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마에서 착순보다 중요한 것, ‘언더독’의 위대한 질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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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마에서 착순보다 중요한 것, ‘언더독’의 위대한 질주

한스경제 2025-08-22 11:19:40 신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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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탱크. /한국마사회 제공
서울탱크. /한국마사회 제공

| 한스경제=김성진 기자 | 11세의 노장 ‘서울탱크’가 지난 16일 오후 렛츠런파크 서울에서 8두 중 6위로 결승선을 통과했다. 평범해 보이는 성적이지만, 11세까지 현역으로 뛰는 ‘서울탱크’의 모습은 많은 경마 팬에게 특별한 의미로 다가온다.

경주마로서는 극히 드문 고령인 11세까지 현역으로 활동해 온 ‘서울탱크’는 이날도 변함없는 투지로 힘찬 발굽을 내디뎠다. 일반적으로 경주마는 2세에 데뷔해 3~5세 전성기를 거쳐 6~7세에 은퇴한다. 사람과 마찬가지로 나이가 들수록 근력과 체력이 저하되기에 11세까지 현역으로 뛰는 것은 매우 이례적이다.

‘서울탱크’는 화려한 우승 경력이나 1등급마의 타이틀은 갖지 못했다. 하지만 그는 2세부터 11세까지 근 10년간 꾸준히 출전하며 완주의 미학을 보여주었다. 총 90번의 경주를 통해 부상과 슬럼프를 이겨내며 쌓아온 ‘서울탱크’의 커리어는 우승보다 더 값진 꾸준함의 상징이 됐다.

‘서울탱크’의 스토리는 자연스럽게 경마 역사상 가장 인상 깊은 언더독들을 떠올리게 한다.

차밍걸. /한국마사회 제공
차밍걸. /한국마사회 제공

먼저 ‘차밍걸’의 이야기는 그중에서도 특별하다. ‘차밍걸’은 한국 경마 역사에 ‘0승 101패’라는 전무후무한 기록으로 이름을 남겼다. 숫자만 보면 실패처럼 보이지만, 사실 이는 흔치 않은 끈기의 증거다. 대부분의 말은 통상 50회 정도 경주를 치르면 은퇴한다. 또는 성적이 나오지 않으면 조기 은퇴하는 때도 다수다. 하지만 ‘차밍걸’은 부진한 성적에도 불구하고 매번 게이트 앞에 섰고, 그때마다 다시 희망을 품고 출발대를 나섰다. 뒤처지고 또 뒤처지면서도 절대 포기하지 않았던 ‘차밍걸’의 질주는, ‘완주 자체가 승리’라는 메시지를 담고 있다.

‘차밍걸’이 은퇴식을 치른 2013년 9월 경마장은 팬들의 응원과 격려로 뜨겁게 달아올랐다. ‘차밍걸’은 당대 최강마들보다 많은 스포트라이트를 받았다. ‘차밍걸’의 이야기는 어린이 동화책으로 출간되고 창작 공연으로 제작되어 회자하며 많은 이들에게 뜨거운 울림을 주었다.

루나. /한국마사회 제공
루나. /한국마사회 제공

장애를 극복한 ‘루나’의 삶은 불가능을 가능으로 바꾼 기적의 서사다. 2001년 제주에서 태어난 ‘루나’는 선천적으로 왜소하게 태어났을 뿐만 아니라 허리 인대 염증으로 다리를 절뚝거리기까지 했다. 경주마로 뛰기 어렵다는 평가가 따랐지만, 김영관 조교사는 포기하지 않았다. 세심한 관리와 맞춤형 재활 훈련 끝에 2004년 데뷔했고, 김영관 조교사에게 첫 대상경주 우승까지 안겨주었다.

이후 2009년까지 국내 최정상급 암말로 활약하며 몸값의 78배에 달하는 상금을 벌어들였다. 결승선을 통과할 때마다 터져 나온 팬들의 함성은 단순한 환호가 아니라, 역경을 이겨낸 용기에 대한 찬사였다.

팬들에게 ‘루나’는 ‘장애에도 불구하고 최고가 될 수 있다’는 희망의 상징이다. 한때는 절뚝거리던 망아지에서 한국 경마사를 빛낸 전설로 자리매김한 ‘루나’는 지금도 많은 경마 팬에게 용기와 도전의 이름으로 남아 있다.

'마이티젬'의 자마 '마이티러브'와 김태희 기수. /한국마사회 제공
'마이티젬'의 자마 '마이티러브'와 김태희 기수. /한국마사회 제공

‘마이티젬’과 자마 ‘마이티러브’의 이야기는 절망과 희망이 교차하는 감동 드라마다. ‘마이티젬’은 장거리 경주에서 안정적인 실력을 발휘하며 KNN배(GⅢ) 준우승, 경남도지사배(GⅢ) 입상 등의 성과를 거두었다.

마주와 팬들의 기대를 한 몸에 받으며 승승장구하던 ‘마이티젬’에게 절망의 순간이 찾아왔다. 경주 중에 발생한 다리 분쇄골절. 사람으로 치면 아킬레스건이 끊어진 정도의 심각한 부상이었고, 수의사들도 회복 가능성이 거의 없다고 판단했다. ‘마이티젬’의 마생도 끝이라고 여겨졌다.

하지만 조병태 마주는 말을 어떻게든 살려달라고 부탁했다. 다리에 금속 플레이트를 삽입하는 큰 수술을 진행했고 재수술도 수차례 했다. 긴 치료와 재활 끝에 기적적으로 회복한 ‘마이티젬’은 제주도로 휴양을 떠났고, 목장에서 딸 ‘마이티러브’를 출산하며 삶의 의지를 더욱 단단히 다져갔다. 어미보다도 작은 체구지만 그 영특함과 불굴의 정신을 그대로 물려받은 ‘마이티러브’는 올해 신년 첫 경주에서 당당히 승리를 거두며 조병태 마주와 서홍수 조교사에게 눈물겨운 감격을 선사했다.

어미의 절망적 부상에서 시작된 이야기가 딸의 찬란한 승리로 완성되는 순간, 경마장은 뜨거운 감동으로 물들었다. ‘마이티젬’ 모녀의 스토리는 넘어져도 다시 일어설 수 있다는 삶의 진리를, 절망의 끝에서도 희망은 피어난다는 메시지를 생생하게 전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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