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선 문제를 시치미 뗄 순 없습니다. 제1회 국어 사랑 받아쓰기 대회 본선에 나온 문제 말입니다. 지난 글에서 다룬 예선 문제와 난도를 견줄 수도 있습니다. 대회는 문화체육관광부와 국립국어원이 지난해 주최, 주관했음을 참고하면서요. 살펴봅니다. ≪그는 태껸/택견에 있어서만치는 전 세계에서 내로라하는 인물이다. 스스로를 별 볼 일 없다며 과소평가하던 그는 펜실베이니아에서 열린 워크숍에 느지막이 참석했다. 그는 염치 불고하고 맨 앞자리로 걸어갔다. 심술깨나 부리는 논객들인지라 그를 마뜩잖아하며 데면데면히 대했다. 늦어서 몸 둘 바를 몰랐던 그는 그날따라 전문가인 것치고는 제대로 논쟁을 벌이지 못했다. 두어 시간가량 물샐틈없이 이어진 공방은 그에게 인정사정없었다. 결국 그는 나눠 받은 브로슈어를 가방에 욱여넣고 재킷을 벗어부쳤다. 힘낼밖에.≫
태껸/택견은 왜 둘일까요? 복수 표준어입니다. 자장면/짜장면과 같습니다. 있어서 다음에 놓인 '만치'와 '는'은 뜻을 돕는 보조사입니다. '있어서만큼은' 느낌입니다. 둘 다 붙여 씁니다. 전체를 의미하는 전(全) 세계 할 땐 한 칸 띄어 전 세계 합니다. 전세계 아니고요. 내노라하다가 아니라는 것은 국어책이 지칠 줄 모르고 강조하는 바입니다. 내로라하다가 기본형입니다. 별 볼 일 없다는 한 덩어리로 다루지 않는 말입니다. 그렇게 띄어 씁니다. 뭉치로 인정된 물샐틈없이와 대비됩니다. 펜실베이니아, 워크숍 정도의 외국어는 규정에 맞추어 그리 쓸 줄 알아야 본선 진출 자격이 있습니다. 늦다와 관련 있는 말이니까 늦으막이, 느즈막이 할까요? 아닙니다. 느지막이 합니다. '정해진 때보다 꽤 늦은 감이 있게'를 뜻합니다.
꽤 늦었다니, 이후 그이의 시련이 예상됩니다. 응시자도 마찬가지입니다. 염치까진 허들이 없습니다. 다음이 뭐냐가 시련이라면 시련입니다. 염치 불구하다 하는 실수가 반복됩니다. 염치는 불구하는 게 아니라 불고(不顧. 돌아보지 않음)하는 게 맞습니다. 고비를 넘겼습니다. 체언 뒤에 붙어서 어느 정도 이상이나 상당한 정도임을 나타내는 보조사는 '-깨나'입니다. 지금부터 '-께나'는 잊습니다. 마뜩'잖'아는 마뜩'찮'아가 아님을 시험합니다. 심상찮아와 다릅니다. '뜩'처럼 앞에 온 글자 끝소리가 기역(ㄱ)이면 [찮]이 아니라 [잖]입니다. 그 정도로 일단 넘어갑니다. 같은 말을 반복하는 첩어 데면데면은 데면데면 맞습니다. 대면대면 아닙니다. 것 다음에 온 '치고'와 '는'도 앞서 보인 '만치'와 '는'처럼 모두 보조사입니다. 두어는 서너, 너덧처럼 수 관형사로 칸을 두고서 시간을 꾸밉니다. 가량은 접사이고요. 두어 시간가량 표기는 그래서 옳습니다. 종착역이 다가옵니다. 브로슈어는 우겨넣지 말고 욱여넣읍시다. 재킷은 벗어붙이지 않고 벗어부치고요. [-ㄹ밖에]는 '-ㄹ 수밖에 다른 수가 없다'를 뜻하는 종결어미입니다. 어른들이 다 가시니 나도 갈밖에 / 자식들이 속을 썩이니 어머니가 저렇게 늙으실밖에, 하는 용례를 기억합니다. 본선 문제는 두 개였습니다. 나머지 하나는 ※ 이하 1번 자료를 참고합니다. 그럴밖에요. 글이 너무 길어지니까요. (서울=연합뉴스, 고형규 기자, uni@yna.co.kr)
※ 이 글은 다음의 자료를 참고하여 작성했습니다.
1. 2024년 제1회 국어 사랑 받아쓰기 대회 (본선) 문제 - https://xn--3e0bmok6u2ue7wgj5g1qa21a.kr/main/main.php
2. 표준국어대사전(온라인)
3. 고려대한국어대사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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