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데이신문 문영서 기자】 지방 미분양, 수도권 집값 폭등, 가계대출 폭증, 저출생, 청년 일자리 부족, 내수 부진, 그리고 지방 소멸과 같은 문제를 근본적으로 해결하기 위해서는 ‘지방균형발전’이 출발점이라는 의견이 나온다. 단편적인 지원책이 아니라, 지방 스스로 사람이 모이고 기업이 뿌리내릴 수 있는 토대를 만들 필요가 있다는 목소리에 기인한 것이다.
정부가 제시한 ‘5극3특’ 국가균형발전 정책은 수도권·충청권·호남권·대경권·동남권 등 5대 거점과 강원·제주(국토균형 특화권), 접경지역(안보·평화 특화권), 동해안(산업·자원 특화권) 등 3개 특화 지역을 묶어, 각 권역별 경쟁력을 키우려는 구상이다.
22일 한국은행(이하 한은)이 지난해 발표한 ‘지역경제 성장요인 분석과 거점도시 중심 균형발전’ 보고서에 따르면 비수도권 거점도시에 대규모 투자 및 집적경제 실현 시 전국 GDP가 1.3% 증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뿐만 아니라 중소도시·군 지역 경제에도 효과가 파급된다. 반면 수도권 위주 생산성 개선만 이루어질 경우 GDP 증가폭이 1.1%에 그쳐, 지역 균형발전이 전체 경제 활력에 더 큰 영향을 미친다는 것을 알 수 있다.
‘특별지방자치단체’ 법적·재정적 지원이 필수
이처럼 최근 수도권 일극체제 타파와 지방소멸 위기 해결을 위해서는 ‘특별지방자치단체’의 지원과 연계가 필요하다는 의견이 나온다. 특별지방자치단체는 지방자치단체 간 새로운 협력 방식이자, 지역주도 균형발전 전략인 초광역협력을 실현하기 위한 주요 수단으로, 지난해 충청권 4개 시·도(대전, 세종, 충북, 충남)로 구성된 특별지방자치단체 ‘충청광역연합’이 출범했다. 부울경(부산울산경남)특별연합은 2022년 구성됐으나 지방선거 이후 단체장이 교체되며 해산됐다.
전문가들은 광역단체연합 지속을 위해 자체재원 확보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제주특별자치도는 도본청과 4개 시군의 지방교부세 교부액을 3%로 확정해 기초자치단체 없는 특별자치도로 만들며 보통교부세 3%를 보장받았으나 충청광역연합은 독립된 자체재원이 없다. 소요재원은 모두 자치단체들의 분담금으로 구성돼 영속성이 없는 임시적 존재로 그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전국지방분권협의회 박병희 공동의장은 “광역자치단체들이 받고 있는 보통 교부세에서 충청에 있는 4개 지자체에 해당되는 교부세 중 일부를 충청광역에 배정하는 등의 법률적인 조치가 있어야 되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어 “현행 시도세 중 지역자원시설세나 레저세 수입의 일부를 할애하거나, 탄소중립이 강조되는 현실을 반영해 탄소배출이 심한 경제활동에 대해 탄소세를 과세하는 방안 등이 있다”고 제언했다.
충북경제사회연구원 이두영 원장은 “그동안 중심의 논의와 주도로 발전시키다 보니 기초지자체와 지역 시민사회 등의 참여와 역할이 배제됐다”며 “어떻게 지원하고 제도를 개선할지 빨리 결론을 내야 한다”고 경고했다.
정주여건 개선, 일자리와 생활 인프라가 핵심
국토연구원이 지난 4월 전국에 거주하는 만 19~69세 일반국민 1000명을 대상으로 진행한 ‘지역균형 발전을 위해 가장 필요한 대책’ 설문조사에서 ‘지역별 맞춤형 일자리 확충(27.1%)’, ‘수도권 집중 억제(25.8%)’, ‘지방 생활 인프라 확충(23.2%)’, ‘수도권 버금가는 지방 대도시권 육성(8.6%)’, ‘지역별 신사업 혁신생태계 구축(6.5%)’, ‘지방 광역교통망 확충(5.3%)’ 순으로 나타났다.
행정 부분의 혁신이 있더라도 결국 지역의 지속가능한 발전 가능성은 자생기업과 창업생태계에서 나온다. 지방 주요 산업 클러스터, 스타트업·로컬기업 육성, 청년 창업 지원, 지역특화 인재교육 등 다각적 지원책이 병행돼야 인구유입과 경제 선순환이 정착된다.
대한민국시장·군수·구청장협의회 이상범 정책연구실장은 “어느 지역이든 간에 첨단 산업이 들어가면 지역이 살아날 것 같지만 그렇게 생각하지 않는다”며 “그 지역에서 자생한 기업들이 일어날 수 있는 것들이 필요한데 첨단이라는 말에 밀려서 후순위가 되지 않았나 싶다. 연고 산업 지역에서 창단된 기업들을 살리고 지역의 정책 기업들 일자리가 있어야 지역에서 삶을 정주하고 할 것 아닌가”라고 했다.
도시재생 역시 지방 소멸 위기를 극복할 수 있는 전략이다. 노후 주거환경 개선과 빈집 정비, 상권 활성화, 문화·의료 커뮤니티 공간 조성 등을 통해 지역 주민들의 정주 의욕을 높이고 일자리 창출에도 긍정적인 영향을 미친다.
탄탄주택협동조합 이주원 상임이사는 “주민들이 얼만큼 지역에서 활동하고 있는가가 중요한데 지역 청년들이 수도권으로 무참하게 이동중”이라고 말하며 “도시쇠퇴의 회복을 넘어 지속가능한 지역을 만들려면 공동체와 사회연대경제 기반의 도시재생으로 변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교통 인프라 개선도 지방 균형발전의 핵심 과제다. 수도권과 지방을 잇는 광역철도망은 물론, 영남과 호남을 직접 연결하는 달빛철도와 같은 국가적 프로젝트가 지역 균형 발전의 기폭제가 될 수 있다. 지역 간 이동이 원활해야 기업 투자와 인재 유입도 가능하다. 특히 수도권을 경유하지 않고 지역과 지역이 직접 연결되는 교통망은 지방 간 협력과 상생을 촉진한다는 점에서 중요하다.
2024년 진행된 ‘고속철도가 지역 인구 이동에 미치는 영향’ 연구에서 모든 연령에서 고속철도 정차역 수가 많을수록 지역 인구 유입이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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