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와다 요코의 섬세한 언어 세계…에세이 '영혼 없는 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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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와다 요코의 섬세한 언어 세계…에세이 '영혼 없는 작가'

연합뉴스 2025-08-22 08:00:04 신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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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자들이 재출간 요구"…14년 만에 개정증보판 출간

'영혼 없는 작가' 표지 이미지 '영혼 없는 작가' 표지 이미지

[엘리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서울=연합뉴스) 황재하 기자 = "독일의 연필은 일본의 연필과 거의 다르지 않았다. 그러나 이제 연필을 일본어 '엔피쓰'가 아니라 독일어 '블라이슈티프트'라고 부른다. '블라이슈티프트'라는 단어는 내가 완전히 새로운 물건을 다룬다는 느낌을 주었다. 연필을 이 새 이름으로 불러야 했을 때 나는 살짝 부끄러웠다."('엄마말에서 말엄마로'에서)

일본어와 독일어 두 언어로 글을 쓰는 이중 언어 작가 다와다 요코(65)가 자신을 둘러싼 언어를 섬세한 감각으로 관찰하고 기록한 에세이 '영혼 없는 작가'(엘리) 개역 증보판이 출간됐다.

당초 2011년 출간된 이 책은 절판 후 재출간된 것으로, 초판에는 14편의 글을 실었으나 개역 증보판에는 9편을 더해 총 23편의 글을 수록했다. 다와다 요코가 독일어로 펴낸 에세이 '유럽이 시작하는 곳'(1991), '부적'(1996), '해외의 혀들 그리고 번역'(2002) 세 권의 책에 실린 글을 선별해 엮었다.

'영혼 없는 작가'는 작가가 일본을 떠나 배를 타고 동시베리아 항구로 가서 시베리아 횡단 열차를 타고 유럽까지 가는 여정을 담은 글이다. 시간 순서대로 여행을 나열하기보다 여행 전후의 일까지 다소 두서없이 서술했다. 할머니가 들려준 옛이야기, 작가가 읽은 동화 등이 여행기와 뒤섞여 기묘한 분위기를 자아낸다.

'부적'은 이 책에서 가장 많은 분량을 차지한다. 작가는 '부적'에 속한 16편의 글에서 독일로 이주한 이후 모국어가 아닌 독일어에 둘러싸여 느낀 감상을 특유의 관찰력과 감성으로 포착해 담아냈다.

작가는 독일어 단어들의 문법 성(性)을 익히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었다고 고백했다. 그래서 남성 명사인 물건을 볼 때는 그것이 실제 남자라고 느끼고, 여성 명사인 물건은 여성이라고 상상하며 독일어에 익숙해지려 애썼다.

"책상 위에는 여성인 물건이 하나 있었다. 타자기였다. 타자기는 크고, 넓적하며, 알파벳의 모든 자모를 문신처럼 내보이는 몸을 갖고 있었다. 타자기 앞에 앉아 있으면 타자기가 나에게 어떤 언어를 제공한다는 느낌이 들었다. 이 시도 덕분에 독일어가 내 모어(母語)가 아니라는 사실이 바뀐 것은 아니지만, 나는 새로운 말엄마(語母)를 얻게 되었다."

소설가 다와다 요코 소설가 다와다 요코

[연합뉴스 자료사진]

다와다 요코는 와세다대학교에서 러시아문학과를 졸업한 뒤 독일로 넘어가 함부르크대학교에서 독문학 석사 학위를, 취리히대학교에서 독문학 박사 학위를 받았다.

1982년부터 독일에서 거주해온 그는 1987년 일본어로 시집 '네가 있는 곳에만 아무것도 없다'를 발표하며 작품 활동을 시작했고, 1991년 첫 독일어 책인 '유럽이 시작하는 곳'을 펴내며 이중 언어 작가로 활동했다.

그는 언어를 독창적 시선으로 관찰하고 해석해 문학의 새로운 지평을 열었다는 평가를 받으며 전미도서상·괴테 메달·클라이스트상·요미우리 문학상 등 세계 유수 문학상을 석권했고, 노벨문학상 후보로도 거론되고 있다.

출판사 엘리는 '영혼 없는 작가' 재출간과 관련해 "지난 5월 다와다 요코 작가가 방한할 당시 많은 독자가 이 책의 절판에 아쉬움을 드러내며 재출간을 요청했다"고 설명했다.

번역은 초판과 마찬가지로 서울대 독어독문학과 최윤영 교수가 맡았다. 다와다 요코의 작품을 한국에 처음으로 번역해 소개한 최 교수는 개정증보판에 새로 실린 글을 추가로 번역하고 기존 번역도 전면적으로 다시 손질했다.

272쪽.

jaeh@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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