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데이신문 김이슬 기자】 한국은행이 달러 스테이블코인 확산으로 통화 주권 훼손과 금융 불안 가능성을 경고하며 규제 강화를 촉구하고 나섰다. 이에 학계에서는 ‘과도한 우려’라는 반론이 제기됐다. 스테이블 코인의 특성과 시장 현실을 고려하지 않은 주장이라는 이유에서다.
22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한국은행은 최근 국민의힘 박성훈 의원실에 제출한 서면 답변에서 “달러 스테이블코인 확산 시 통화정책 유효성과 통화 주권에 부정적 영향이 초래될 수 있다”고 밝혔다.
이어 “통화 기반 스테이블코인 수요는 기본적으로 준거 법정통화 수요에 기반한다”는 전제로, “원화 스테이블코인 도입이 달러 스테이블코인 수요를 완전히 흡수하는 데 한계가 많다”고 부연했다.
한국은행은 원화 스테이블코인 발행과 관련해서도 구체적인 규제 기준을 제시했다. 발행사는 최소 250억원 이상의 자기자본을 갖춰야 하며, 인가 요건과 발행 규모, 준비자산 구성 등을 심의할 합의제 정책협의기구를 법정기구로 설치하는 방안도 내놨다. 아울러 발행 규모가 일정 수준을 초과할 경우에는 금융통화위원회가 직접 관리하는 방안까지 검토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이 같은 한국은행 주장이 현실을 반영하지 못한다고 지적했다. 전날 국회에서 열린 ‘디지털자산과 스테이블코인 정책’ 포럼에서 강형구 한양대 교수(국정기획위원회 자문위원)는 “스테이블코인은 발행 규모만큼 준비금을 보유해야 하고, 준비금 역시 국채나 현금 등 고유동성 자산에 한정돼 있어 오히려 유동성을 흡수하는 효과를 낳는다”고 주장했다.
달러라이제이션 가속화 우려에 대해서는 “이미 원화로 달러 스테이블코인을 매수해 해외 거래소로 전송하는 경로가 있다”며 “기본적으로 성립하지 않는 설명”이라고 덧붙였다.
은행 중심 발행론에 대해서도 비판이 이어졌다. 강 교수는 “은행은 플랫폼 경쟁력이 없다”며 “카카오뱅크와 토스뱅크의 성공 사례를 봐도 비은행 핀테크에서 혁신이 나왔다”고 짚었다. 또한 “스테이블코인처럼 기술적 혁신이 중요한 영역을 은행 중심으로 설계하겠다는 것은 시대착오적 발상”이라고 꼬집었다.
쟁점으로 떠오른 ‘금산분리(금융업과 산업자본을 분리하는 제도)’를 두고도 의견이 엇갈렸다. 포럼을 주최한 더불어민주당 민병덕 의원은 “한국은행은 외환 자유화 문제와 금산분리 문제를 말하면서 은행이 51% 최종 결정권을 가진 스테이블코인을 발행해야 한다고 주장한다”고 언급했다.
앞서 한국은행 이창용 총재는 “자본금이 낮은 기업에 발행을 허용하면 누군가 돈세탁을 도와달라고 할 수 있다”며 “일정 규모 이상의 큰 기업 중심으로 가야 돈세탁 문제를 방지할 수 있다”고 말했다. 만약 큰 기업이라 해도 비은행 기관이 발행할 경우 금산분리 원칙에 위배될 수 있다고 지적한 바 있다.
이와 관련해 강 교수는 “네이버페이나 카카오페이와 같은 플랫폼 기반 결제 서비스가 이미 허용되고 있는 상황”이라고 짚었다. 이어 “블록체인 기반 코인 형태로 제공한다고 해서 금산분리 위반으로 보는 것은 모순”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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