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데이신문 강현민 기자】 고물가 시대 유통업계가 5000원 이하 상품을 전면에 내세우며 초저가 경쟁에 뛰어들고 있다. 온라인 쇼핑몰의 약진으로 방문객 감소가 이어지는 가운데, 유통업 본연의 무기라 할 수 있는 가격 경쟁력으로 돌파구를 찾는 모습이다. 단순한 매출 증대뿐 아니라 매장 방문객 유입 효과도 노리고 있다.
22일 유통업계에 따르면 이마트는 지난 14일 전 상품을 5000원 이하로 구성한 자체 브랜드 ‘오케이 프라이스(5K PRICE)’를 출시했다. 가공식품과 생활용품 162종을 8804980원대에 내놓으며 기존 브랜드 대비 가격을 최대 70% 낮췄다. 상품 용량도 12인 가구 맞춤형으로 줄여 가격 부담을 낮췄다.
이마트는 최근 가격 경쟁력을 성장의 한 축으로 삼고 있다. 지난해 7월 에브리데이를 흡수합병하며 조직과 시스템을 통합했고, 올해 1월부터 통합 매입 체계를 구축해 원가를 절감하고, 이를 가격 할인으로 연결해 경쟁력을 확보한 것이다.
실제로 이마트의 2분기 별도 매출은 4조2906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11.8% 증가했고, 영업이익은 156억원을 기록하며 흑자로 돌아섰다. 대형마트 가운데 유일하게 성장세를 보였다. 회사 측은 “통합 매입을 통한 원가 절감과 이를 가격 혜택 등 고객 중심의 재투자로 연결해 고객 수를 늘린 결과”라고 설명했다. 이번 ‘오케이 프라이스’ 역시 이마트와 에브리데이에서 동시 판매되며 기존 자체 브랜드보다 매입량을 두 배 이상 늘려 규모의 경제를 확보했고, 이를 가격 인하로 연결했다.
홈플러스는 델리 코너에서 5000원대 이하 메뉴를 대거 확충하고 있다. 지난 7일 선보인 ‘불고기 토마토 파스타(3990원)’와 ‘알리오올리오 파스타(4990원)’는 일주일 만에 요리류 매출을 전년 대비 240% 끌어올렸다. 올해 초 출시한 초저가 초밥 도시락 ‘고백스시’ 시리즈도 누적 33만팩이 팔리며 가격·품질 경쟁력을 입증했다. 기업회생 절차를 밟고 있는 상황에서도 홈플러스가 ‘초저가 한 끼’ 전략에 힘을 싣는 이유다.
이랜드가 운영하는 킴스클럽은 3990원 균일가 델리 브랜드 ‘델리 바이 애슐리’를 통해 누적 판매량 700만개를 기록했다. 1~2인 가구 맞춤형으로 소분된 메뉴는 매출 확대뿐 아니라 매장으로 고객을 불러들이는 유인상품 역할도 하고 있다. 실제로 도입 이후 오프라인 방문객 수가 20% 이상 증가했고, 온라인 구매에 익숙한 20‧30세대까지 매장으로 끌어들였다.
초저가 흐름은 식품을 넘어 화장품과 웰니스 상품으로도 확산되고 있다. 이마트는 LG생활건강과 손잡고 4950원대 화장품 라인을 선보였는데, 출시 10주 만에 4만개 이상 팔렸다. 인기 품목은 재입고 요청이 이어졌고, 이어 여름철 수분·진정 라인도 같은 가격대에 내놨다. 편의점 업계 역시 3000~4000원대 화장품과 5000원 이하 건강기능식품을 강화하며 젊은 소비자를 겨냥하고 있다.
업계가 ‘5000원 전략’에 집중하는 이유는 명확하다. 생활용품 중심으로 5000원 이하 상품을 앞세운 다이소가 성공 모델을 보여줬기 때문이다. 다이소는 지난해 매출 3조9689억원, 영업이익 3711억원을 기록했다. 박리다매 구조임에도 영업이익률은 9%에 달했다. 초저가 전략의 실효성을 입증한 셈이다.
유통업계 관계자는 “경제 상황이 녹록지 않다보니 소비자들 입장에선 제품 하나를 고르는 데도 심리적 저항이 발생할 수밖에 없다. 5000원 아래 가격이면 이런 부담을 덜을 수 있는 가격으로 보인다”며 “업체 입장에서도 박리다매가 불가피한 측면이 있지만, 저가 제품으로 입소문이 난다면 그만큼 모객 효과도 거둘 수 있는 것”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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