라 50%의 관세가 부과됐다.
가장 큰 미국 시장에서 고전하며 전체적인 수익 구조가 허물어진 셈이다.
미국 시장 악화는 앞으로도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전자 제품의 주력 업종인 TV가 관세에 가장 큰 영향권에 들었다고 할 수 있다.
업계 관계자는 "TV 매출이 단기간에 반등하기는 쉽지 않을 것"이라고 전망 했다.
그러나 나쁜 소식만 있는 것은 아니다. 미국 다음 가는 큰 시장인 유럽 공략이 본격적으로 시작됐기 때문이다.
LG는 유럽 맞춤형 전략과 환경 친화 제품 제조라는 두 가지 카드를 앞세워 유럽 시장 공략에 나서고 있다. 유럽에서의 성공은 LG전자에 또 다른 활력이 될 전망이다.
LG전자는 유럽 최고 수준 에너지 효율과 유럽 고객 맞춤형 편의성을 갖춘 냉장고∙세탁기 신제품으로 시장 공략에 속도를 낼 계획이다.
유럽 시장과 고객을 철저히 연구해 제품 구조부터 높은 에너지 효율을 만들고 유럽 주거 환경과 고객 라이프스타일을 반영한 디자인과 편의성을 갖춘다는 전략이다.
LG전자는 내달 5일 독일 베를린에서 개막하는 유럽 최대 가전 전시회 IFA 2025에서 유럽향 냉장고와 세탁기 신제품 25종을 선보인다.
유럽 전체적으로 에너지 가격이 급등한 상황이다. 유럽 소비자들이 유독 제품의 에너지 효율에 무게를 두는 이유다.
LG전자는 냉기가 더 오래 유지될 수 있는 구조로 새롭게 설계했고, AI와 모터∙컴프레서 등 핵심 부품 기술력을 결합한 'AI 코어테크'도 더 고도화했다.
냉장고의 경우 단열을 강화해 온도 유지에 필요한 컴프레서 가동을 줄였고 AI가 사용 패턴에 맞춰 컴프레서 가동을 최적화해 전력 사용량을 절감하는 방식을 썼다. 바텀 프리저(Bottom Freezer, 상냉장하냉동 냉장고), 프렌치 도어(French Door, 상단 양문형 냉장실·하단 서랍형 냉동고) 등 주요 신제품은 지난해 대비 에너지 사용량을 대폭 개선했다. 가히 업계 최고 수준 효율이라고 자신하고 있다.
세탁기 제품군에서는 공간 활용도가 높은 일체형 세탁건조기 제품이 일찍 상용화된 유럽 시장을 겨냥해 고효울 워시콤보 신제품을 선보인다. LG전자는 2021년 일체형 세탁건조기 가운데 유럽 최초로 에너지 효율 A등급을 받으며 'LG 시그니처 히트펌프 워시콤보'를 출시해 이 시장에서 1위에 오른 바 있다. 여기에 고효율 신제품을 통해 선두 지위를 공고히 할 계획이다.
이번 신제품 25종 가운데 바텀 프리저 냉장고와 세탁기 신제품은 특히 유럽 에너지 효율 A등급 기준을 크게 웃도는 최고 에너지 효율을 자랑한다.
디자인에도 각별히 신경을 썼다.
LG전자는 냉장고 도어를 본체 안쪽으로 회전시키는 제로 클리어런스(Zero Clearance) 힌지를 적용, 벽이나 가구장에 밀착해 설치해도 문을 여닫을 수 있도록 했다. 좁은 유럽 가옥 구조에 맞춘 전략이다.
또한 프렌치 도어 냉장고의 경우 폭을 유지하는 대신 높이를 80mm가량 높였다. 유럽 사람들의 평균 키를 고려한 계산이다.
유럽 식문화를 고려한 접근도 이뤄진다.
프렌치 도어의 냉장실 서랍을 2단으로 만들었고, 냉장고 문을 열 때는 소스통 등이 쓰러지지 않게 도어 바스킷의 폭을 줄였다. 다양한 식재료를 냉장 보관하는 사용 패턴과 유럽 식문화를 고려한 변화다.
LG전자는 빠르게 성장하는 유럽 시장에서 현지 최적화된 제품으로 가전 사업의 주도권을 강화해 나간다는 야심찬 계획을 세워 뒀다.
LG전자 HS상품기획담당 박희욱 전무는 "유럽 가전 시장과 고객의 라이프 스타일에 최적화한 신제품으로 LG 가전이 전하는 새로운 고객경험을 선보이며 시장 주도권을 강화해나갈 것"이라고 강조했다.
친환경 제품 생산도 또 다른 무기가 되고 있다.
유럽은 친환경 제품에 대한 수요가 높은 곳이다. 미국에 관세 장벽이 있다면 유럽엔 환경 장벽이 있다고 할 수 있다.
제품의 생산 과정은 물론 제품 자체의 친환경 요소에 따라 수출의 성패가 달려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앞으로 탄소 배출량 등 친환경 요소에 따른 진입 장벽이 정해질 전망이다.
LG전자는 이에 앞서 친환경 제품 생산에 돌입하며 유럽 시장에서의 성과를 공고히 하려 하고 있다.
LG전자는 시스템에어컨 제조 시 플라스틱 사용을 줄이는 공법을 적용해 탄소 배출을 저감할 수 있게 했다.
LG전자는 최근 글로벌 시험인증기관 TUV 라인란드(TÜV Rheinland)로부터 상업용 4방향(way) 시스템에어컨 1대 당 14.85킬로그램(kgCO₂eq, 온실가스를 이산화탄소 배출량으로 환산한 값)의 이산화탄소 배출을 줄였음을 검증받았다.
이번 탄소배출 저감의 핵심은 시스템에어컨의 외관 판넬 제조 공법 및 소재 변경이다. 기존 플라스틱 제조와 달리 질소 가스를 주입한 것이 특징이다. 내부에 기포를 생성하는 '물리 발포 성형' 방식을 처음 도입해 4방향 시스템에어컨 1대 당 플라스틱 사용량을 약 900그램(g) 줄였다.
이 공법을 적용하기 위해 플라스틱 재질도 ABS(Acrylonitrile Butadiene Styrene)에서 이산화탄소 배출량이 적은 PP(Polypropylene) 소재로 변경했다.
LG전자가 검증 받은 시스템에어컨은 제조 공법 및 소재 변경으로 제조 시 플라스틱 사용량 약 270톤, 이산화탄소 배출은 4,400톤(tCO₂eq) 이상 줄일 것으로 기대된다. 이는 축구장 580여 개 면적에 해당하는 30년생 소나무 산림이 1년간 흡수하는 이산화탄소량 수준이다.
이미 자연이 자연스럽게 해결해줄 수 있는 환경 문제는 정도를 넘어선지 오래다. 자연에서 모두 해내기 어려운 부분을 기술력을 통해 보완할 수 있도록 한 것이다.
LG전자는 지난 6월부터 이산화탄소 배출을 저감하는 물리 발포 방식을 적용한 상업용 4방향 시스템에어컨을 생산 중이다.
LG전자는 지속가능경영보고서에 2030년까지 2017년 대비 온실가스 배출량을 54.6% 감축하겠다는 목표를 설정한 바 있다. 이를 위해 생산 공정 내 에너지 고효율 설비 도입 및 재생 전력 전환 확대 등을 적극 추진하고 있다.
LG전자 ES사업본부 SAC사업부장 배정현 전무는 "새로운 공법을 통해 플라스틱 사용을 줄이고, 친환경 냉매 사용을 늘리는 등 환경을 고려한 제품을 만들기 위해 지속 노력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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