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풋볼리스트] 김희준 기자= ‘팔꿈치 촌극’이라 불러도 할 말이 없다. 오락가락하는 심판 판정 속에 피해는 고스란히 K리그 팀들의 몫이 됐다.
21일 한국프로축구연맹은 제10차 상벌위원회를 열어 FC안양 권경원, 제주SK 김준하에 대한 사후 감면과 FC서울 박수일, 포항스틸러스 이호재에 대한 사후 징계를 부과했다.
이 중 권경원과 이호재는 같은 경기에서 받은 판정에 대한 사후 처리를 받았다. 안양과 포항은 지난 15일 하나은행 K리그1 2025 26라운드에서 맞붙었다. 여기서 이호재는 전반 추가시간 4분 김정현과 경합 상황에서 팔꿈치를 사용했고, 김정현은 눈 밑 부위가 찢어졌지만 김종혁 주심은 경고를 주는 데 그쳤다. 반면 권경원은 후반 40분 주닝요와 경합하는 과정에서 팔꿈치로 주닝요의 턱을 쳤고, 주심은 곧바로 레드카드를 꺼내들었다. 같은 팔꿈치 사용에 전혀 다른 결과가 나와 경기 당일에도 큰 논란이 된 사안이다.
21일 프로연맹 상벌위원회에서는 해당 판정을 완전히 뒤엎었다. 권경원의 퇴장 징계는 취소하고, 이호재에게는 사후 징계로 2경기 출장 정지 처분을 내렸다. 권경원의 경우 상대 선수를 가격하기 위한 움직임이 아닌 데다 팔꿈치가 아닌 다른 부위로 상대를 가격했다고 판단했고, 이호재는 고의성과 별개로 상대 선수의 얼굴을 팔꿈치로 가격했기 때문에 퇴장 조치가 정당하다고 정정했다.
경기 중 판정이 통째로 뒤집혔지만, 안양과 포항 모두 웃을 수 없었다. 안양은 권경원이 돌아온 것 외에는 아무것도 얻지 못했다. 이호재가 이번 결정대로 전반 추가시간에 퇴장당했다면, 안양은 후반 내내 수적 우위를 안고 경기를 풀어나갈 수 있었다. 축구에 만약은 없지만 안양이 수적 우위까지 안고 포항을 밀어붙였다면 0-1 패배를 면했을 가능성이 충분히 있다.
포항 입장에서도 이호재의 퇴장이 안양전에 나왔다면 다음 경기를 이호재 없이 대비할 충분한 시간을 얻을 수 있었다. 하지만 전북현대와 경기를 사흘 앞두고 퇴장 징계가 떨어지면서 발등에 불이 떨어졌다. 이호재는 지난 7월 대표팀 차출 이후 곧바로 전북과 리그 경기에 선발될 만큼 박태하 감독이 생각하는 전북전 핵심이다. 박 감독의 고민도 깊어질 수밖에 없다.
이번 시즌 판정들을 돌아봐도 이번 상벌위원회 결정은 이례적이다. K리그는 올해 팔꿈치 사용에 대해 엄격한 기준을 들이밀었다. 고의성과 관계없이 상대를 위협하는 동작이 됐다면 무조건 퇴장을 부여해왔다. 팔꿈치 사용에 너무 가혹한 잣대를 들이대는 것 아니냐는 비판은 있었을지언정 지금껏 그에 대한 일관된 기준이 있다고 믿어져왔다. 하지만 안양과 포항 경기에서 그러한 믿음이 사라졌고, 상벌위원회 결정도 이를 뒤집기는커녕 더 논란을 키웠다.
최근 K리그 심판들은 자질 논란에서 자유롭지 못하다. 특히 지난 10일 전남드래곤즈와 천안시티FC의 K리그2 경기에서 전반 18분 민준영의 득점이 오프사이드 오심으로 취소되는 초유의 사태가 벌어졌다. 육안으로도 확인할 수 있는 온사이드가 ‘기술적인 문제’로 오프사이드가 됐다는 황당한 설명이 덧붙여졌다.
이번 팔꿈치 사용과 관련한 논란도 다르지 않다. 사실상 같은 사례에 다른 해석을 적용하자 경기 자체가 이상해졌다. 팔꿈치 사용에 대한 무관용 원칙을 스스로 깨며 다른 잣대를 들이밀어 경기 결과에 큰 영향을 끼쳤다.
이번 상벌위원회에서는 권경원과 이호재 사례 외에도 제주SK와 강원FC 경기에서 나온 김준하의 퇴장이 취소되고, 김천상무와 FC서울 경기에서 나온 박수일의 반칙이 퇴장으로 정정되는 등 6경기 중 3경기에서 오심이 나온 게 확인됐다. 제주는 전반 23분 나온 김준하의 경고 누적 퇴장 때문에 70분가량을 수적 열세에서 뛰었다. 결과는 0-0. 잔류 경쟁을 하는 제주에는 치명적인 결과였다.
심판계를 관장하는 대한축구협회는 비디오 판독 장내 안내 방송(VAR PA)을 도입하고, 심판 판정에 대한 리뷰 콘텐츠 ‘VAR ON: 그 판정 다시보기’를 만드는 등 심판 불신 해소를 위해 노력 중이다. 그러나 이러한 조치는 ‘사후약방문’에 가깝다. 심판 불신을 해소하는 가장 근본적인 방법은 경기 중에 올바른 판정을 내리는 것이다. 하지만 같은 반칙에 대한 처벌이 다르고, 한 라운드에 여러 오심이 나오는 현 상황에서는 심판계가 신뢰를 회복하기 요원해보인다.
사진= 한국프로축구연맹 제공, KFATV 유튜브 캡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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